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자살부르는 학교폭력①]가혹행위 갈수록 잔인-정교…日이지메 앞질러

등록 2011.12.26 08:13:39수정 2016.12.27 23:14:3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지난 20일 같은반 친구들의 괴롭힘에 시달려 온 대구의 중학생 김모(14)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 우리사회는 또 한번 학교폭력의 무서움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웃나라 일본은 오래전부터 학교폭력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젠 대한민국도 학교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나라가 됐다. 특히 학교내에서 벌어지는 왕따와 폭력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대구에서 발생한 남중생 자살사건의 경우에도 가해학생이 물로 피해학생을 고문하며 돈을 요구했다는 유서가 발견되는 등 가해학생의 괴롭힘 수준이 심각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학교폭력에 신음하는 청소년들 자살충동 호소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의 대다수는 심각한 수준의 자살충동을 호소하고 있다.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이 실시한 '2010 학교폭력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으로 자살 충동을 느낀 학생이 전체의 30.8%, 죽을 만큼의 고통스러움을 호소한 학생은 13.9%에 달했다.

 학교폭력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2005년 2518건에서 2009년 5605건, 지난해 7823건으로 크게 늘어났다.

 피해 학생수는 2005년 4567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만3748명으로 3배나 증가했다.

 ◇갈수록 잔인·정교해지는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폭력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그 수위는 강해지고 방법도 다양해졌다.

 일시적인 괴롭힘에서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친구들을 고통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에서 '이지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확산된 왕따문화보다 더 잔인하고 악독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전통적인 금품갈취 학교폭력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인 A군은 초등학교때부터 B군에게 30여만원을 상납했다. A군은 중학교에 입학하면 더이상 이런 고통은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괴롭힘은 더욱더 집요했다.

 B군은 협박문자로 A군을 압박했다. '게임에서 졌으니 내일오전까지 3만원 가지고 와. 가지고 오지 않으면 수업끝나고 기다려', '자신의 생일선물로 2만원 가져와', '바지 잘못 줄여왔다 3만원 가지고 와라'는 등의 내용으로 위협문자를 계속 보냈다.

 A군은 돈 가지고 가지 않으면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했다. A군이 할 수 있는건 어머니 지갑에서 몰래 돈을 빼내 B군에서 주는 것뿐이었다. A군은 등교를 거부하고 있으며 인생을 포기하고 싶고 죽고 싶다며 삶이 무기력한 상황이다.

 사이버폭력으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C양은 또래 남학생 6명과 어울리며 게임을 했다. 게임에서 진 사람은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이 벌칙이었다. C양은 게임은 했지만 벌칙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이후 학교에 아이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웠다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의 진원지로 C양이 지목됐다. 이때부터 따돌림이 시작됐다. 

 C양의 개인 홈페이지에는 자신을 욕하는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학교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등의 내용이었다.

 C양은 이 사실을 부모님과 선생님께 알리는 것을 두려워했다. 친구들 때문에 죽고 싶은 마음만 들고 있다. 

 지속적인 따돌림도 이제는 진화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인 D군은 자신의 반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D군의 담임선생님은 반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무기명으로 돌렸다. 폭력사건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서였다.

 같은반 학생들은 D군을 지목했다. 미리 사전에 학생들이 입을 맞춰 평소 왕따를 당하고 있던 D군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피해 학생은 지속적으로 담임선생님에게 D군이 아니라고 말을 했지만 학교측은 아이들이 모두가 인정을 하는데 피해 학생이 잘못 본 것이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D군은 만성적인 학교폭력으로 인해 "내가 그냥 했던 것으로 하고 넘어가자"고 하며 문제를 회피했다. 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표현했다.

 이밖에 빵을 사오라고 강요당하는 피해자를 일컫는 '빵셔틀', 돈을 가져오라고 강요하는 '돈셔틀', 가방을 들어주는 '가방셔틀', 숙제를 해주는 '숙제셔틀', 안마를 해주는 '안마셔틀' 등도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

 청예단 관계자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자살충동과 자해 경험이 있는 아이들의 상담건수가 증가했다"며 "또한 아이들이 주위사람들에게 고통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는 극단적 행동인 자살시도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