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그룹 CEO 물갈이"…농협금융지주 이찬우號 과제는

등록 2025.01.15 07:00:00수정 2025.01.15 09:27:0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9개 계열사 중 6곳 대표 교체, 강호동 농협중앙회 체제 굳어져

금융지주 독립경영 가능할까…내부통제·경쟁력 강화 과제로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25일 오후 도청에서 열린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제16차 회의에서 김경수 도지사로부터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임명장을 받은 이찬우 신임 위원장이 취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사진=경남도 제공) 2020.05.25. photo@newsis.com

[창원=뉴시스] 홍정명 기자=25일 오후 도청에서 열린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제16차 회의에서 김경수 도지사로부터 경제혁신추진위원회 위원장 임명장을 받은 이찬우 신임 위원장이 취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사진=경남도 제공) 2020.05.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연말연시 NH농협금융그룹 인사에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비롯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대거 물갈이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체제에서 이뤄진 첫 대단위 교체다. 주로 영남 출신 측근들로 채워지면서 농협금융의 독립 경영과 계열사별 시장 경쟁력 확보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이번 인사에서 지주 회장을 비롯해 은행·생명·카드·손해보험·캐피탈·저축은행 등 9개 계열사 중 6곳의 CEO 교체를 단행했다. 지주 포함 10곳의 CEO 중 6명이 강호동 회장과 동향인 영남 지역 출신들로 채워졌다.

이찬우 지주 회장 내정자는 부산 출신으로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경남 합천 출신인 강호동 중앙회장과 같은 PK(부산·경남) 동향인 점이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과의 지주 회장 후보 평가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용범 전 차관은 전남 무안 출신이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은행 서울강북사업부장과 디지털전환(DT)부문 부행장, 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강 회장 라인으로 꼽힌다. 송춘수 농협손보(경남 합천), 박병희 농협생명(경북 청도), 김현진 벤처투자(경북 의성), 임정수 농협리츠(경북 안동) 대표 등도 강 회장과 동향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졌다.

농협금융의 2인자로 현재 회장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이재호 농협금융 전략기획부문 부사장은 경남 하동 출신이다. 강 회장이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이던 시기 농협은행 합천군 지부장이었다. 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된 김병화 사외이사는 과거 강 회장과 함께 농협중앙회 이사로 활동하며 친분을 쌓은 인물이다.

이 같은 조직 수뇌부 포진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는 강호동 체제가 굳혀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내부통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최대 화두인 금융권에서 농협중앙회장이 금융회사에 대해 직접적인 인사권을 행사한 사례라 주목된다.

농협은행은 지난해에만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10억원 이상 금융사고 6건을 공시한 바 있다. 3월 109억원, 5월 110억원 배임에 이어 9월 121억원 횡령, 10월 140억원 사기 등 100억원이 넘는 대형 금융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에 강태영 은행장은 이달 초 취임 일성부터 "업무 재설계로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취약점을 전면 재정비해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제로화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찬우 지주 회장 내정자는 오는 2월 3일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취임 후 과제로는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서 농협금융의 독립 경영으로 계열사 분야별 시장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최근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이 실명계좌 제휴 은행을 농협은행에서 국민은행으로 변경한 것도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내정자가 강호동 체제에서 낙점된 만큼 전임 이석준 회장처럼 날을 세우고 신경전을 벌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이 전 회장은 NH투자증권 대표 인사와 관련해 강 회장과 대립각을 드러냈고 지난달 임기 만료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융당국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의 고질적인 지배구조 문제와,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금융사고 지속과 관련해 집중 검사를 벌였지만 현 정국 사태 등으로 유야무야된 상태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다른 금융지주와 시중은행들은 잇달아 세대교체 파격 인사를 단행하며 분야별 업계 전문가들을 앞 다퉈 등용하고 있다"며 "지분 100%를 보유한 대주주가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맞지만, 현 시대에 아직도 고향 출신을 경영진 인사의 가장 큰 고려 사항으로 삼는 조직의 경쟁력은 점점 더 뒤쳐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