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레이저·X레이…의사·한의사 '영토전쟁' 확산일로
초음파·레이저·엑스레이 두고 잇단 충돌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불법 여부 판단 기준 모호
![[부산=뉴시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도입된 미국 홀로직(HOLOGIC)사의 호라이즌(Horizon W) 골밀도 검사기.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공) 2024.0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4/01/17/NISI20240117_0001461347_web.jpg?rnd=20240117113746)
[부산=뉴시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도입된 미국 홀로직(HOLOGIC)사의 호라이즌(Horizon W) 골밀도 검사기. (사진=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제공) 2024.01.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7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의사도 엑스레이 방식의 골밀도 측정기를 활용해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지난 4일 확정되자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는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자격기준’에 한의사와 한의원을 즉각 포함시켜 달라"고 요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성남시의사회는 "법원의 판결을 왜곡했다"며 맞섰다.
한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법원은 2심 판결문을 통해 현행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제10조 제1항)의 엑스레이 안전관리책임자에 한의사와 한의원이 누락돼 있지만, 한의사와 한의원을 제외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를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의 판결이 확정된 만큼 보건복지부가 해당 법령에 누락돼 있던 한의사와 한의원을 포함시켜 결자해지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엑스레이를 진료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사단체들은 "법원의 판결을 왜곡해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이 합법화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며 잇따라 반발했다.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현행법상 '진단용 방사선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 기준'에 따르면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방사선사로 명시돼 있고, 한의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해당 기기의 방사선 방출량이 적다고 판단했지만, 성장판 검사의 주 대상은 어린이로 방사선 노출이 성장 저해와 같은 부작용은 물론 심지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또 성장판 검사 과정에서 선천성 골변형증, 내분비 질환 등 중요한 질환을 감별해야 하므로 단순한 기기 사용이 아니라 고도의 의학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남시의사회도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한의협의 규칙 개정 요구는)법원 판결을 왜곡하며 엑스레이 사용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법원 판결을 악용한 것"이라면서 "엑스레이 사용을 합법화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법리 왜곡이며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미용의료기기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레이저 미용 의료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4.04.14. hw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4/14/NISI20240414_0020305030_web.jpg?rnd=20240414160854)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14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4 미용의료기기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레이저 미용 의료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2024.04.14. [email protected]
의사와 한의사의 의료기기를 둘러싼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양측은 지난해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두고 대립했다.
서울시한의사회가 지난해 4월 ‘피부·미용 교육센터’를 열고 전국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피부·미용 시술 교육에 나서자 의협은 피부·미용 의료기기를 사용해 불법 시술을 하는 한방기관을 형사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피부·미용 의료 시장은 수요가 많은 데다 비급여 진료도 많아 최근 수년째 매출이 줄고 있는 한의사들에게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통한다. 시장 규모는 연간 3조 원을 웃돈다.
의사와 한의사는 지난해 6월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합법 판결을 두고도 갈등을 빚었다. 한의협은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했고, 의협은 "초음파 기기 사용자가 전문성과 숙련도를 갖추지 못한 경우 검사 과정이나 검진 후 판독에 오류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국민의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의사와 한의사가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끊임없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신기술의 발달로 의료기기가 세분화·첨단화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법상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와 역할은 명시돼 있지만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불법 여부 판단 기준이 모호해 법원의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와 한의사 간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이미 지난 2013년 말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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