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촌 태백 택시기사들, 장거리 먹튀·폭행에 골머리

태백시외버스터미널 택시 승강장에서 승객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 모습.(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폐광촌 강원 태백지역 택시기사들이 일부 승객의 계획적인 ‘먹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9월 강원 태백의 한 개인택시 기사는 경북 포항까지 손님을 태워갔다. 장거리 운행 끝, 목적지에 도착하자 승객은 요금을 치르기도 전에 사라졌다. 돌아온 건 텅 빈 지갑과 가스비뿐이었다. “여자 손님이라 믿었는데 결국 기름값도 못 건졌죠.” 기사 A씨의 말에는 체념이 묻어 있었다.
비슷한 일은 이제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원주까지 25만원 요금을 받기로 한 기사는 “짐 좀 두고 오겠다”던 손님이 그대로 잠적했다고 말했다.
부산까지 52만원짜리 요금을 받고 간 다른 기사는, 승객이 남기고 간 캐리어를 열어봤다. 그 안에는 옷이 아닌 쓰레기가 가득 차 있었다.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먹튀가 생겨요. 경찰에 신고해도 ‘인적사항 확인 후 자진입금 요청’이 전부입니다. 돌아오는 돈은 거의 없죠.”
기사들의 한숨은 깊다.
태백은 폐광 이후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대표적인 지역이다. 택시는 많은 주민들에게 ‘마지막 생계수단’이지만, 그 생계는 점점 더 위태롭다.
15년 경력의 기사 B씨는 6600원짜리 요금 ‘먹튀’를 신고했지만 돌아온 답은 “내일까지 안 주면 다시 연락하라”였다. 그는 “이 정도는 경찰도 귀찮아한다”며 씁쓸히 웃었다.
심야 폭행은 이미 ‘일상’이다. 지난 9월 70대 개인택시 기사가 술 취한 승객에게 폭행당해 병원에 입원했다. 다른 기사들은 “밤에 손님을 태울 때마다 블랙박스를 다시 확인한다”며 “언제 목덜미를 잡힐지 몰라 늘 긴장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31일 밤 11시50분 태백시 황지동. 50대 여성 승객이 요금을 내지 않아 경찰이 출동하자, 되레 “기사가 성추행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블랙박스 영상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담겨 있었다.
영상 속 여성은 “너 좋아”, “같이 자자” 등의 말을 하며 기사의 신체를 만졌고, 기사는 “지금 성희롱을 하고 계십니다. 그만하세요”라고 제지했다.
40대 택시기사 B씨는 “요즘은 승객 한마디에 기사 인생이 끝날 수도 있어요.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 마음의 상처는 깊다”고 토로했다.
한편 태백에는 개인택시 183대, 법인택시 93대 등 총 276대가 운행 중이다. 이는 인구가 40% 더 많은 삼척시(인구 6만 900여 명, 택시 256대)보다도 20대가 많다.
태백시는 연말까지 10대를 감차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80대 이상 줄여야 현실에 맞는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