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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지도 전문가, 구글 향해 "관광 활성화 위해 지도 필요? 속내 밝혀야"

등록 2025.10.29 17:26:08수정 2025.10.29 20: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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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공간정보학회, 정밀 지도 반출 관련 산학협력 포럼 개최

학계 "자율주행·디지털트윈 산업 선점 노림수…지도는 국가 전략 자산"

[서울=뉴시스] 대한공간정보학회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을 열었다. (왼쪽부터) 황병철 공간정보산업진흥원 본부장, 최진무 대한공간정보학회 부회장, 양근우 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 부회장, 김석종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회장, 신동빈 안양대 교수, 김원대 한국측량학회 회장, 유중희 신한항업 사장(전 측량기술사 회장), 신상호 공간정보품질관리원 본부장. 2025.10.29. alpaca@newsis.com

[서울=뉴시스] 대한공간정보학회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을 열었다. (왼쪽부터) 황병철 공간정보산업진흥원 본부장, 최진무 대한공간정보학회 부회장, 양근우 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 부회장, 김석종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회장, 신동빈 안양대 교수, 김원대 한국측량학회 회장, 유중희 신한항업 사장(전 측량기술사 회장), 신상호 공간정보품질관리원 본부장. 2025.10.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국내 공간정보 전문가들이 구글의 정밀 지도 국외 반출 요청에 대해 "관광 활성화, 길 찾기 기능 정상화를 명분으로 한 데이터 확보 시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구글이 국가 예산으로 구축된 한국 공간정보 인프라를 무상으로 활용해 자율주행·디지털트윈 등 차세대 산업을 선점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구글이 정밀 지도가 필요한 이유로 밝힌 '관광 활성화 기여'는 명목상 이유라며 실질적인 목적을 솔직히 밝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원대 한국측량학회장(인하공전 건설환경공학과 교수)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공간정보학회 주관 포럼에서 "구글이 진짜 필요한 게 관광용 길 찾기용 데이터인지, 자율주행과 같은 첨단 산업용 데이터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지도 반출을 요구한다면 그 이유와 활용 목적부터 솔직히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글과 애플이 각각 신청한 축척 1대 5000 지도 국외 반출 여부를 각각 다음 달 11일, 12월 8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정밀 지도 반출은 안보와 산업계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정부도 국가 기밀과 산업 보호 측면에서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현안을 두고 "현시점에서의 개방은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반출이 허용될 경우 구글 등 글로벌 플랫폼이 국내 시장을 잠식해 지도·내비게이션 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국가 안보·품질 관리 체계 또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단순 위치 데이터가 아니라 국가의 공간 주권을 상징하는 전략 자산이라는 점에서 개방이 불가피하더라도 산업 자생력 확보와 법·제도 정비, 보안 기준 강화 등 단계적·통제된 개방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구글의 진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대 회장은 한국의 고정밀 지도에 대해 "세계에서도 몇 나라만 보유한 수준의 전략정보"라며 구글의 요청이 "군사정보 접근 시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안보보다 관광이 우선될 수는 없다"며 구글이 진정으로 필요한 데이터의 목적과 활용 범위를 투명하게 밝히지 않는 한 반출은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구글이 한국 군사기지 등 보안시설을 가림(블러) 처리하기 위해 한국 정부에 좌표를 요구한 점도 비판했다. 김원대 회장은 "구글이 다른 나라 지도 서비스에 어떤 축척의 지도를 쓰는지 '기밀'이라며 밝히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정작 한국 정부에 '기밀'인 군사시설 좌표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구글 지도·어스 위성사진에 국내 보안시설을 직접 가리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구글이 자체 블러 처리를 강조하며 빚어진 논란이다.

김석종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장은 "구글은 세금(법인세)과 규제를 회피하면서 국내 기업이 쌓은 데이터 이익만 가져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도 반출 문제는 기술이 아닌 주권 문제이며 "보안과 산업 발전이 조화를 이루는 관리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중희 신한항업 사장(전 측량·지형공간정보기술사회 회장)은 "구글의 표면적 목표는 길 찾기지만 실제 목적은 자율주행·디지털트윈 등 첨단산업 선점"이라고 분석했다. 유 사장은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외국 민간기업에 넘기면 국내 기술 인력의 성장과 산업 자립이 장기적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지도는 단순한 성과물이 아니라 국가 핵심 인프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글 "축척 1대 5000은 정밀 지도 아냐"…韓 학계 "설득력 없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정밀 지도 국외 반출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9.0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유영석 구글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구글 지도 기자간담회에서 정밀 지도 국외 반출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2025.09.09.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구글이 지도 국외 반출을 위해 앞서 기자간담회, 국회 국정감사에서 언급한 주장에 대해서도 학술적으로 논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원대 회장은 구글이 "축척 1대 5000 지도는 '국가기본도'지, 정밀 지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데 대해 "국가기본도는 국가 전체를 동일한 축척과 정확도로 제작한 지도를 정의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보다 작은 축척으로도 길 찾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구글의 발언은 학문적으로도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진무 대한공간정보학회 부회장(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도 구글이 말하는 '고정밀(High Definition)' 개념 자체가 국내 법·학문에서 말하는 '정확도(Accuracy)'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은 자율주행용 '하이-디피니션' 맵을 말하지만 이는 위치 표현이 아니라 데이터 정의의 문제다. 결국 관광용 길 안내와는 별개로 자율주행을 염두에 둔 요구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산업계·포털 함께 지도 반출 이슈 대비해야”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장은 "이번 포럼 논의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해 학계 의견을 정리하겠다"며 "새로 부임한 국토정보정책관과 협의회를 열어 학계·산업계 의견을 공식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원히 지도 반출을 막을 수는 없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최소 3~5년의 유예기간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안 회장은 "그 기간 정부·산업계·포털이 함께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며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도 독자 기술력과 상생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무 부회장도 "이제는 네이버나 카카오도 IT 기업이 아니라 공간정보 생태계의 일원으로 들어와야 한다. 같이 망하지 않으려면 생태계 내에서 자생력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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