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 탱크·꽃무늬 군복…'무기세', 군사주의적 문명 경고
서울대미술관, 2025년 첫 기획전 개막
"무기의 힘과 상반되는 예술의 힘" 전시
작가 17명 회화 조각 설치 100점 소개

서울대미술관 무기세 전시. 허보리, <부드러운 K9>, 2020, 양복, 이불솜, 실, 바느질, 앵글프레임, 515 × 200 × 15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말랑말랑한 탱크라니…"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를 전복 시킨 '허보리의 탱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남성성을 상징하는 넥타이와 양복을 이용해 전쟁과 폭력의 무기를 만들어 현대 사회의 치열함과 경쟁을 은유한다. 양복과 넥타이로 만든 무기들은 현대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의복이 전투와 폭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보여준다.
허보리가 만든 전차, 총, 고폭탄, 수류탄 등은 실제 전투에서 사용되는 모델들이지만 의복으로 제작된 무기들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부드럽게 변형됐다. 그의 작업은 폭력적인 체제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평화와 부드러움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6일 서울대학교미술관(관장 심상용)이 2025년 새해 첫 전시로 개막한 '무기세(武器世)'는 '무기'로 현시대를 바라보는 전시로, 정치적으로 혼란스런 시국에 우리의 현재를 성찰하게 한다.
전시는 '무기의 힘과 상반되는 예술의 힘'을 보여준다. 심상용 관장은 "단순히 무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예술이 인간성과 평화, 그리고 윤리적 상상력을 회복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이 현대 사회의 위기와 갈등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소개했다.

레지나 호세 갈린도, <그림자 (La Sombra)>, 2017, 싱글 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사진: 마이클 내스트(Micheal Nast) *재판매 및 DB 금지
전시는 3부로 펼쳤다. 강용석, 강홍구, 권기동, 노영훈, 레지나 호세 갈린도, 밈모, 박진영, 방병상, 방정아, 안성석, 오제성, 이용백, 최재훈, 투안 앤드류 응우옌, 폴 샴브룸, 하태범, 허보리 등 17명 작가의 회화, 조각, 설치 등 100여점을 선보인다.

이용백, <엔젤-솔저>, 2011, 디지털 c-프린트, 225 × 180 cm *재판매 및 DB 금지
1부 '무기화된 일상'은 살생을 위한 무기가 평범한 매일의 한 장면이 된 현실을 보여준다.
남성성을 상징하는 넥타이와 양복으로 만든 무기로 매일의 일상을 전쟁터로 비유한 허보리, 꺼지지 않는 알람 소리를 통해 무고하게 희생된 군인을 기리는 안성석, 무기로 지켜지는 평화의 허울성을 드러내는 폴 샴브룸, 분단 국가의 현실을 그리는 강홍구, 무기와 염원을 담은 성물의 이미지를 병치하는 밈모의 작품은 삶을 무너뜨리는 무기와 일상의 교차점을 생각하게 한다.

최재훈, <나의 역사정 상처 시리즈>, 2020, 스테인리스 스틸에 실탄 사격, 가변설치 *재판매 및 DB 금지
2부 '스펙터클로서의 무기'는 뉴스, 영화, 소셜플랫폼 등 미디어에서 만연한 무기의 스펙터클성을 다룬 작가와 작품을 선보인다.
스테인리스 거울을 향해 실탄을 쏜 최재훈, 군사 훈련 및 행사 현장의 풍경과 실전무기의 비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방병상, 꽃 사이에 포복한 전사와 꽃으로 둘러싸인 탱크로 무기의 아이러니함을 드러낸 이용백의 작품이 진지하게 다가온다.
반면 헐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과 같은 전투기의 형상을 담은 권기동, 미키마우스와 같은 친근한 이미지를 통해 무기의 위협성을 경고하는 노영훈, 베트남 전쟁 시기 미군의 프로파간다 영상과 불발탄으로 얼룩진 베트남 꽝찌 지역의 현재 모습을 함께 담은 투안 앤드류 응우옌의 작품은 상업적 콘텐츠로 소비되는 무기가 전쟁과 폭력을 오락화하는데 일조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노영훈, <미키>, 2019, FRP, 스테인리스 스틸, 카페인트, 160 × 120 × 170 cm *재판매 및 DB 금지

방정아, <핵좀비들 속에서 살아남기>, 2022, 천에 아크릴, 700 × 1200 cm *재판매 및 DB 금지
3부 '무기, 낯익은 미래'는 무기로 인해 파괴된 땅과 고통받는 생명에 집중한다. 전쟁, 재난, 폭력 등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흰색으로 담아내는 하태범, 독일과 같은 소위 선진국 혹은 제조 강국의 방위산업이 과테말라와 같은 나라의 내전에 미치는 영향을 퍼포먼스와 비디오로 드러내는 레지나 호세 갈린도 작품을 볼수 있다.
전쟁과 군사 독재 그리고 민주화를 겪은 한국의 세대를 조각으로 연결하는 오제성, 미군의 사격장으로 사용되었던 경기 화성군 매향리의 풍경을 담은 강용석, 핵 기술의 폭력성과 위험성을 경고하는 박진영과 방정아의 작업은 모두 평화를 파괴하는 무기와 파괴적인 기술의 목적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구성됐다.

강용석, <매향리 풍경>, 1999, 젤라틴 실버프린트, 70 × 80 cm (ea) *재판매 및 DB 금지

오제성, <조각에 대한 기억>, 2024, 스테인리스 스틸, 철, 알루미늄, 발포우레탄폼, 스트로폼, 탄성방수제, 모델링페이스트, 실리콘, 우레탄클리어, 축광안료, 80 × 354 × 300 c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대학교미술관은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큐레이터와의 전시관람을 진행할 예정이다. 큐레이터와의 전시 관람은 오는 26일, 3월 26일, 4월 24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5월 4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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