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시인 40년 '일요일과 나쁜 날씨'

'자두나무', '일요일', '야만인' 등 시집에 지배적으로 사용된 시어에 숙련된 감각이 부여된 이유다.
특히 자두나무는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한다. "붉은 것은 자두나무의 옛날, 자두나무가 서럽게 울 때 저 자두나무는 자두나무의 이후, 자두나무의 장엄"(눈 속의 자두나무)이라고 노래할 때 시공간이 소환되는 것이다.
시인은 결국 '자두나무'라는 상관물을 통해 장엄한 시간이 찰나와 찰나의 모음이라고 전한다. 자두나무의 삶이 380만 년을 이어온 인간의 역사와 자연스레 역치된다.
그래서 "죽음이 왼쪽 눈으로 나의 부재를 본다. 후박나무 잎이 떨어질 때 오후 5시는 집개가 조용히 숨을 거두는 마당에 도착하고 당신은 본다. 우연을 확장하는 이 부재의 시각을"(야만인을 기다리며) 견뎌야 한다.
장씨는 문명화된 우리가 기다리는 유일자는 야만인이라고 여긴다. 야만은 증상이나 징후가 아닌 존재다. 형태가 없는 삶 자체다. 그런데 문명은 미명 하에 야만을 억압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야만인이자 유일자이자 독자는 자두나무 옆에 서 있다. 172쪽, 9000원,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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