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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참사 트라우마에 갇힌 소방관들…"불이익·편견 없이 도움받는 조직문화 형성을"

등록 2025.08.19 15:29:07수정 2025.08.19 16: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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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재난 반복 노출되며 심리적 어려움 겪어

"'약해서 그래' 인식에 상담소 가기도 꺼려져"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2022.10.3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2022.10.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된 뒤 우울증을 진단 받았던 30대 소방관이 일주일 넘도록 실종 상태인 가운데, 재난 현장에 반복 노출돼 트라우마를 겪는 소방관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조기에 들여다보고 치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하다.

19일 인천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30대 소방관 A씨는 지난 10일 이른 오전 연락이 끊긴 뒤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A씨는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지원 후 우울증을 진단 받고 치료 받아왔으며,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망자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등 경험을 토로한 바 있다.

A씨 외에도 사회적 참사 같은 재난 현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소방관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우울증 등 여러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소방청이 공개한 '2023년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PTSD·우울증·수면문제·문제성 음주 중 하나 이상의 위험군에 속하는 이들은 2만3060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43.9%를 차지했다.

외상 사건에 노출되는 경험은 1년 간 평균 5.9회였고, 10명 중 1명(10.7%)는 15회 이상의 외상 사건에 노출됐다고 답했다.

소방청은 소방관들의 심리 지원을 위해 전문 심리상담사가 전국의 소방서와 119 안전센터 등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제공하는 '찾아가는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2명의 상담사가 총 7만9453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올해 역시 128명의 전문 심리상담사가 전국에서 활동 중이다.

전문 심리 상담사가 일대일 상담을 진행하고,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관리하게끔 한다. 다만 여전히 일부 현장에서는 실효성을 크게 느끼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소방 관계자는 "맡은 일이 있는데 회사에서 상담을 하다 보니 집중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각 지역에 찾아갈 수 있는 상담소가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는 것에 대해 '네가 약해서 그런 것 아니냐' 등 개인의 탓을 하는 시각이 있다보니 방문하기도 쉽지 않다. 감추고 감추다 보니 마음의 상처가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난 상황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업무 특성상, 복합 트라우마가 되기 전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심리적 어려움을 털어놓는 것이 '나약하다'고 여기지거나, 혹은 '팀에 민폐가 된다'는 인식을 바꿔 초기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2022.10.30.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30일 새벽 소방구급 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2022.10.30. [email protected]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방관은 이태원 참사 같이 대규모 재난 상황을 맨 앞에서 경험하다보니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나 직무 스트레스를 경험할 확률이 높다"며 "특히 한 두 번에 그치지 않고 10~20번의 사건에 반복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더욱 중요하다"고 짚었다.

백 교수는 "정신건강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해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거나, 불이익이 염려되거나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나약한 사람으로 여길까봐 알고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어떤 불이익이나 편견 없이 트라우마를 드러내고 도움받을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철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괜찮은 줄 알고, 혹은 '나약하다'는 신호가 될 까봐 표현을 하지 않거나 참는 분들이 있다"며 조기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과 한림화상재단은 지난 2023년부터 소방공무원 트라우마 전문 치료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인데, 참여하는 소방관들 중에는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조직 내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에게 털어놓기 힘든 이야기는 '동료상담사'를 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소방청은 지난 2023년 9월 김천대학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소방전문상담' 석사 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백 교수는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장벽이 높다면, 같은 직업에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그 문턱을 낮추는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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