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TR ETF, 어떻게 바뀌나요[금알못]
![해외 TR ETF, 어떻게 바뀌나요[금알못]](https://img1.newsis.com/2022/12/20/NISI20221220_0001157276_web.jpg?rnd=20221220092447)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일부 상장지수펀드(ETF) 이름에 붙어있던 'TR(토탈리턴형)'이란 글자를 보신 분들이 있을 겁니다. 토탈리턴, 즉 이자·배당 등 분배금 수익을 그때그때 지급하지 않고 '한꺼번에 돌려준다'는 뜻인데요. ETF를 완전히 매도하기 전까지 분배금 전액을 자동 재투자해주는 상품을 말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해외주식형 TR ETF에 대해 사실상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따박따박' 현금보단 장기 투자로 복리 효과를 선호하던 투자자들에겐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소식입니다. 7월부터 어떤 점이 바뀌는지 정리해봤습니다.
우선 현재의 TR은 이자·배당 수익, 투자자산 매매·평가 이익 등이 발생해도 이를 분배하지 않고 전액 재투자합니다.
예를 들어 1만원을 투자해 지급됐어야 할 배당금 500원(5%)이 자동 재투자되는 식입니다. 다음에는 1만원에 500원이 더해진 1만500원에 대한 5%가 붙게 돼 원금과 이자가 합해진 금액이 운용됩니다.
이 경우 당장 수익을 분배받지 않기 때문에 배당소득세 등 세금을 당장 낼 필요가 없습니다. 과세는 환매, 양도 시점에 보유 기간을 기준으로 이뤄져 사실상 과세 이연 효과가 있었던 겁니다.
배당금을 알아서 재투자해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 일반적인 상품이라면 나갔을 재투자 거래 비용을 아끼는 효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미국 S&P500, 나스닥100 등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보유 기간에 이자·배당 수익이 발생하면 매년 소득세를 원천 징수하게 됩니다. 적용 대상은 7월1일부터 발생한 이자·배당 수익입니다.
기획재정부는 1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ETF들로 ▲KODEX 미국S&P500TR ▲KODEX 미국나스닥100TR ▲TIGER 미국S&P500TR(H) ▲TIGER 미국나스닥100TR(H) ▲TIGER 미국나스닥100TR채권혼합Fn ▲RISE 미국고정배당우선증권 TR ▲SOL 미국배당다우존스TR 등 7개 종목이 있습니다. 순자산 규모는 약 6조원입니다.
TR ETF 금지령이 떨어진 이유는 과세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세법상 펀드는 반드시 연간 1회 결산·분배를 해야 하는데 시행령에는 ETF가 지수 구성 종목을 교체할 때 발생하는 이익은 바로 분배하지 않고 유보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자산운용업계는 이 조항을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것도 ETF 지수 종목의 변경에 해당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TR형 ETF를 출시해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TR형 ETF는 도입 당시에도 말이 많았던 논란의 상품이었기 때문에 "터질게 터졌다"란 반응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아쉬운 소식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래서 정부도 모든 TR 형태를 금지하진 않고 해외주식형 국내 ETF만 막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국내주식형 ETF는 국내 시장 육성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으는 해외지수 TR들은 바뀐 세법 틀에 따라 일반적인 분배형 상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업계에서도 아직까진 다른 묘수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매분기, 매반기 '따박따박' 현금 분배보다 재투자의 장점을 높게 산 투자자들을 위해 복리 효과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은 계속 고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세법 시행령 입법예고 이후 국내 ETF 시장 점유율 1위 삼성자산운용은 해외주식형 TR ETF들을 7월 이후 분배형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분배 주기 등은 상품별로 투자자들에게 가장 유익한 방식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분배형 상품은 월배당, 분기배당, 연배당 등 종류가 다양한데 TR 상품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어떤 형태가 가장 적합할지 고민하겠단 의미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해외지수 TR ETF 순자산 규모는 KODEX미국S&P500TR와 KODEX미국나스닥100TR 각각 3조6000억원, 1조8000억원에 달합니다.
업계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분배형으로 전환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문제가 되는 세금만 잘 떼고 알아서 재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상품은 전산상 등 문제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입니다. 어떤 ETF에 대한 분배금인지 꼬리표를 달아 세금을 뺀 뒤 나머지만 재투자되게 하는 것이 증권사 시스템을 통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TR이 아닌 일반 분배형 ETF와의 병합은 실무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모펀드는 병합시 수익자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수많은 개인이 투자하는 공모펀드 특성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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