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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판사는 중과실 있어야 배상 책임' 위헌심판 각하

등록 2023.04.07 10: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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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 패소한 변호사

'중과실 입증' 요구한 대법 판례 이의제기

헌재 "판단 기준 제시한 것일뿐" 5대4 각하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3.02.09. blues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2023.02.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판사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려면 '중과실'이 입증돼야 한다는 현행 대법원 판례를 두고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에서 각하 결정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 서영효 부장판사가 제청한 국가배상법 2조 1항 본문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을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법원이 본안 판단 없이 내리는 결정이다.

전상화 변호사는 과거 자신이 수임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고의 또는 과실로 위법한 판결을 선고했다며 국가배상을 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배상법 2조 1항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

그러나 1~3심 법원 모두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국가배상 책임을 엄격하게 해석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법관의 잘못에 따른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선 '중과실'이 입증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판단한 바 있다.

이에 전 변호사는 다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와 함께 대법원이 법 조항에 없는 '위법·부당한 목적이나 중과실 유무'를 입증하도록 요구한 현행 판례가 잘못됐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서 부장판사는 "이를 통해 국민의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을 지나치게 축소했다. 이러한 법률 해석은 일반 공무원의 직무집행과 비교해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에만 일종의 특전을 부여하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며 전 변호사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그러나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은 현행 규범 통제 제도에 어긋나 허용될 수 없다"며 제청을 각하했다.

헌재는 "대법원은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의 인정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국가배상책임의 성립요건인 고의 또는 과실, 법령 위반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며 "새로운 성립 요건이 가중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문형배 재판관은 반대 의견에서 제청 자체는 적법해 본안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문 재판관은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책임을 넓게 인정하면 법관이 그것을 의식해 소신에 따른 판결을 하지 않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즉 법관이 장차 발생할지도 모를 국가배상책임 또는 국가에 의한 구상을 의식해 그것을 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 재판관은 "이는 실질적으로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법관의 재판상 직무행위로 인한 국가배상의 책임은 보다 엄격히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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