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3000원 건기식'을 허하라
![[서울=뉴시스]기자수첩 이혜원](https://img1.newsis.com/2020/04/22/NISI20200422_0000516572_web.jpg?rnd=20200422144650)
[서울=뉴시스]기자수첩 이혜원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구입처가 더 다양해지면, 품질 경쟁도 늘어나고 선택지도 넓어지고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거 아닌가요?"
이른바 1000원숍으로 불려온 다이소가 국내에서 제약사 건강기능식품(건기식)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5일 만에 파행을 맞이하자, 한 소비자가 내놓은 지적이다.
다이소는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약 200개 매장에서 대웅제약, 종근당건강, 일양약품 등 3곳의 건기식 30여종에 대한 판매를 개시했다.
곧바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다이소에서 건기식을 판매한다는 소식과 함께, 환영하는 소비자 반응들이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에 따라 루테인, 오메가3, 밀크씨슬 등의 건기식이 3000원에서 최대 5000원에 판매됐기 때문이다.
성분, 함량, 원산지 등에 차이가 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인기 제품을 약국 대비 최대 10분의1 수준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은 반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비자 선택의 폭이 확 넓어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돌연 일양약품이 다이소에 건기식 납품을 중단하겠다고 나서면서 찬물이 끼얹어졌다. 초도 물량 소진 후 추가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다이소의 건기식 판매 소식이 전해지자 약사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졌다. 다이소에 건기식 제품을 납품한 제약사들의 일반의약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급기야 대한약사회는 "유명 제약사가 수십 년간 건강기능식품을 약국에 유통하면서 쌓아온 신뢰를 악용해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점에 공급하는 것처럼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양약품은 '백기'를 들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이례적으로 사건 발생 10여일 만에 대한약사회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서 '갑질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이소는 박리다매 전략을 통한 균일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상품의 가격이 최대 5000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 쉬운 채널로 선택권과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뷰티 영역이다. 다이소 가격 정책에 맞춰 기존 제품의 용량이나 패키지 등을 조정한 뷰티 제품에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함께 경쟁하며 K뷰티가 서로 성장하는 무대가 됐다.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은 곧바로 다이소 뷰티 제품 품질 개선으로 이어졌다.
물론 모든 골목상권의 상품들이 블랙홀처럼 다이소로 쏠리는 경우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를 가로막고, 카운터 파트가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행위는 '반(反)시장적'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더욱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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