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거래소가 멈췄다…재발 방지 대책 있나

지난 18일 오전 11시37분부터 7분 동안 유가증권시장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주식 매매거래 체결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호가창이 멈추고 시세 확인과 주문 체결이 이뤄지지 않아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거래소의 주식 매매 시스템은 11시44분에 복구됐고 정상적으로 거래가 진행됐다. 그러나 '로직충돌'의 원인인 동양철관은 시스템 복구 이후에도 호가가 접수되지 않아 매매 거래가 정지됐다가 세 시간이 지나서야 재개됐다. 반면 지난 4일 출범한 국내 첫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에서 주식매매거래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이번 사고는 넥스트레이드에 추가된 '중간가 호가' 방식이 기존의 '자전거래방지 조건 호가'와 충돌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동양철관 종목에서 중간가 호가가 기존 자전거래방지(SMP) 조건 호가 체결 로직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오류 때문이라는 게 거래소 측 해명이다.
다만 거래소 매매체결시스템에서 전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문제의 한 종목만 거래 정지가 아닌 코스피시장 전 종목 주식 매매거래 전체를 '올스톱' 하는 게 과도한 방어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각 종목별로 별도의 프로세스로 분류해 놓으면 시스템이 커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 속도도 느려져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효율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됐고 해외 거래소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전산사고가 발생했을 때 백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 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거래소 매매체결시스템은 메인시스템, 백업시스템, DR시스템 등 3중 보안 구조로 돼 있다. 전산 오류가 발생한 메인 시스템이 멈춰진 상태에서 원인 파악과 조치가 수습이 이뤄졌고, 백업 시스템이 작동해 시장이 돌아갈 수 있도록 '투트랙'으로 운영됐다는 게 거래소 측 설명이다.
거래소가 나름의 대처로 장시간의 거래 중단을 7분으로 단축했다고 해명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국내 주식거래를 하다가 또다시 먹통 사례가 발생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불안감과 거래소 시스템에 대해 불신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전산 사고와 관련 일부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고려중인 가운데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필요하면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래소의 분쟁처리지침 규정에 따르면 객관적인 매매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투자자가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사실 관계에 대한 증거가 투자자 측에 있지 않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블루오션 사태도 발생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투자자들의 보상 여부는 여전히 안갯 속이다.
단일 거래소 체제가 종료되고 복수 거래시장 시대가 열리는 시점에 난데 없이 발생한 거래소 전산 사고는 자본시장 밸류업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세계 시가총액 13위 수준이라는 국내 주식시장과 해외 선진국 거래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거래소의 위상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한국 증시 신뢰도와 평판이 흔들릴까 우려스럽다.
한국거래소는 향후 철저한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일반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주식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대체거래소 출범이 자본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넥스트레이드와 합동점검으로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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