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빵·소주까지 '오픈런'…"이렇게까지 해야하나"
개점 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오픈런' 유행
심부름, 구매대행 등 아르바이트 현상도
소비자들 "내 돈 주고 사는데"…피로감 호소
전문가 "희소성 과시하려는 욕구…경계해야"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른 시간 백화점 앞에서 긴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을 외신이 주목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샤넬 핸드백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을 앞에서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시내의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2021.12.16.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1/12/16/NISI20211216_0018259132_web.jpg?rnd=20211216101704)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명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른 시간 백화점 앞에서 긴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을 외신이 주목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샤넬 핸드백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을 앞에서 줄을 서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시내의 한 백화점을 찾은 시민들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는 모습. 2021.12.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1. 대전에 거주하는 김모(32)씨는 새벽 기차를 타고 오전 7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이슨 매장에 도착했다. 그는 근처 카페에서 몸을 녹이다가 첫 손님으로 입장해 고대하던 헤어 드라이어를 손에 넣었지만, 어딘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김씨는 "막상 사고 나니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2. 평소 술을 즐기는 신현주(24)씨는 새로 나온 소주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오픈런'에 나섰다. 그러나 구매에는 실패했다. 신씨는 "오전 10시께 여의도역 지하철에서 백화점까지 가는 지하 통로가 사람들로 꽉 찼더라. 시간에 딱 맞춰 간 탓에 못 샀다"고 말했다.
원하는 제품을 갖기 위해 매장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 구매하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일반 소비 품목에까지 번지고 있다. 물량이 적은 명품 구매에서 제한적으로 나타나던 현상이 대중적인 소비 방식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과열 양상 등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에서 시작한 오픈런 열기의 바통이 올 상반기 출시된 SPC삼립 베이커리의 포켓몬빵으로 이어졌다. 해당 상품은 출시된 지 40여일 만에 100만 개 이상 팔렸고, 품귀현상을 빚었다. 온라인에서는 "편의점 물량이 들어오는 오후 10시~밤 12시 사이를 공략해야 한다"는 일종의 팁이 공유되기도 한다.
본래 오픈런은 문화·예술계에서 종영 기한을 정해놓지 않는 공연 형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매장문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가, 문이 열리면 달려가 원하는 제품을 손에 넣는 구매 형태를 이르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명품 브랜드 소비에서 주로 나타났는데 최근 빵, 소주, 가전제품 등 일반 소비 품목에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일례로 가수 박재범이 주류 사업을 시작하면서 내놓은 '원소주'의 경우 정식 매장이 열리기도 전에 전 물량이 품절됐다고 한다. 지난 달 25일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서 팝업스토어가 열렸는데, 개점 시간전부터 수백명의 대기자가 몰리면서다. 이날 매장을 방문한 인파는 1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전제품 업체 다이슨의 헤어 드라이기 '에어랩'도 품귀 현상을 빚으며 오픈런 대열에 합류했다. 온라인 상에서 물량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소비자들이 한남동에 있는 다이슨 매장 개점 시간도 전에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시민들이 포켓몬 빵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오픈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 2022.04.07. 20hwa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2/04/07/NISI20220407_0018675575_web.jpg?rnd=20220407092158)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시민들이 포켓몬 빵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오픈시간 전부터 대기하고 있다. 2022.04.07. [email protected]
이처럼 최근 유통가에 오픈런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소비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부름, 구매대행 애플리케이션(앱)에 시간당 2~3만원씩 각종 오픈런 대행 아르바이트가 등장하는 것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오픈런 열기에 동참하면서도 일부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직장인 윤모(25)씨는 여자친구 선물로 '에어랩'을 구매하려는 과정에서 오픈런 문화를 경험했지만, 구매에는 실패했다. 그는 "내 돈 주고 사겠다는데 이렇게까지 고생해야 하나 싶었다. 오히려 매장 측에 읍소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일종의 마케팅 전략인지, 진짜 물량이 없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모(26)씨도 "원래도 기다리는 문화는 있었지만, 매장 개점 몇 시간도 전에 와서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다"며 "온라인 대기 시스템을 만드는 등 다른 방법이 있을텐데 오픈런 자체가 너무 만들어진 유행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오픈런 현상과 관련, 최근 소비자들이 돈 이상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평가했다.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제품보다, 시간까지 투자해서 살 수 있는 물건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설명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예전에는 비싼 제품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면, 이제는 희소한 제품을 구해내는 '득템력'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취향을 공유하는 집단 안에서 인정받고 성취감을 보여주는 것들이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기업이 마케팅에서 희소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우 소비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어 과열된 오픈런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진주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희소성이라는 가치 외에 상품 본연의 가치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떨어질 경우 소비자들이 기대 대비 실망을 하게 된다"며 "희소성만을 강조하는 마케팅은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