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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자에서 먹은 북엇국 '고독한 미식가' 테마 됐죠"

등록 2025.03.13 17: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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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19일 공개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 내한 간담회 참석

"맛있는 걸 먹은 그 기억 공유하고 싶어"

한국 배경에 한국 식재료 주요 소재 담겨

배우 유재명 출연도 "자랑스러운 연기해"

"긴자에서 먹은 북엇국 '고독한 미식가' 테마 됐죠"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단순히 먹방을 보여줄 생각은 없습니다. 단순히 '맛있다'라는 느낌을 전달하려는 게 아니라 맛있었던 기억을 관객과 공유하고 공감하고 싶은 겁니다."

일본 TV시리즈 '고독한 미식가'는 이른바 먹방 드라마다. 다니구치 지로, 쿠스미 마사유키 작가가 1994년부터 연재한 동명 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평범한 중년 남성 이노가시라 고로가 일을 하러 다니다가 우연찮게 찾은 식당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이야기가 담겼다. 2012년부터 TV쇼로 만들어져 10개 시즌이 나왔고, 시즌11 격인 번외편도 만들어졌다.

이 드라마가 국내 케이블 채널에서 수 차례 방송되면서 10년 넘게 이 시리즈 주인공 고로를 연기한 배우 마츠시게 유타카(松重豊·62)는 한국 시청자에게도 익숙한 얼굴이 됐다. 이런 그가 이번엔 '고독한 미식가'를 영화로 만들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3월19일 공개)다.

이 작품 홍보를 위해 한국에 온 마츠시게는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맛의 기억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하며 "무언가를 먹고 맛있다고 느낄 때 그 표정, 어떤 공백을 통해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중요했다. 무언가 맛있는 걸 먹었을 때 나오는 그 반응엔 거짓이 없다"고 했다.
"긴자에서 먹은 북엇국 '고독한 미식가' 테마 됐죠"


마츠시게가 먹방 대신 맛의 기억을 얘기한 이유가 있다.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가 바로 그 맛의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헤어진 전 여자친구의 딸에게 요청으로 프랑스 파리에 가게 된 고로는 그곳에서 만난 한 노인의 부탁을 받게 된다. 일본 고토 섬에 살던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해준 국물 요리의 국물을 내는 재료를 찾아 달라는 것.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고로가 고토-가상의 한국 무인도 남풍도-한국 거제시 구조라-도쿄를 오가며 그 궁극의 국물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 담겼다.

"먹는 행위는 살아가기 위해서 혹은 행복을 위해서 모두가 하루에 몇 번이나 하는 행위입니다. 이 행위에서 다양한 감정이 생깁니다. 그래서 '고독한 미식가'를 다양한 나라에서 좋아해준 겁니다. 이번 영화로 고독하게 먹는 사람과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엔 어린 시절 맛을 잊지 못하는 할아버지, 그 맛을 되찾게 해주려는 손녀, 맛의 구현을 돕는 요리사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긴자에서 먹은 북엇국 '고독한 미식가' 테마 됐죠"


그 중 한 명이 한국 법무부 출입국사무소 공무원이다. 배우 유재명이 연기한 이 공무원 캐릭터는 고로가 국물 맛을 구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바다에서 표류해 자기도 모르게 한국으로 넘어오게 된 고로의 출입국 절차를 돕다가 황태해장국에 관해 설명하게 된다.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몰랐던 고로는 황태라는 식재료의 정체를 알게 되고 이는 할아버지가 원하는 국물 맛에 영향을 주게 된다.

마츠시게는 이 작품에 출연시킬 한국 배우를 찾기 위해 약 3년 간 한국 영화·드라마를 집중적으로 봤고 영화 '소리도 없이'(2020)에서 유재명을 발견했다고 했다. "말이 안 통하는 상황에서 표정만으로 대화하는 걸 보여줘야 했습니다. 유재명 배우와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 저희 의도를 너무 잘 파악해서 연기해줬고, 일본 관객은 유재명 배우가 나오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해줬어요. 정말 자랑스러운 연기를 해주셨어요."

이번 작품은 한국을 주요 배경 중 한 곳으로 쓴다. 거제시 구조라항과 그곳 식당이 나오는 건 물론이고 유재명이 연기한 인물 외에도 한국인 캐릭터가 다수 등장한다. 큐슈 북부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에 익숙한 마츠시게의 경험이 녹아들기도 했고, '고독한 미식가' 시리즈가 한국 젊은 시청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걸 반영한 결정이기도 했다. 황태가 주재료로 쓰인 것도 마츠시게의 이런 친한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긴자에서 먹은 북엇국 '고독한 미식가' 테마 됐죠"


"도쿄 긴자에 북엇국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저희가 국물 찾기 테마를 생각할 때 발견한 곳이죠.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고 처음 먹는 맛이었어요. 그렇게 이걸 소재로 삼기로 한 겁니다. 한국에 가서 황태 국물을 찾아다닌 끝에 황태가 주재료로 등장하게 됐습니다."

이번 작품은 마츠시게가 주연을 맡은 것 뿐만 아니라 기획·제작·연출을 모두 맡았다. 마츠시게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와서 말했던 것처럼 이 작품 연출을 봉준호 감독에게 의뢰했으나 함께하지 못했다고 했다. 봉 감독이 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신이 연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봉 감독님 영화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게 된 이 상황이 참 놀라워요."

마츠시게는 13년 간 '고독한 미식가'에 출연했다. 그는 종종 '언제까지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 작품은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작업입니다. 만약에 누군가에게 이 작품을 넘기게 된다면 이런 힘든 부분을 가급적 배제한 뒤에 넘겨주고 싶어요. 만약에 그게 잘 안 된다면 넘기는 건 쉽지 않겠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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