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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서 수조 매출 올리면서 제값 못하는 명품, 개인정보보호 '뒷전'

등록 2025.07.11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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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서 수조 매출 올리면서 제값 못하는 명품, 개인정보보호 '뒷전'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개인정보가 유출돼도 문자나 메일만 보내고 끝이네요. 명품이 명품값을 못하는 것 같아요."

명품 업계에서 연이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피해를 입은 한 소비자가 하소연했다.

막대한 수익에도 고객 정보 보호에는 소홀했던 명품의 '민낯'이 드러났다. 소비자들의 실망감도 크다.

최근 디올과 까르띠에, 티파니앤코에 이어 루이비통에서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루이비통은 지난 4일 일부 고객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까르띠에가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고객에게 알렸다.

앞서 5월에는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의 디올과 티파니가 개인정보 유출을 인지하고 이를 공지했다.

명품 브랜드의 개인정보 유출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드러난 셈이다.

이들은 사고 후 대처에도 미흡했다.

디올은 지난 1월 발생한 유출 사고를 5월 7일에서야 인지했다고 같은 달 1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티파니는 4월에 발생한 사고를 5월 9일 인지했다고 같은 달 22일 신고했다. 루이비통은 6월 8일에 발생한 사고를 7월 2일 인지했다.

유출 사실을 인지하는 데도 몇 달이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관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에 대한 안내도 부실했다.

디올과 루이비통은 자사 홈페이지에 유출 사고 발생 사실을 게시했으나 티파니, 까르띠에는 해당 고객에게만 이메일로 알렸다. 이를 안내한 이메일이나 문자가 '스팸'이나 '스미싱(결제사기)'인줄 알았다는 반응도 있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번 사고로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 등 금융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름과 연락처, 생년월일, 구매 이력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된 만큼 소비자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다른 곳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들과 결합해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명품 브랜드들은 한 해에도 여러 차례 가격을 올리는 'N차 인상'으로 국내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35.7% 증가했다. 매출은 1조7484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늘었다.

루이비통은 올해 1월과 4월에도 국내에서 가방 제품 가격을 올렸다. 티파니는 올해 2월과 6월, 까르띠에는 2월과 5월에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디올은 올해 초에 이어 이달에도 가격을 높였다. 국내법인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한국에서 1조원에 가까운 94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명품 브랜드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하고 고객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제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안일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들 브랜드는 "이번 사고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객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비슷한 문구를 되풀이 하고 있다.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이제라도 명품이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진정성 있는 책임감을 보여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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