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검찰, 9년 전 '미인도 위작 사건' 수사기록 일부 공개하라"
檢, 2016년 "천경자 미인도 진품" 불기소
천경자 유족, 수사 결과에 손해배상 청구
法 "감정인 9인의 감정서 공개해야" 판결
![[고흥=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경자 100주년 기념 특별전 '찬란한 전설, 천경자' 개막식이 열린 지난해 11월11일 전남 고흥군 분청문화박물관에 이이남 프로젝트 미디어 작품 '환상여행'이 전시되어 있다. 2024.11.11. pak7130@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1/11/NISI20241111_0020592415_web.jpg?rnd=20241111165354)
[고흥=뉴시스] 박진희 기자 = 천경자 100주년 기념 특별전 '찬란한 전설, 천경자' 개막식이 열린 지난해 11월11일 전남 고흥군 분청문화박물관에 이이남 프로젝트 미디어 작품 '환상여행'이 전시되어 있다. 2024.1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법원이 고(故) 천경자(1924~2015)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의 수사기록 중 일부를 검찰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 화백 유족이 검찰의 수사결과를 의심하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를 앞두고 재판이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단독(부장판사 이용우)은 최근 천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71)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로 검찰은 미인도 위작 사건을 수사 당시 9명의 감정인이 낸 감정서를 공개하게 됐다.
재판부는 "김씨가 고소를 제기했던 관련 형사사건에서 감정이 어떻게 진행돼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는지에 관해 이제라도 객관적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민사사건의 증거로 제출할 것인지를 검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정보(감정서)의 공개를 구하는 김씨의 권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할 것"이라며 "관련 형사사건은 이미 수년 전에 종결된 상태인 점 등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 이르러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감정인들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알권리를 보장할 필요성 및 김씨 개인의 권리구제 이익이, 비공개로 인해 보호되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등의 이익보다 적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1990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소개된 미인도에 대해 천 화백이 "자기 새끼를 못 알아보는 어미가 있느냐"며 위작(僞作)이라고 선언한 것이 발단이 됐다.
위작 시비가 불거진 후 1996년 당시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고서화 위작범 권춘식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미인도 3점을 위작했다"는 취지의 자백을 받았으나 당시 공소시효가 만료돼 기소하지 못했다.
그러나 권씨는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것"이라는 진술서를 공증까지 받아 2016년 공개했다. 이후 미인도 위작 사건이 재조명됐고, 김씨 측은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이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렸다며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중앙지검에 고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2016년 미인도 소장 이력과 전문기관의 감정을 종합한 결과 미인도는 진품이라며 불기소 처분했다. 이 과정에서 천 화백은 뇌출혈로 사망했다.
김씨는 2019년 12월 검찰이 사자명예훼손 혐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인 작가(천경자)의 위작 확인 여부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검사가 감정절차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객관성을 상실해 단정적인 수사결과를 공표했다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이 2023년 7월 김씨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씨 측은 지난해 1월 형사사건 수사기록 중 수사기관이 감정위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감정서 일체에 대한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같은해 3월 '문서의 공개로 인해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 등이 있다'며 문서송부촉탁신청을 거부했다.
이에 김씨 측은 정보공개청구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2일 김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검찰이 감정서에 대한 정보공개거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행정법원 판결로 민사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선고를 예정했으나 변론을 재개하고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감정인들의 의견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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