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음악이 주요 모티브로 사용되는 그의 소설도 꽤 많다. 작품 속에서 언급되는 음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다. '1Q84' 속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속 리스트의 '순례의 해' 등 소설에서 마치 배경음악처럼 사용된 곡들이 새삼 조명되기도 했다.
무라카미가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지휘자 오자와 세이지(80)와 만났다. 1950년대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적인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사사한 오자와는 1961년 레너드 번스타인이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취임했다. 특히 1973년 보스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이래 근 삼십 년 동안 같은 오케스트라를 맡아 음악사에 진기록을 남겼다. 2002년부터 빈 국립오페라극장 음악감독으로 활약했고, 사임 후 2010년 빈 필하모니 명예단원 칭호를 받았다.
2011년 식도암 수술 후 휴식하다 무라카미와 인연이 닿아 대담집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를 출간, 일본의 '고바야시히데오상'을 받았다. 자유로운 정신과 유연한 지성을 근간으로 새로운 세계상을 제시한 작품에게 주는 상이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이 책에서 두 거장은 오자와의 지휘로 사이토 기넨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브람스 교향곡 제1번 다단조 작품68과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장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5번 내림마장조 작품82 등 다양한 곡을 함께 들으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오자와의 팬이던 무라카미의 기획으로 성사된 이번 인터뷰 프로젝트는 1년여에 걸쳐 진행됐다. 무라카미가 가나가와 현 자택이나 도쿄 작업실로 오자와를 초대하기도 하고, 오자와가 주관하는 '스위스 국제음악아카데미'의 수업이 한창인 스위스 레만 호수 연안으로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콘서트와 콘서트 사이, 제네바에서 파리로 이동하는 특급열차에 몸을 실은 오자와 옆좌석에 앉기도 한다.
주로 무라카미가 묻고 오자와가 답하는 형식이다. 사이토 기넨 오케스트라가 탄생한 근원점인 스승 사이토 히데오에 대한 추억, 뉴욕 필 부지휘자 시절 번스타인과의 에피소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빈 국립오페라극장 음악감독 재임 시절 이야기 등 오자와의 인생을 차분히 돌아본다. 베토벤, 브람스, 말러 등 명곡 클래식의 음악 이야기도 주고받는다.
대담은 밑줄을 그으면서 읽어야 할 인상적인 부분이 많다. 특히 오자와가 "이만큼 나이를 먹어도 역시 변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엔 거침없이 줄을 쳐야 한다. "실제 경험을 통해서 변하죠. 그게 어쩌면 지휘자란 직업의 한 특징일지도 모르겠어요. 다시 말하면 현장에서 변화하는 거예요. 우리는 오케스트라가 실제로 소리를 내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거든."
자신이 악보를 읽고 머릿속에서 음악을 하나 만들어내 그걸 오케스트라와 함께 실제 소리로 만들어가는 건데, 그 와중에 변화와 창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인간과 인간의 현실적 관계가 있는가 하면, 음악의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이냐 하는 음악적 판단도 있죠." 364쪽, 1만4000원, 비채
한편, 2011년 일본 출간 당시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데카(Decca)에서는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속에 등장한 곡들을 세 장의 CD로 한데 엮어 발매했다. 오리콘 앨범 차트 클래식 부문에서 오랜 기간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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