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대기만성…손대면 성감대

여성들이 행하는 유방확대술이야 솔직히 관상용(觀賞用)이 주목적이므로 부작용이 발생해도 성관계에 직접적인 지장이 없지만, 남성의 음경은 성관계 시 실제적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기관이니 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저자가 과문한 탓인지 성기의 대소(大小)와 성능력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한의학 문헌은 찾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거경(巨莖)에 대한 소망은 다름이 없었던 모양인지 《옥방비결玉房秘訣》에는 음경을 장대(長大)하게 만든다는 처방이 실려 있다. 한약재 몇 가지를 개의 쓸개에 넣고 천장에 한 달여 매달아 놓은 다음 이를 음경에 문질러 주면 1촌(寸)가량 길어진다는 내용인데, 이 역시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한 것일까?
사치(奢侈)라는 말을 파자(破字)풀이하면 사람이 큰 것을 좋아하고[奢사: 大대+者자], 많은 것을 좋아한다[侈치: 人인+多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성기능을 발휘하는데 지장 없을 정도만 되면 ‘큰 게 좋다’는 그릇된 지식에 현혹당할 필요가 없다. 좀 더 컸으면 하는 사치스런 생각으로 성기에 이물질을 주입했다가는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직행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먼저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 하나. 삼국시대 위(魏)나라에 최염(崔琰)이라는 풍채 좋은 유명한 장군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사촌동생 최림(崔林)은 외모가 시원치 않아서인지 출세를 못해 일가친척들에게 멸시를 많이 당했다. 하지만 최염은 일찍이 최림의 인물됨을 꿰뚫어 보고 장차 큰 그릇이 되리라 여겼다. 그래서 큰 종(鐘)이나 큰 솥이 쉽사리 만들어지지 않는 것처럼, 큰 인물도 대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사촌동생에게 이르곤 했다. 과연 최염의 말대로 최림은 마침내 천자(天子)를 보좌하는 삼공(三公) 중의 한 사람이 됐다.
《삼국지》<위지최염전 魏志崔琰傳>에 나오는 이 이야기에 바탕한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는 고사성어는 알다시피 늦되는 사람에게 위로와 격려조로 자주 건네는 말이다. 그런데 기발한 젊은이들은 이 ‘대기만성’의 본질을 훼손시켜 성과 관련한 질펀한 농담으로 사용하곤 한다. 즉 ‘손을 갖다 대기만 하면 그 곳이 바로 성감대’라는 말의 축약어(縮約語)로 대기만성이란 숙어를 응용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예민한 여성들은 남자들로부터 ‘대기만성형’이라는 칭찬(?)을 듣고도 몹시 화를 낸다고 한다.
할머니·할아버지의 가려운 등을 긁어 드릴 때도 부위를 잘못짚으면 짜증을 내시듯, 남녀 간의 성관계에서도 엉뚱한 곳만 잔뜩 자극하면 핀잔 듣기 십상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이란 모토(motto)는 비단 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 만큼, 흔히 일컫는 성감대 부위를 알아야만 적은 노력으로도 망외(望外)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물론 상대방이 그야말로 대기만성형이라면 별문제이지만….
인간의 성행위는 아무리 양보해도 일종의 기분 좋은 느낌, 즉 쾌감이 수반된다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성행위에 동반되는 이 쾌감이라는 생리적 감각을 일반적으로 성감(性感: sexual sensation)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생리학적으로는 인간의 감각에 성감이라는 감각도 없고, 성적 자극만을 느끼는 특이한 감각 수용기(受容器: receptor)도 없으며, 또 성감만을 전달하는 특별한 신경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성감이라는 이 설명하기 힘든 감각을 실제로 느끼고, 또 표현한다. 물론 성적 극치감은 따로 ‘오르가즘’이란 용어가 있다. 이는 앞에서 설명했으니, 여기서는 실로 표현하기 힘든, 영어로 ‘beyond description’한 성감에 대해 알아보자.
성감은 생리적 쾌감이라 했기에 ‘기분이 좋다’는 한마디로 끝나면 좋으련만, 성감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아니 오히려 성감에 매우 근접한 여러 가지 표현들이 있다. 가령 야릇하다 든지, 근질근질하다 든지, 따끈하게 달아올랐다든지 등등 인간이 가진 오감(五感) 중의 한 가지로 딱히 꼬집기 어려운, 소위 복합적 감각을 표현하는 말들이 많은 것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황홀해진다 하고, 어떤 사람은 그녀에게는 사랑스런 냄새가 난다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은쟁반에 옥구슬’ 같은 목소리에 매료된다고 한다. 한편 어떤 남자는 고양이와 여자는 쓰다듬어야 맛이라고, 그녀의 윤기 촉촉한 머리카락을 매만질 때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소위 성감은 오감 중의 한 가지에 한정되지도 않고 개인차도 심해, 정말로 설명하기도 또 이해하기도 어려운 복합감각이다. 때문에 이 복합감각을 알기 위해서는 인간의 감각부터 다시금 살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감각이란 사물을 느끼고 받아들이는 힘, 다시 말해 외부의 자극을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기능이다. 외계로부터 받는 일체의 자극은 일단 감각수용기에 접수된 뒤 여러 가지 신호로 바뀌어 각각의 중추로 보내진다. 현재 의학상·생리학상 인정되는 여러 가지 감각은 받아들이는 수용기도 다르고, 흥분이 전달되는 대뇌의 감각령(感覺領)도 다르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면 시각, 청각, 후각, 미각, 피부각 등 소위 인간의 오감(五感)을 알아보자.
혹자는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남녀의 성관계가 서로 몸을 부딪치며 행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감각 중에서도 신체접촉의 최전방에 위치한 피부감각이 제일 중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한때는 의학에서도 성감은 피부감각 중의 촉각이 변질된 것이며, 그 수용기는 층판소체(層板小體: Vater-Pacini corpuscles)로 여겼으니까…. 그러나 말하지 않았던가? 성감은 복합적인 감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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