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강남구, 일원동 쓰레기소각장 문제 정면충돌

강남구는 27일 자원순환과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을 직무유기·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강남구는 고발장에서 "서울시 관련 공무원들은 강남자원회수시설을 감독·지도할 위치에 있음에도 아무 조치나 조사조차 없이 방치하고 더구나 강남구의 거듭된 대책촉구나 자료제출 요청마저 묵살하며 직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강남구와 소각장 운영주체간 갈등이 문제의 원인…결국 소송전으로 비화
서울시와 강남구에 따르면 이번 사안은 일원동 강남자원회수시설을 운영하는 '강남주민지원협의체'와 강남구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 협의체를 새로 구성하려는 강남구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존 협의체 위원들간 알력이 심해지면서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 격으로 서울시에 불똥이 튄 셈이다.
강남구와 협의체의 관계는 지난해 협의체가 강남환경자원센터(재활용분리수거사업) 운영 입찰에 참여했다가 탈락한 뒤부터 악화되기 시작했다.
협의체는 이후 주민감시요원 피로도와 미세먼지 발생 등을 이유로 소각장 쓰레기 반입시간을 당초 '오후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에서 '오전 4시부터 낮 12시까지'로 변경했다.
시간 변경은 대형 수거차량으로 쓰레기를 반입하던 인근 7개 자치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강남구는 당장 타격을 입었다. 강남구는 소각장이 가까운 곳에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소형인 수거차량을 운행해왔고 쓰레기가 가득 차면 그때마다 소각장으로 가서 쓰레기를 처리했다. 그러나 반입시간이 변경되면서 강남구는 관내에서 모아온 쓰레기를 인근 교량 밑에 일시적으로 옮겨놨다가 다시 모아 소각장으로 보내는 등 불편을 겪었다.
나아가 협의체는 지난해 8월 의료폐기물 등이 섞여있다는 이유로 강남구 쓰레기차량에 대해서만 반입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 때문에 강남구는 쓰레기를 인천 수도권매립지까지 보내야했다. 강남구는 협의체가 의도적으로 의료폐기물이 섞여있는지 여부를 강도 높게 검사하고 있다는 의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게다가 강남구는 협의체가 쓰레기 관련 사업자들의 이권 장악수단이 됐다고 보고 있다.
강남구 관계자는 "협의체 위원들 등기부등본을 뗐더니 (쓰레기 수거 관련) 사업체의 대표나 이사거나 대표의 부인이나 대표의 동생들이었다"며 "소각장은 공익시설인데 이 사람들은 소각장을 자기들 사업을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참다못한 강남구는 협의체 위원 교체작업에 착수했다.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선거를 통해 선출하던 협의체 위원(주민대표)을 공개모집 방식으로 뽑음으로써 기존 협의체를 사실상 해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간 강남구의회는 주민들이 선출한 협의체 위원을 그대로 서울시에 추천하고 서울시는 명단 변경 없이 위촉해왔지만 협의체와의 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마당에 강남구 측으로선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등에 관한 법률'상 자치구의회에 부여된 위원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진 셈이었다.
결국 강남구의원, 환경전문가, 유관단체장 등 11명의 심사위원은 주민지원협의체 임기만료(2월20일)를 1개월여 앞둔 지난달 13일 협의체 주민대표 8명을 선정했다.
그러자 기존 협의체는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자치규약에 의거하지 않은 관선위원 위촉은 불법"이라며 구의회의 의결사항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으로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입장이 난처해진 서울시는 중립을 지켰다. 서울시는 가처분 신청이 진행 중이라는 등의 이유로 다음달 31일까지 새 협의체 위원 위촉을 유보하고 기존 위원들의 임기를 새 위원이 위촉될 때까지 연장했다.
그러자 강남구와 강남구의회는 21일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고 27일 강남구가 서울시 공무원들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구의회가 추천한 신규 협의체 위원 위촉을 유보해 직무를 유기했고 기존 협의체 위원의 임기를 연장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었다.
강남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기존 협의체 위원들에게 놀아나고 있다"며 "서울시가 새 위원들을 위촉하면 강남구가 새로운 협의체와 협의해서 쓰레기를 반입시키면 되는데 왜 서울시가 기존 협의체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냐"고 서울시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과 강남구청 사이에 끼인 서울시 '난감'
강남구와 협의체간 갈등을 그간 지켜봐온 서울시는 한쪽 편을 들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28일 서울시청에서 기자들을 만나 "기존 협의체가 서울행정법원에 제소한 구의회 결의 취소건과 1642명의 집단민원 등 주민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남구청 청소행정과장과 2월16일 사전에 협의해 3월까지 유보한 사항"이라며 강남구의 소송 제기에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는 환경에너지기획관 주재 간담회 개최 등 수차례 개선대책을 협의했지만 강남구와 주민지원협의체간의 갈등으로 정상적인 대화가 결렬됐다"며 "구의회 의장과의 면담을 통해서도 갈등해소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구의회 중재 노력 등 협조를 요청했다"고 그간 서울시의 조치를 소개했다.
그는 또 "강남구의 구의회의 협의체 위원 추천 행위에 대해서는 서울지방법원에서 다음주 월요일 심의가 예정돼있어서 이를 앞두고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 자체가 권리 구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서울시가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남구가 위원을 선정한 방식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만 기존 협의체가 위원을 (자체적으로) 선정하던 방법을 바꾼 것이 더 큰 갈등을 조장한 문제가 있었다"고 강남구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서울시는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에 따라 향후 대응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행정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강남구·강남구의회와 협의해 협의체 위원 재선정 절차를 밟는다. 반대로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 이번에 구의회가 추천한 대로 협의체 위원들을 위촉할 방침이다.
나아가 서울시는 매립지·소각장 운영 관련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주민지원협의체 연임규정, 구성방법, 전문가 추천 등 쓰레기 처리 제도상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을 해결해달라고 환경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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