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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헬스케어’까지 아파트의 미래가 여기에…현대건설 마북기술연구원[르포]

등록 2025.09.07 09:00:00수정 2025.09.07 1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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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주거혁신 솔루션' 현대건설 마북기술연구원

세대 내 벽 없앤 맞춤형 공간 구현 '네오프레임'

"5년 안에 4대 솔루션 모두 적용한 단지 나올 것"

[서울=뉴시스] 현대건설 관계자가 마북기술연구원 '올라이프케어하우스' 내에 있는 건강 대시보드를 보며 유전자 정보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2025.09.07. (사진=현대건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현대건설 관계자가 마북기술연구원 '올라이프케어하우스' 내에 있는 건강 대시보드를 보며 유전자 정보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2025.09.07. (사진=현대건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응급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뚜-뚜-뚜-"

아파트 거실 바닥에 한 남자가 쓰러진 지 10초, 벽면의 월패드에서 요란한 사이렌과 기계음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어서 전화번호를 누르는 듯한 전자음이 울리더니 곧 현대건설 관계자가 손에 쥔 스마트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으면 '집 안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기계음성이 들려온다.

이는 현대건설의 4대 주거 혁신 솔루션 중 하나인 '올라이프케어 하우스(All-Life Care House)'의 낙상 감지 시스템 시연 장면이다. 이처럼 아파트에 인공지능(AI), 센서 등 첨단기술을 집약해 '돌봄'까지 가능한 미래형 주거모델을 연구하는 현대건설 마북기술연구원을 찾았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마북기술연구원에는 ▲구조실험동 ▲H 사일런트 랩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센터 ▲실험터널 ▲환경실험동 ▲연구동 등이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1996년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실증연구시설인 마북기술연구원을 짓고 미래 주거 혁신 솔루션을 연구해 왔다. 특히 현대건설의 4대 주거전략인 '네오 프레임(Neo-Frame)', '층간소음 저감', '에너지 케어', '올라이프케어 하우스'에 집중해 주거 패러다임을 뒤바꿀 혁신 방안을 도출하는 데 집중한다.

이 중 '올라이프케어 하우스'는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해 입주민의 전 생애를 관리하는 미래 지향적 주거 모델이다. 건강 상태와 생활 패턴, 주거 환경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운동·수면·식단 관리, 낙상 등 응급상황 시 의료기관과 연계한다.

'올라이프케어하우스'의 실증연구시설은 일반적인 아파트와 거의 흡사하게 꾸며졌다. 단 한 쪽 벽면에는 입주민의 건강상태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대시보드가 장착됐다. 대시보드는 A씨의 유전자분석 결과를 토대로 발생 위험이 높은 고혈압과 위암, 심근경색을 예방할 만한 운동 종류와 운동량, 식습관 등을 띄웠다.

한 쪽에는 운동케어 공간이 있다. 여기에도 또 다른 대시보드가 있다. 현재 건강상태에 맞게 집 안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을 제안한다. 운동 종류 중 '스쿼트'를 누르면 운동하기 좋은 음악이 흘러나오며 스스로 동작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 모드가 작동된다. 운동량은 가족 구성원별로 기록된다. 병원과 협업하는 형태의 비대면 진료 시스템도 실증 단계다.

수면케어 실증 공간은 침실에 현대건설의 '헤이슬립' 시스템을 접목했다. 침대맡에 놓인 패드에 '자러 가기' 버튼을 누르면 침실 조명이 꺼지고 온도와 습도, 공기 질 등을 조절해 수면에 가장 적합환 환경을 조성한다. 수면 단계에 따라 입주민의 수면패턴, 이상징후를 파악해 다음날 분석 결과를 내놓는다. 낙상 감지센서는 천장 등에 설치된 센서 기기를 통해 위급 상황을 진단하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도록 자녀 등 가족과 관리사무소에 응급 상황이 발생했음을 알린다.
[서울=뉴시스] 현대건설 관계자가 마북기술연구원 '올라이프케어하우스' 내에 있는 '웰니스(Wellness) 솔루션' 중 운동 기능을 직접 시연하는 모습. 2025.09.07. (사진=현대건설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현대건설 관계자가 마북기술연구원 '올라이프케어하우스' 내에 있는 '웰니스(Wellness) 솔루션' 중 운동 기능을 직접 시연하는 모습. 2025.09.07. (사진=현대건설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건설은 올해 안에 '올라이프케어 하우스' 상품을 출시하고 이를 적용할 첫 단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입주자들이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으며, 동의한 경우 유전자 검사 후 메디컬, 헬스, 운동, 식단 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안계현 현대건설 상무는 "운동 케어는 하반기에 커뮤니티 시설 등에 우선 적용하고 낙상 방지 시스템은 사각지대 등을 고려해 최적의 배치 방안을 최종 검증하는 단계"라며 "올 연말에는 적용할 단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 정보는 초민감한 개인정보인 만큼 보안도 관건이다. 신성욱 현대건설 책임매니저는 "일반적인 아파트 건설 보안으로 충분치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며 "고객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데이터 방어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대 내부에 벽체가 없어 유연한 평면 설계가 가능하도록 한 '네오프레임(Neo Frame)'은 "아파트는 다 똑같다"는 편견을 깰 만한 공간 혁신 기술로 개발 중이다. 기둥과 보가 슬래브를 지지하는 라멘 구조 방식이다. 기존 아파트 공간에 비해 개방감이 크고 구성원 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평면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국내 최초로 공장에서 기둥·보·슬래브 등 콘크리트 부재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주거용 PC(Precast Concrete) 라멘조 보-기둥 접합기술'에 대해 전문기관 기술인증을 받았다.

아파트 스스로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고 친환경 주거로 전환하기 위한 '에너지케어' 실증도 이뤄지고 있다. 공공에 이어 민간도 올해부터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ZEB) 인증이 의무화되는 추세에 발맞춰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 절감, 실내 환기까지 네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솔루션이다.
 
[서울=뉴시스] 이연희 기자 =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의 실증연구시설 마북기술연구원의 표지판. 2025.09.07. dyhle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연희 기자 =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의 실증연구시설 마북기술연구원의 표지판. 2025.09.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를 위해 '에너지케어랩'에서는 실제 공동주택 세대 환경을 구현해 에너지 절감과 쾌적한 실내환경을 검증하는 실증연구 공간이다. 환기·공기질·단열·창호 등 주거 성능 요소와 더불어 태양광, 버나듐 기반 에너지저장장치(ESS)·건물일체형태양광(BIPV) 등 신재생에너지 및 관리 플랫폼을 실험·검증한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광플라즈마 공기청정 환기시스템을 도입해 세균·바이러스까지 제거하는 실내공기질 개선 기술도 실증하고 있다. 전기차를 ESS로 활용할 수 있도록 V2X 양방향 충전기 기술도 현대차그룹과 함께 연구 중이다.

사회적 갈등으로 불거진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H 사일런트 홈'도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5년부터 층간소음 저감 기술을 선제적으로 연구해 2022년 고밀도 특화 몰탈과 고성능 완충재를 적용한 국내 최초로 '층간소음 저감 1등급 바닥시스템'을 확보했다. 지난 7월 준공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처음 적용됐다.

현대건설은 2030년에는 4대 주거 혁신 솔루션이 모두 적용되는 단지가 탄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 상무는 "4대 솔루션 중 '네오프레임'은 구조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비용과도 연동되며 다양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5년 안에는 4대 솔루션이 '풀세트'(Full-set)로 들어가는 단지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자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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