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A 실탄 100조 어디로…AI? 車반도체?
한종희 부회장 "부품·세트 다 가능성 열어 놔"
전장 분야 투자 유력하지만 고평가·반독점 우려
AI, 6G, 로봇 등 포함해 제3의 기업 인수 가능성도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근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며 대형 M&A(인수합병) 성사 가능성을 언급하자, 어느 기업이 인수 후보군에 오를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초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투자 결정이 한층 더 빨라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래 전장(자동차 전기장비) 사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나타냈다는 점에서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 기업의 인수가 유력할 것으로 추정해왔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수급난으로 관련 기업의 몸값이 높아진 데다, 한 부회장이 반도체뿐 아니라 전방위적인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인공지능(AI), 차세대 이동통신 등으로 투자처를 넓힐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삼성전자의 M&A 후보군으로는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등이 거론돼 왔다. NXP는 2004년 필립스 반도체 사업부문이 분사해 세운 자동차용 반도체 전문 업체다. 이 회사는 통신, 차량, 교통카드, IC, NFC 등 차량을 넘어 광범위한 '교통' 기술에 활용되는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인피니온은 독일의 시스템 반도체 기업으로, 1999년 지멘스의 반도체 사업부를 분사해 설립됐다. 2006년 메모리 사업 부문을 분사했고, 현재는 자동차, 산업, 전력용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 1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 탓이다.
자동차 업계는 제조사와 부품사 간 오랜 기간 거래를 통해 쌓아 올린 협력 관계를 중시하는 관행이 있다. 제품 개발과 사업화에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M&A 전략은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NXP(21%), 인피니온(19%) 등 순이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 있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NXP가 인수한 프리스케일이 차량용 마이크로 컨트롤러 반도체를 양산 중이고, 인피니언에 인수된 사이프러스도 이곳에서 차량용 전력 반도체를 설계·생산한다.
삼성전자는 둘 중 한 곳만 인수해도 단숨에 시장 1, 2위를 노릴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기존 생산설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지난해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이들 차량용 반도체 선두기업들의 몸값이 급격하게 뛰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NXP는 앞서 퀄컴(Qualcomm) 2016년 440억달러(약 52조8000억원)에 인수를 추진하다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외신 등에 따르면 NXP의 시장가격은 지난해 기준 680억달러(약 80조원) 수준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2017년 커넥티트카(Connected Car)와 오디오 분야 전문기업인 하만을 인수하면서 투입한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의 8배 수준이다. 당시 이 거래는 국내 최대 규모의 M&A 투자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말 보유한 순현금이 100조원이 넘어 인수대금을 치를 역량은 충분하지만, 시기상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업계 4위(14%·2019년 기준)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5위(13%) 스위스 마이크로칩 일렉트로닉스 등으로 눈높이를 낮출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전장에 국한하지 않고 아예 새로운 분야에서 M&A 기회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전장 외에 인공지능(AI)이나 차세대 이동통신 등에서 대형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AI 분야에서는 전 세계 거점 지역에 포진한 7곳의 '글로벌 AI 센터'를 설립하고 선행 기술 확보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를 달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6세대(6G) 등에서도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청와대 초청 만찬에서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 통신과 백신은 비슷한 면이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6G도 내부적으로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 역시 M&A 유력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첨단 로봇 기술을 보행 보조, 서빙, 가정생활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등 로봇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또 최근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해 사업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한 부회장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밝힌 만큼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라는 새로운 통상 질서 속에서 기존과는 다른 M&A 전략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M&A 업계는 각국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되는 일이 늘면서, 반독점 이슈까지 고려해 투자할 필요성이 생겼다. 국제 협약에 따라 M&A를 진행하는 기업들은 경쟁국 반독점규제기관의 심사와 승인 절차를 받아야 한다.
앞서 퀄컴이 NXP반도체 인수를 2018년 7월 포기하기로 한 것은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서다. 퀄컴은 인수 포기의 대가로 NXP 측에 20억달러의 손해 배상금을 지급과 주주 보상안으로 최대 3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손해를 입었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투자가 나올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소재장비 전문업체 에프에스티, 반도체 박막 공정 소재기업 ㈜디엔에프에 각각 430억원과 21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대형 M&A가 삼성전자가 그리고 있는 미래 청사진을 엿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당초 예고 했던 대형 M&A 시한이 3년에서 1년으로 짧아진 만큼, 이재용 부회장 복귀 이후 본격화 된 '뉴삼성' 로드맵 실현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은 "M&A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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