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세자 "이스라엘, 영토 권리 있어"…관계 개선 시사

【런던=AP/뉴시스】사우디 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3월 7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만나기 위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영국 총리관저를 방문했다. 2018.4.3.
양국 모두 미국 동맹이자 이란과 적대 관계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사우디 아라비아의 최고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 역시 국가로서 영토를 보유할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 정책의 대대적 전환을 시사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유대인들이 선조들이 살던 땅 일부에서 국가를 세울 권리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 같이 주장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나는 모든 사람들이 어디서든 평화로운 국가에서 살 권리가 있다고 본다"며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 모두가 자신들의 땅을 보유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모두가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고 정상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평화 협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해결을 위한 합의가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교적 이유로 이스라엘의 존재를 반대하지는 않냐는 질문에 "예루살렘 내 신성한 사원의 운명과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를 놓고 종교적 우려를 갖고 있지만 그 뿐이다. 우리는 다른 어떤 사람들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빈 살만은 "우리 나라는 유대인들과 문제가 없다. 예언자 무함마드 역시 유대인 이웃이 있었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많은 유대인들이 사우디에 들어오고 있다. 기독교인들과 무슬림, 유대인들 사이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규모에 비해 큰 경제를 갖고 있고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며 "평화만 조성된다면 당연히 우리는 물론 이집트, 요르단,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과 이스라엘이 공유하는 이익이 많다"고 주장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발언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관계의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양국은 아직까지 정식으로 수교하지 않았다. 같은 이슬람권인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유대인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도 않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최근 몇 년 사이 물밑에서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 왔다. 두 국가 모두 중동 내 미국의 최대 동맹이며, 이란을 역내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는 사우디의 한 군 장성이 예루살렘을 방문해 이스라엘 의원들과 회동했다.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공식 석상에서 이스라엘 관료들을 만난 경우도 몇 차례 있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달에는 인도 항공사 에어인디아 항공기들이 자국 상공을 통과해 이스라엘 행정수도 텔아비브를 오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올해 1월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을 때 일각에서는 미국과 사우디, 이스라엘이 이번 기회를 활용해 함께 이란을 억제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며 "히틀러는 유럽을 정복하려 했지만 이 최고지도자는 세계를 정복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둘 모두 악랄한 자들이다. 그는 중동의 히틀러"라며 "우리는 유럽에서 벌어진 일이 중동에서도 발생하길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정치 경제적 행동과 정보 활동을 통해 이를 막아야 한다. 우리는 전쟁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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