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차별 만연' 비혼 출산…"형태 어떻든 자녀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어야"

등록 2025.04.03 14:30:00수정 2025.04.03 16:46: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한반도미래연구원, 비혼출산 관련 세미나 개최

민법상 자녀 명칭 구분…미혼부 출생신고 어려워

배우자 출산휴가 보장 안 되고 다른 지원도 미비

"혼자 키워도 될 정도로 고용·인프라 개선해야"

"젊은 세대 가족 형성·가치관 주의 깊게 봐야"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한 병원의 신생아실. 2025.02.26. amin2@newsis.com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한 병원의 신생아실.  2025.0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비혼 출산 가정에 대한 법적 제도적 차별이 만연하다며 다양한 가정의 형태를 존중하고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한반도미래연구원이 3일 오후 2시 '비혼 출산의 사회적 수용성과 제도적 과제'를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전문가들은 비혼 출산의 법과 제도적 한계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먼저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생연구본부장은 민법에서 부모의 법률혼 관계에 따라 자녀의 지위와 명칭을 "혼인 중의 출생자"와 "혼인 외의 출생자"로 구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송 본부장은 "축복 받아야 할 출생신고서식에 출생아의 지위를 '혼인 외의 자'라는 사회적 차별적 인식을 가져오는 낙인적인 명명과 이를 명시해 기재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차별적인 제도로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혼부가 자녀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혔다. 현재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은 혼인 외 자녀의 출생신고를 생모가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 제57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르면 생부의 출생신고는 생모가 소재불명이거나 출생신고 서류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등 예외적일 때만 가능하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출생신고 자체는 아이들의 기본권이라며 이러한 조항들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리며 2025년 5월까지 현행법을 개정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발표자들은 임신·출산 양육 지원 제도에 있어서도 각종 차별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예를 들어 남녀고용평등법상 배우자 출산휴가는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해당된다. 비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파트너가 출산한 경우에도 법률에 보장된 배우자 출산휴가를 이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

그밖에 출산지원금, 육아휴직, 보육지원, 건강보험지원, 주거지원 등에 있어 기혼 부부 또는 한부모에 비해 지원이 미비하거나 일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다는 게 이들 설명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은 헌법 차원에서 혼인 외 출생 아동에 대한 차별 해소를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의 팍스(PACS), 독일의 생활동반자제도, 스웨덴 동거법 등은 비혼 파트너 관계를 제도화한 경우다.

국내에선 비혼 출산 보호와 관련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1대 국회 발의됐지만 회기가 끝나며 자동 폐기됐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다수의 전문가들은 비혼 출산 가정이 지원의 사각지대에 남아있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를 단순히 출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여기는 것을 넘어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손윤희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전략커뮤니케이션팀장은 비혼 출산 정책 방향성에 대해 "저출생 해결보다는 가족형태와 상관 없이 누구나 안정적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해야 한다"며, "아이 양육을 할 수 있는 조건인지에 대한 철저한 심사 후 지원을 하고 혼자 키우더라도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고용 및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정책기획센터 연구위원은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라는 문구가 강조되는 정책은 외형상 전통적 가족 형태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비혼 동거 관계 그 자체에 대한 인정이나 보호는 부재하고 출산한 관계에 대한 지원만 강조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국가의 정책이 시민 개개인의 삶을 보장하기보다 오직 출산 장려라는 목표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 연구위원은 "게다가 동거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비혼 출산에 대한 지원만 강조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접근이라 생각한다"며 "이제는 개인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나 가족 구성 방식에 따라 차별을 경험하지 않도록 큰 틀에서 사회적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변 연구위원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변화는 비혼 출산이 더 이상 비혼 동거 커플의 출산만이 아닌 비혼 단독·독립 출산을 의미하게 된 것"이라며 "비혼 동거 관계 보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상당히 오랫동안 이루어졌음에도 여전히 실현되지는 않고 있는데, 현실은 비혼 단독·독립 출산을 위한 냉동 난자·배아 보관, 정자 기증 등과 관련된 이슈를 논의해야 하는 단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족 형성과 관련해서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과 실천 양상을 보다 주의 깊게 살펴야 하며, 정책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