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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법의학자 이윤성 교수 "몸-머리 분리 유병언시신, 정밀검사로 파악 가능"

등록 2014.07.23 12:25:32수정 2016.12.28 1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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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금/첨부용/이윤성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자살-타살 여부 부검으로 못밝혀 낼수도 있다"  

【서울=뉴시스】강지혜 기자 =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DNA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시신에 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은 18여일만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빨리 부패해 각종 의혹을 증폭했다. 신원을 확인하는 데 40여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이유도 의문이다.

 경찰청은 지난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을 통해 유 전 회장 사체를 부검한 결과 '완전히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를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국내 법의학 분야 권위자인 이윤성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23일 뉴시스 기자와 만나 "음모론이 있을 수 있지만 중요한 팩트는 유병언이 숨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문과 DNA 검사 결과, 마지막 은신처에서 2.3㎞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는 등 주변 정황을 종합해봤을 때 유병언은 사망했다"며 "왜, 어떻게 숨졌는지는 국과수에서 정밀조사한 뒤 판단에 따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경찰이 21일 오전 변사체에 대한 DNA 검사 결과 유 전 회장의 형 유병일씨 DNA와 거의 일치한다고 국과수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전남 순천 별장에서 발견된 유 전 회장의 체액이 있는데 왜 형의 DNA와 대조하나.

 "국과수가 유 전 회장의 체액과 뼈 DNA가 100% 같다는 것을 경찰에 알려줬다. 혹시 체액이 유 전 회장 것이 아닐까봐 형 DNA와 추가로 대조한 것이다. 형과 Y염색체가 일치해 형제가 맞고, 결국 유 전 회장이 맞다고 통보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에서 중요한 앞 부분은 빼고 뒷 부분만 발표했다."

 -DNA는 자녀보다 형제랑 비교하는 것이 신원 확인에 더 도움이 되나.

 "자녀 DNA와 비교하면 무조건 50%가 같다. 부모한테 절반씩 물려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라도 DNA 일치도는 10~90%까지 차이나거나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Y염색체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기 때문에 아들끼리 Y염색체는 모두 같다. 정확하게 일치하면 적어도 같은 집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경우에는 '유 전 회장의 형과 시신의 Y염색체가 정확하게 일치했나보다' 이렇게 생각했다."

 -'80% 이상 부패됐다'는 말이 어느 정도 부패된 것을 뜻하나.

 "법의학계에서는 그런 표현을 쓰지 않는다. 80% 부패된 것은 78% 부패된 것과 어떻게 다르며, 90% 부패된 것과의 차이는 무엇인가. 다만 뼈가 노출됐고 머리가 분리됐고 백골화라는 얘기도 나오는 것을 보면 뼈가 많이 노출되고 부패가 많이 진행된 그런 시신이 것 같다."

 -18여일만에 뼈가 드러날 정도로 부패할 수 있나.

 "일반적인 사례보다 부패가 빨리 진행되기는 했지만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다. 겨울철이었으면 마지막으로 생존을 확인한 5월25일보다 더 이전에 숨졌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5월 말~6월 초에는 낮 기온이 25도 정도로 올라가 부패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야생동물과 곤충 활동이 많아지고 고온다습한 상황에서 부패균 같은 미생물 활동도 활발해진다. 야생동물과 구더기, 딱정벌레 이런 것들이 왕성하게 활동할 때는 (부패 속도를) 예측하기 어렵다. 내가 부검한 사례 중에는 실종된 지 한달여만에 발견이 됐는데 완전히 살점이 하나도 없는 백골인 적도 있었다. "

 -시신의 몸과 머리가 분리됐다고 하던데.

【순천=뉴시스】류형근 기자 =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2일 오전 전남 순천시 한 장례식장에서 나와 구급차량에 실리고 있다. 시신은 유 전 회장이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된 송치재 인근 별장에서 2~3㎞ 떨어진 매실밭으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4.07.22  hgryu77@newsis.com

 "국과수에서 정밀검사를 하면 생전에 분리됐는지 숨진 뒤 부패하면서 분리됐는지 쉽게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신이 유병언이라고 확인하는 데 왜 40일이나 걸리나.

 "뼈가 아닌 다른 조직을 가지고 DNA 검사를 하면 하루만에 검사가 나오기도 한다. 반면 뼈를 가지고 하면 3주 정도가 걸린다. 뼈에서 단백질을 분리해야되는데 칼슘 때문에 단백질이 분리가 잘 되지 않는다. 칼슘 부분을 약품으로 처리해 빼내는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경찰이 왜 국과수에 뼈를 맡겼는지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치아 모양과 치과 진료 기록을 대조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또 경찰에서 의뢰할 때 유병언이 아닌 일반 행려병자로 판단하고 일을 진행했다고 본다. DNA 분석하는 데 순서가 있으니 기다리다가 더 지체된 것 같다."

 -보통의 경우 뼈 말고 신체 어느 부위로 DNA 검사 하나.

 "보통 간이나 혈액으로 한다. 이번에는 시신에 살점이 별로 없으니까 뼈로 한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뼈가 아닌 조직을 같이 보내는 게 맞다. 다른 조직에서 안 나오면 뼈로 판별해달라고 해야 한다. 초동 조치가 잘못된 거다."

 -통상 신원 확인 과정이 어떻게 되나.

 "우선 신분증이 있나 살펴보고,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정도면 실종자로 신고된 명단을 찾아볼 것이다. 성별과 키 등 인상착의로 찾아보겠고. 이런 절차로 신원 확인을 할 수 없으면 지문이나 DNA를 대조한다. DNA 검사는 국과수에서만 할 수 있다."

 -40일이나 지났는데 지문을 채취할 수 있나.

 "지문 채취에 2번 실패하고 3번째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지문만 채취해도 가치는 굉장히 높다. 지문은 사람마다 다 다르고 평생 변하지 않아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범죄 수사에 이용돼 왔다. 요즘에는 기법이 많이 발달했지만 지문 채취가 보기보다 어렵다. 열심히 신경써서 하면 나올둥 말둥 하다. 유 전 회장이라고 하니까 신경을 바짝 세우고 검출한 것 같다."

 -자연사와 자살, 타살 등 사망 경위에 대해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수사를 통해 밝혀낼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부검으로는 사망 경위를 밝혀낼 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다. 사망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은 시신을 부검해도 사망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부패가 진행됐기 때문에 부검으로 사인을 밝힐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그래도 사인을 밝히려는 노력을 당연히 해야 한다."

 -자연사와 자살, 타살 중 어떤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

 "현재까지 타살을 의심할만한 근거가 없다고 알고 있다. 다만 나중에 증거가 나오면 얼마든지 사인은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자살했을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자살을 할 생각이었으면 은신처로부터 2.3㎞나 떨어진 곳으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정황적으로 보면 은신처에 숨어 있다가 경찰이 들이닥치니까 도망간 것 같다. 이 분의 나이가 73세였는데 산길을 허겁지겁 걷는 안전하지 않은 모습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 독극물에 대한 의심도 하는데, 독극물은 종류에 따라 부검에서 나오는 것이 있고 안 나오는 것이 있다. 이 외에도 지병 등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수사를 통해 밝힐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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