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가 처형한 알-님르는 누구?…유전지대 동부 분리독립과 자유선거 주장

【마나마=AP/뉴시스】이슬람 수니파 맹주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2일(현지시간) 시아파 성직자를 포함해 테러 혐의로 사형이 내려진 47명에 사형을 집행했다. 이날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은 내무부를 인용, 사형은 이날 수도 리야드와 12개의 도시에서 나뉘어 집행됐다면서 사형수의 대부분인 45명은 사우디 국적자이고 이집트와 차드 국적자도 1명씩 포함됐다고 전했다. 다수 사형수는 알카에다와 연결된 테러 공격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란 등 시아파 진영이 사면을 강력히 요청한 50대 중반의 사우디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님르 알님르의 사형도 이날 집행돼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014년 10월 15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 외곽 서부에 위치한 사나비스에서 한 시위자가 알님르의 사진을 들고 있다. 2016.01.02
알-님르는 사우디내 소수 이슬람인 시아파를 대표하는 성직자이다. 지난 2010년부터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을 휩쓴 '아랍의 봄' 사태가 이듬해 사우디 시아파 중심지인 동부 카티프지역까지 확산됐을 당시, 그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 바로 알-님르이다.
1959년 생인 알-님르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아랍의 봄' 이 일어나기 이전인 2000년대 중반부터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외교 전문에 따르면, 미국 외교관들이 지난 2008년 알-님르를 만나 사우디 내 정치상황을 논의했을 정도로 그는 이미 외교가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는 당시 미 외교관들에게 시아파 종주국가인 이란과 거리를 두면서, 사우디 내 시아파에 대한 차별철폐운동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알-님르는 이슬람 수니파는 물론 시아파의 폭압적 정치지도자들에 대해서도 가차없는 비판 목소리를 냈다. 2011~2012년 카티프 지역에서 시아파 주민들의 시위를 사실상 이끌면서도 폭력보다는 평화적 시위를 주장했다. 알-님르는 지난 2012년 거주지인 알아와미야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부상을 입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가 이란은 물론 국제사회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알-님르의 처형을 강행할 정도로 강경한 자세를 취한 이유는 그가 시아파 거주지이자 유전이 밀집된 동부지역의 분리독립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오일 머니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 입장에서 알-님르는 '돈줄'을 위협한 셈이다.
게다가 알-님르는 자유선거를 주장해 사우디 내 민주화 세력에게도 인기가 높아 왕정에 위협이 돼왔던 것이 사실이다.사우디 뿐만 아니라 인근 바레인 왕가에게도 알-님르는 눈엣가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사우디는 알-님르의 처형을 통해 소수 시아파의 준동을 막고, 동부 유전지역을 보호하는 한편, 민주화의 싹을 자르겠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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