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이슈진단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허실'-"우리가 직접 평가하자" 불신에 역풍 맞는 '빅3'

독일 재무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신용평가사들의 등급평가를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데 공감대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해 S&P의 신용등급 강등을 비판했다.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은 “유로존이 부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광범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S&P가 신용등급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했다.
S&P가 유로존 9개국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한 데 대해 EU집행위원회와 각국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들에도 국제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무디스의 포르투갈 신용등급을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으로 강등한 직후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신용평가사들의 과점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강경방침을 표명한 바 있고, 주제 마누엘 바호주 EU집행위원장은 “포르투갈이 정크 등급보다 낫다는 것을 집행위는 잘 알고 있다”며 “무디스는 많은 실수와 사태악화라는 죄를 짓고 있다”고 비판을 가했었다.
EU집행위와 의회는 국제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3대 신평사들이 유럽의 재정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EU는 2009년 말과 2010년 중반 신평사들에 대해 잇따라 규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규제내용은 신평사 운영체제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요건을 만들고, 신평사들이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에 등록한 뒤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또 ESMA가 신평사의 내부 운영구조와 신용평가 방법론에 대해서도 간섭하고 경우에 따라 등록취소도 할 수 있게 했다.
EU집행위는 지난해 11월에 이미 신평사들에 대한 새 규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규제안의 핵심은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기업 신용평가 때 신평사들의 평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의 평가 방법을 적극 활용토록 함으로써 S&P, 무디스, 피치 등 신평사 ‘빅3’를 견제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또 신평사와 기업의 유착을 막기 위해 기업이 3년마다 신용평가를 의뢰하는 신평사를 의무적으로 교체토록 하고, 구제금융을 받는 국가에 대한 신용평가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조항도 포함시키도록 할 방침이다. 이러한 규제방침이 현실화하게 된 것은 S&P가 지난해 11월10일 실수로 프랑스 국채등급을 강등한다고 발표한 해프닝에서 발단이 됐다. S&P가 지난달에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2단계 강등시킴으로써 2개월 여 만에 그 해프닝이 실수가 아닌 것으로 입증되긴 했지만, 이로 인해 국제 신평사들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확산되는 것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세계3대 신용평가사들이 내놓은 신용등급에 대한 신뢰도에 대해서는 미국의 유력 언론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도 비판을 제기해왔다. 2008년 중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 금융위기가 악화될 무렵, 뉴욕타임스는 빅3 신평사들이 자사의 이익을 고려해 등급을 산정했고, 인력부족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로 평가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2008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는 신평사 직원들이 회사 수익을 올리기 위해 엉터리 신용평가를 한 정황이 담긴 이메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 4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파산직전까지 신용등급이 우량 등급인 A2였다) 파산 이후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본격적인 개혁을 시도하기도 했다. SEC는 신평사의 평가에 대해 채권 발행자와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신용등급 산정 과정에 감독당국인 SEC가 참여토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관련 비용을 누가 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해 실행모드로 옮기지 못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서도 유사한 개혁안을 내놓았으나 역시 비용문제로 벽에 부딪쳐 있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계 신평사들이 재정불안을 빌미로 유럽 여러 나라의 신용등급을 계속 강등시켜 불안을 가중시키자 유럽 각국에서 신평사의 영업을 규제하고 개혁하는 수준을 넘어 유럽에 기반을 둔 유럽의 토종 글로벌 신평사를 창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무더기 신용강등을 당해 격앙돼 있는 유럽인들의 감정이 그동안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던 것이 실행에 탄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럽 나름의 신용평가사를 설립하자”는 아이디어는 2년 전부터 거론돼 왔던 일이다. 2010년 6월 EC(유럽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크리스틴 노이에 당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에 기반을 둔 신평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3대 신평사의 독점은 깨야 한다”고 공감을 표시했었다. 바호주 EU행위원장이 지난해 3~4월 피치, 무디스, S&P가 잇달아 두 단계씩이나 포르투갈 신용등급을 폭락시켰을 때 “유럽 고유의 신용평가사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유럽 최대 경제강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공영 TV 인터뷰에서 “유럽도 중기적 관점에서 신용평가사를 창설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3일 포르투갈은 다시 정크본드급으로 강등됐다. 이에 따라 반발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로 초래된 신용등급 강등으로 유럽 각국이 현재 발등의 불끄기에 바빠 빅3 신평사에 대응할 유럽 기반 신평사 설립에 당장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위기에서 한숨 돌리고 나면 곧바로 실행에 옮길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하듯 최근 로이터는 독일의 대표적인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롤란트 베르거가 재단법인 형태의 신용평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유럽을 대표할 새 신평사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게 되며, 늦어도 오는 9월이면 발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90년대부터 글로벌 신평사들의 국가신용평가가 부실하고 무성의하다는 불만이 높았다. 한 나라의 경제실상을 파악하기 위해 평가기관들이 파견하는 전문인력이 서너 명에 불과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작성되는 신용평가는 개략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과 일본은 자국 신평사를 글로벌 신평사로 키우는 작업들을 공공연히 추진해 왔다. 중국 자체 신용평가사는 다궁, 청신, 롄허 등 3개사 체제인데 지난 2010년 9월에 반관영 신평사인 CCR(China Credit Ratings)을 설립해 신용평가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자국 신평사 다궁(大公)을 세계적 신평사로 키운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1994년에 설립된 다궁은 이미 2010년 7월부터 50여개 국가에 대한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그 해 11월에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싱가포르(AAA)나 중국(AA-)보다 낮은 A로 산정했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는 지난해 말 한 금융포럼에서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의 신용등급을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낙관적인 시기에는 과대평가해 버블을 만들어내고, 문제가 터진 뒤 등급을 조정해 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모양새로 사태를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중국 금융 당국은 자국 신평사를 육성해 세계적 평가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차원에서 밀어붙일 경우 10년 이내에 ‘빅3+1’의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는 1985년에 설립된 일본신용평가연구소(JCR·Japan Credit Rating Agency)와 레이팅스 앤 인베스트먼트 인포메이션(R&I)이라는 양대 신용평가사가 있다. 일본의 경제규모가 세계2~3위권에 위치한 만큼 이들 신평사들의 활동범위도 이미 세계적이다. 그러나 명성과 파급효과 면에서 100년 넘는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미국 국적의 빅3에 비할 바는 아니다. JCR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S&P는 지난해 1월 일본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려 AA-로 하향조정했다. 일본이 국내 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200%에 달해 재정건전성이 최악이라는 점이 하향조정의 이유이다. 무디스는 3번째 등급인 Aa2, 피치는 AA를 각각 부여하고 있다. 중국 칠레 대만과 같은 등급이다. 자국 신평사와 미국 신평사들의 일본과 일본기업을 보는 시각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자국 신평사를 키우려는 이유다. R&I는 지난해 12월 자국 신용평가사로서는 처음으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AAA)에서 한 단계 낮은 AA+로 강등하고 신용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한편 한국에는 한국신용평가(Korea Investors Service·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한신정평가에서 2011년9월 사명 변경), 한국기업평가(Korea Ratings·한기평), 서울신용정보원(서신정) 등이 있다.
1985년에 설립된 한신평은 2001년 무디스사로 편입됐다. 무디스가 회사 지분 50%+1주를, ㈜나이스홀딩스가 나머지를 갖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986년 설립된 한국신용정보평가(한신정)의 평가사업본부가 정부의 승인을 얻어 분할 독립해서 출범했다. 나이스홀딩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한기평은 1983년 설립된 한국경영컨설팅㈜이 모체이며 1987년 회사채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됐다. 2001년 코스닥에 상장된 한기평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자본투자에 참여해 현재는 73.55%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적 신평사들은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위상에 걸맞게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빅3 신평사 수준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민대 경제학과 박기환 교수(경제학박사)는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갖고 있는 글로벌 빅3신평사들과 경쟁하며 한국의 신용평가사들이 세계적 신평사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하고 “이를 위해선 빅3평가사들의 노하우를 배우는 한편 국내에서 탄탄한 경험을 쌓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의 빅3 신용평가사는 어떤 회사
△S&P(Standard & Poor’s Ratings Service)=1868년 미국의 헨리 바넘 푸어와 그의 아들 헨리 윌리엄 푸어가 미국 철도산업에 대한 투자 정보를 담은 ‘미국 철도 매뉴얼’(이 매뉴얼은 매년 업데이트 됐다)을 발행한 이래 15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세계의 재무-시장 정보 부문의 리더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는 회사다. 본사는 뉴욕에 있다. 미국의 금융 증권 시장에서 S&P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뉴욕증시에서 S&P가 우량기업 500개 종목으로 편성한 S&P500지수는 다우존스지수와 함께 미국의 주가 움직임을 파악하는 바로미터로 인식된다. S&P글로벌1200지수, S&P글로벌100지수(삼성전자 포함)도 운용하고 있다. 신용등급은 AAA, AA+, AA, AA-, A+, A, A-, BBB+, BBB, BBB-, BB+, BB, BB-, B+, B, B-, CCC, CCC, CCC-, CC, D 등 21단계를 사용한다.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전 세계 110개 국가에 대해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본사는 뉴욕에 있다. 세계 신용평가 시장에서 S&P와 마찬가지로 40%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기업인 무디스상사(Moody’s Corporation)는 1909년 존 무디가 설립했다. 이 회사는 2010년 약 18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고 현재 시가총액이 86억 달러를 넘는다. 등급표기는 최상급인 Aaa부터 Aa1, Aa2, Aa3, A1, A2, A3, Baa1, Baa2, Baa3, Ba1, Ba2, Ba3, Caa1, Caa2, Caa3, Ca, C까지다. Ba1 이하는 신용 위험이 있다는 표시이다. 무디스의 최대주주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인 워렌 버핏이다.
△피치(Fitch Ratings)=존 놀스 피치가 1913년 뉴욕에 설립한 피치퍼블리싱이 모체이다. 미국 기업인 피치(Fitch)가 1997년 영국의 IBCA그룹과 합병하면서 뉴욕과 런던 2곳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인 피치ICBA가 됐고, 2000년 세계 4위의 신용평가사인 DRC(Duff&Phelps Rating Co.)까지 흡수했다. 전 세계 51개 사무소, 2000여 명의 전문가를 거느리고 75개국에서 신용평가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1913년 존 놀즈 피치가 뉴욕 금융가에 세운 피치 출판사가 모체이며, 1924년 요즘 우리에게 친숙한 AAA, D와 같은 등급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1975년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3대 신용평가사의 하나로 분류됐다. S&P와 같은 등급표시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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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63호(2월13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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