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국민연금처럼 기금화?…금융업계는 반발
정부 '기금형 퇴직연금' 논의에
"수익률 제고, 일임·디폴트옵션 활발해져야"
![[서울=뉴시스] 이지민 수습 기자 = 그래프로 살펴 본 2024년 퇴직연금 (그래프=금융감독원 제공) 2025.06.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06/09/NISI20250609_0001862155_web.jpg?rnd=20250609104124)
[서울=뉴시스] 이지민 수습 기자 = 그래프로 살펴 본 2024년 퇴직연금 (그래프=금융감독원 제공) 2025.06.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우연수 이지민 수습 기자 = 새 정부가 들어서며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처럼 한데 모아 굴리는 '기금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문가에게 맡겨 국민 노후자산 수익률을 높이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금융업계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전문가를 통한 자산배분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기금화로 풀어낼 일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적립금 80% 이상이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쏠려 있는 문제와 가입자의 직접 운용 등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퇴직연금을 기금화하는 내용의 입법 추진에 나섰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개별 계약형'인 현행 퇴직연금 제도를 '통합 기금형'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을 준비 중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전문성을 가진 수탁기관이 가입자 퇴직연금을 통합해 한꺼번에 운용하는 구조다. 약 14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처럼 퇴직연금도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통한 수익을 실현하고 전문가의 자산 배분으로 수익률을 높인다는 아이디어다. 현재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기업이나 근로자가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퇴직연금사업자와 계약을 맺고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 운용하는 '계약형' 구조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퇴직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2.93%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8.17%를 기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현행 퇴직연금 제도 자체가 수익률을 많이 거두기 어렵게 설계돼 있어 이를 해소하는 일이 먼저라고 지적한다.
우선 저조한 수익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원리금 보장형 상품 쏠림 현상이 지적된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431조원 중 원리금보장형(대기성 자금 포함)은 356조5000억원(82.6%)에 달했다.
이를 위해선 원리금 보장 상품을 포함할 수 있는 현재의 디폴트옵션 제도를 고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적립금을 운용해주는 제도인데, 자동으로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되는 걸 방지하려던 목적과 달리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포함할 수 있도록 설계돼 일각에선 '반쪽짜리'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디폴트옵션은 잘못된 형태로 도입돼 있다. 벤치마크 한 미국, 호주와도 다른 형태"라며 "수익률을 제고하려면 원리금 보장 상품을 제외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가입자가 직접 운용해야 하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은행,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는 가입자를 대신해 일임 운용해주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업자를 선택한 뒤 개인 가입자들이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운용하는 구조다. 올해부터 알고리즘이 알아서 운용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만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외적으로 일임이 허용됐다.
증권사에서 퇴직연금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 일임이 막혀있는 구조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안나온다고 사업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퇴직연금 상품으로 나온 타깃데이티드펀드(TDF)의 경우 국민연금과 수익률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TDF란 가입자 은퇴 시점이나 특정 목표 날짜에 맞춰 안전·위험자산 등 자산배분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펀드다.
또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퇴직연금을 옮긴 가입자들이 변동성 큰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 물린 사례들도 많다"며 "증권사에 가입한 고객이 증권사에 맡기고 전문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기금화하려면 수탁 법인 등 별도 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관리·감독 규정을 만드는 등 완전히 새 판을 짜야 해 비용이 간단하지 않다. 기존 체계에서도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왜 다 해보지도 않고 더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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