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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신동엽 감독 "100만 촛불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등록 2016.11.17 09:39:06수정 2016.12.28 17: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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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인턴기자 = 1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치외법권' 시사회에 참석한 신동엽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5.08.18.  lassoft2@newsis.com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소환됐다. 가장 먼저 이번 사건과 매우 유사한 이야기가 담긴 것 뿐만 아니라, 사건 당사자들 이름을 한 등장 인물까지 나온 JTBC '밀회'(2014)가 회자됐다. 가장 최근에는 박 대통령이 한 병원 VIP 서비스를 받으면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썼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이번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어 보이는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까지 불려나왔다.

 이런 작품들 중 하나가 영화 '치외법권'(2015)이다. '응징자'(2013) '웨딩 스캔들'(2012) 등을 만든 신동엽(39)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치외법권'은 두 명의 형사가 비리 집단을 수사하는 내용을 그리는데, 이 비리 집단은 종교 단체로 대통령까지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어서 최근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런 신 감독이 차기작으로 '비선 최순실' 사태를 다룬 '게이트'(가제)를 만든다고 발표하면서 이 영화가 어떤 작품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 시나리오가 완성된 상태이며 캐스팅 작업 중에 있다. 내년 2월께 본격 촬영에 들어가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게이트'가 개봉하게 되면 영화계에서 '최순실 사태'를 다룬 첫 번째 작품이 될 것이다.

 다만 이 작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 감독이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온 연출가이기는 하나 그동안 관객과 평단의 호응을 크게 얻지는 못했다는 점, 주로 코믹한 영화를 해왔기 때문에 이 사안을 너무 가볍게만 다룰 경우 안 하느니만 못 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신 감독에게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게이트', 어떤 영화인가.

 "기본적으로 서민들의 이야기이고, 코믹한 영화다. 물론 최순실 사태에 대한 풍자가 들어갈 것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비선 실세를 수사하던 촉망 받는 엘리트 검사가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후, 변두리 동네 일가족과 함께 끊임없는 사건사고를 겪으며 권력에 유쾌한 복수를 하는 내용이다."

 -어느 정도의 풍자가 담길 예정인가.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문화계의 이번 사태를 풍자하는 행위가 단순 흉내내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너무 대놓고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받는 피해가 워낙 광범위하지 않나. 이런 것들을 에둘러 갈 방법이 없더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영화를 보면 바로 이 사건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떠오를 정도로 만들 예정이다."

 -'치외법권'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더라.

 "사실 당시에는 그게 말이 되냐며 욕도 많이 먹었다.(웃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사건으로 권력 상부층 비리를 고발하는 작품들의 경향이 변할 거라고 본다. 뉴스가 영화를 시시하게 만들고 있다. 나름 엄청난 음모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도 관객 입장에서는 이제 별로 놀랍지 않은 게 됐다. 현실이 더 대단하니까. 그러니까 이번 사건을 다루지 않고서는 영화가 만들어질 수가 없는 거다. 영화라는 게 현실을 외면하고는 만들어질 수가 없다. 다만 이 기막힌 현실을 어디까지 따라잡아야 할지 당황스러운 상황인 것 같다."

 -하야·탄핵 이야기까지 나오는 엄중한 시국이다. 이 소재를 가지고 코믹한 영화를 만들어서 어쩌자는 거냐는 지적도 있다.

 "VIP(박 대통령)가 가명으로 '길라임'을 사용했다는 것보다 웃긴 게 있나. 이것보다 절대 웃길 수 없다. 우리 영화가 현실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날카로우면서 재밌는 만평 같은 영화로 만들 것이다. 진지한 건 그런 영화를 잘 만드는 분들이 할 것이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거다."

 -시류에 편승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상황에서 시류에 편승해야 하지 않나. 안 할 수가 없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바뀔 수 없는 것 아닌가. 100만명이 광화문에 촛불을 들고 묑는 상황에서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만든다. 창작자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 상태가 됐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을 대놓고 풍자하는 영화를 만드는 데 두려움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두려움은 없다. 두려움이라는 게 나 홀로 외로운 길을 간다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나. 지금 영화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의 각종 의혹과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내가 가진 그릇 안에서 풍자해볼 생각이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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