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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청년 정신건강검진…'기록 남으면 차별·규제' 없을까

등록 2023.12.10 07:00:00수정 2023.12.10 07: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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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혁신방안, 검진주기 10년→2년 단축

정신과 진료이력 보험·고용 등 차별 우려 여전

검진·후속 진료 기피 가능성…정부 "완화 노력"

[서울=뉴시스] 정부가 10년 내 자살률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청년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2년마다 실시하고, 고위험 정신질환 환자가 중단 없이 외래치료를 받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정신질환 예방-치료-관리 전반을 강화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부가 10년 내 자살률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청년을 대상으로 정신건강검진을 2년마다 실시하고, 고위험 정신질환 환자가 중단 없이 외래치료를 받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정신질환 예방-치료-관리 전반을 강화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정부가 20~34세 청년들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정신건강 검진을 실시해 정신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빠른 상담·진료를 연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진을 통해 정신질환 판정이 나오는 경우 이력이 남아 보험가입이나 고용 등의 차별 우려 등 정신과 치료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10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 정신과 진료 이력에 따른 불이익을 빠르게 해소해야만 정신건강 검진 확대 정책이 실효성을 보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를 열고 정신건강 문제를 주요 국정 아젠다로 삼고 국가가 적극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자살률를 10년 내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청년들의 정신건강검진을 2년마다 실시하고, 고위험 정신질환 환자가 중단 없이 외래치료를 받는 체계를 마련하는 등 정신질환 예방-치료-관리 전반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각종 정신건강 지표는 꾸준히 악화되는 추세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22년 기준 2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정신질환 수진자 수는 2015년 289만명 수준에서 2011년 411만명으로 늘었고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8년 9만9796명에서 2022년 19만4322명으로 약 2배 증가했다.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심리상담과 정신건강 진단 등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다. 중·고위험군부터 시작해 2027년까지 국민 100만명이 전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20~34세 청년의 정신건강검진 주기는 10년에서 2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특히 청년 정신건강검진은 대상 질환을 우울증 1종에서 조현병, 조울증 등 3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상담·치료 등 후속조치까지 연계하기로 했다. 선별검사에서 위험군으로 지정되면 정신건강의료기관에서 심층검사를 통해 자살 위험성 평가 등을 받게 된다. 복지부는 일반건강검진 수검률을 감안할 때 매년 약 300만 명의 청년이 정신건강 검진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처럼 청년층에 집중해 정신건강검진을 강화하는 이유는 주요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 때문이다. 조현병은 20대, 우울장애 30대, 조울증 40대 등 중증 정신질환이 대부분 젊은 연령에서 발병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조기개입을 통해 상담·약물치료를 적절히 병행한다는 취지다.

다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있고 정신과 치료를 꺼리는 분위기가 크기 때문에 실효성 우려도 제기된다. 정신질환 이력이 남아 고용 등에 영향을 받을까봐 검진을 기피하거나 후속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2.05.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신건강정책 비전 선포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12.05. [email protected]

일부 보험사는 정신과 진료 이력, 이른바 'F코드' 이력이 있는 경우 보험 가입을 거부하거나 가입자의 보험 갱신을 거절하고 있다.

또한 현재 정신질환자의 자격취득이나 취업을 원천제한하는 법이 30여 개로, 이로 인해 정신질환자는 50종 이상 업종의 취업이 제한된다. 말 조련사, 장제사, 재활승마지도사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한 '말산업육성법'이 대표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8년 이 같은 차별을 담은 법을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서화연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 교수가 정신과 방문에 장애가 되는 단어를 뽑아 정량화 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신과 기록으로 인한 공무원 임용, 보험가입 등 제도적 불이익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컸다.

서 교수는 "일부 정신질환에 대한 취업제한 및 보험에 대한 차별은 실제 해당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넘어서 대부분 사람에게 정신과 전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높인다"며 "이는 해당 정신질환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정신과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신과 진료 기피 경향은 데이터로도 나타난다. OECD가 지난 11월7일 발간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Health at a Glance) 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우울증 유병률은 2019년 3.2%에서 2022년 17.7%로 크게 상승했으나 한국의 항우울제 처방비율은 OECD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보다 항우울제 처방비율이 낮은 나라는 라트비아와 헝가리 정도다.

정신과 상담·치료의 필요성은 커졌지만 여전히 일반 대중에게는 신체 의료과목에 비해 정신과 진료의 문턱이 높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번 혁신방안을 통해 정신질환자에 대한 보험가입 장벽을 완화하고 자격취득·취업 원천 제한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등 차별 해소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신건강 진단 확대와 관련해 "정신건강검진 결과 등은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여러 법적 조치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며 "정신건강 상담·진료 이력이 보험가입이나 고용에 불이익을 받는 장벽이나 차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차별과 규제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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