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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진짜 동궁' 찾았다…근거는 ①왕과 위계차 ②독립 배수구조 ③장난감

등록 2025.02.06 17:05:18수정 2025.02.06 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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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10년 왕경 핵심유적 발굴 성과 발표

월지 서편 아닌 동편이 '진짜 동궁' 최초로 확인

왕경 최초 독립 입지 형태…왕 공간보다 낮게 설치

태자 공간서 상아 주사위 등 발굴…태자 삶 재조명

[서울=뉴시스] 월지 동편 Ⅱ-나지구 대형건물지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월지 동편 Ⅱ-나지구 대형건물지 전경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2.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사시(四時)에서 동쪽은 봄을 의미하니, 만물의 생장은 동쪽에 있다. 서쪽은 가을을 의미하니, 만물의 성취는 서쪽에 있다. 이에 임금은 서궁에 있고 태자는 항상 동궁에 머무르는 것이다."

‘춘추좌전정의’ 권3 은공 3년 당나라 학자 공영달은 ‘동궁’을 이같이 설명했다.
     
신라도 삼국을 통일한 후 대규모 왕성을 지으며 월지 동편에 동궁을 세웠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제7권에 따르면 674년 '궁궐 안에 연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를 심고 진기한 새와 기이한 짐승을 길렀다’는 기록이, 679년 '동궁을 짓고 처음으로 궁궐 안팎 여러 문의 이름을 지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은 6일 서울 코엑스 스튜디오 159에서 열린 '국가유산청이 새로 쓰는 신라사' 언론공개회에서 지난 10년간의 신라왕경 핵심유적 발굴조사 성과로 월지 동편에 새로 발견된 건물터가 '진짜 동궁'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동궁으로 추정했던 월지 서편은 월성 동쪽에 있어 동궁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주변보다 높게 조성된 대지에 있고 건물 자체 위계도 높아 동궁으로 확정 짓기 어려웠다.

최근 월지 동편에서 서편보다 한 단계 낮은 위계 건물이 추가로 확인됐다.

새로 발견된 대형 건물터에서 익랑과 회랑으로 둘러 쌓인 정면 5칸(25m), 측면 4칸(21.9m) 고모의 대형 건물지, 건물 앞에 넓은 마당시설, 부정형(不定形) 원지가 발견됐다.
[서울=뉴시스] 월지 동편 Ⅱ-나지구 원지 내 섬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월지 동편 Ⅱ-나지구 원지 내 섬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2.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원지는 안에 10~30㎝ 천석이 부정형으로 내부를 향해 점차 내려가도록 배치되어 있다. 원지 가운데와 남쪽에 조경석으로 섬이 만들어져 있었다.
 
특히 원지는 기존 동궁과 월지와 연결되지 않고 별도로 운영되어 독립된 배수 체계를 갖췄다.

40동 건물지, 19개 배수로, 19개 담장지, 3개 우물, 왕궁 동편 출입구, 수세식 측간도 확인됐다. 이는 태자를 보좌하는 궁인들을 위한 공간으로 추정된다.

특히 수세식 측간은 상부를  통해 빗물이, 하부를 통해 오수가 배출되는 유기적 배수체계의 화장실로 확인됐다.

김경렬 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사는 이날 공개회에서 "조사단이 동쪽 지구를 동궁으로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학계 내에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월지 내부에서 출토됐던 여러 유물들이 동궁에 있었을 가능성을 가장 명확하게 많이 보여주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월지 서편에 있었던 거대한 건물보다 약간 낮은 위계 건물이 확인됐다"며 "별도의 독립적인 공간에서 작은 원지가 확인됐다는 점 역시 왕과 태자의 관계를 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월지 동편 Ⅱ-나지구 발굴조사 유구 배치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월지 동편 Ⅱ-나지구 발굴조사 유구 배치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2.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태자 공간은 월지와 별도 조경시설인 원지를 건물군 안에 두어, 독립적으로 입지시킨 왕경 최초 사례다.

새로 발견된 대형 건물지와 서편 건물지의 위계도 달랐다. 태자의 공간은 계단 진입면 기준 해발 50.3m, 왕의 공간은 진입면 기준 해발 52.6m으로 왕의 공간이 높게 설계되어 있다.
[서울=뉴시스] 상아주사위 전개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2.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상아주사위 전개도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02.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날 공개회에서 선각단화쌍조문금박, 상아 주사위 등 태자 공간에서 출토된 유물도 재조명됐다.

순금을 제작된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은 새 몸집의 크기와 꼬리 깃털 형태에서 보이는 차이점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암수까지 구분해 표현했다.  상아주사위는 신라시대 고급놀이 기구로 표면은 매끄럽게 가공되어 있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던 700년 어느 가을 날, 단풍이 물들고 연못위로 물이 반짝일 때, 태자는 손에 상아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며 선조들의 기도와 염원으로 세워진 월성을 바라보며 신라 미래를 꿈꿨을 것"이라며 "역사를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역사의 숨어있던 1㎝를 찾아내 살아 있는 역사로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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