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지훈, 눈빛이라는 무기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단종 역 맡아
배우 유해진과 인상적인 호흡 보여
"선배님 두려웠지만 내 일을 했다"
단종의 슬픔 눈빛으로 표현해 호평
"눈으로 연기하려 의도하진 않아"
![[인터뷰]박지훈, 눈빛이라는 무기로](https://img1.newsis.com/2026/01/27/NISI20260127_0002049753_web.jpg?rnd=20260127152332)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그렇다고 제 일을 망칠 순 없었습니다."
배우 박지훈(27)에게 선배 유해진은 다가가기 어려운 대상이었다. 유해진이 영화로 데뷔한 게 1997년. 그는 박지훈이 태어나기도 전에 연기를 시작했다. 나이만 봐도 유해진은 박지훈에게 아버지뻘이다. 대중에겐 친근하고 코믹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촬영장에선 누구보다 과묵한 배우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연기자 중 한 명. 이제 막 영화로 첫 주연작을 갖게 된 젊은 배우에게 이 베테랑은 버거운 파트너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박지훈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2월4일 공개)에서 선배 배우 기세에 짓눌리는 법이 없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여지 없이 끄집어내는 연기로 유해진과 앙상블을 이룬다. 다소 허점이 많고 클리셰가 적지 않음에도 이 영화에 일정 수준의 설득력을 부여하는 건 두 배우의 연기력과 호흡이다. 유해진은 "지훈이 눈만 보면 저절로 연기가 되더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보면 영화계가 차세대 남성 배우 중 한 명으로 왜 박지훈을 꼽는지 짐작할 수 있다.
"선배님은 제게 저 멀리 계신 분이죠. 두려웠어요. 선배님의 에너지를 받아서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할 수 있을까, 그런 에너지를 받았을 때 연기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을까, 무서웠습니다." 겁을 이겨내는 박지훈의 방법은 하나였다. 순간 미쳐버리는 것. "두렵고 무섭다고 해서, 그렇다고 해서 제 일을 망칠 순 없었습니다. 작품을 망가뜨릴 순 없죠. 연기하는 순간에 최대한 몰입하고, 잠시 미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긴장되지만 그냥 하는 거죠."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 왕 중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는 단종에 관한 얘기다. 폐위 된 어린 왕의 유배 생활을 상상을 더해 그렸다. 박지훈이 단종을, 유해진은 단종이 유배 온 마을 촌장 엄흥도를 맡았다. 기록엔 엄흥도라는 사람이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돼 있다. 이 사료를 단종과 엄흥도의 우정이라는 이야기로 꾸몄다. 각종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익숙한 장항준 감독이 연출했다.
![[인터뷰]박지훈, 눈빛이라는 무기로](https://img1.newsis.com/2026/01/27/NISI20260127_0002049755_web.jpg?rnd=20260127152401)
숙부에게 배신당해 모든 걸 잃고 삶의 의욕을 상실한 단종을 보여주기 위해 박지훈은 감량했다. 촬영 두 달 반을 남겨두고 70㎏을 넘겼던 몸무게를 촬영 시작하는 날까지 15㎏을 덜어냈다. 하루에 사과 하나가 끼니 전부였다. 촬영 중에 음식을 먹으면 다 개워낼 정도로 몸을 극한으로 밀어붙였다. 박지훈은 "야위었다는 정도가 아니라 피폐해진 모습을 원했다. '피골이 상접한'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단종이 가진 강한 에너지를 보여줘야 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연기를 위해 최소한의 에너지는 남겨둔 상태였어요. 한명회를 연기한 유지태 선배님과 연기할 때가 생각나요. 단종과 한명회가 맞붙는 장면이 있죠. 단종이 크게 소리를 치잖아요. 대사를 하고 뒤돌아서 걷는데, 머리가 핑 돌더라고요. 몸에 더 이상 쓸 에너지가 없다는 걸 그때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어요.(웃음) 젤리 같은 걸 먹으면서 힘을 비축하기도 했거든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하면 아마도 많은 관객이 박지훈의 눈빛에 관해 얘기하게 될 것이다. 단종이 온갖 감정이 들어찬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할 때, 그걸 보는 사람은 영화가 얘기하지 않은 사연까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배우는 눈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박지훈의 연기를 보면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다. 박지훈이 배우로서 자가 존재를 각인한 첫 번째 작품이었던 '약한영웅' 시리즈(2022·2025)에서도 그는 눈으로 먼저 재능을 인정 받았다.
"칭찬을 받고 나서 제 눈에 장점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약한영웅' 때도 그랬고 이 작품 하면서 더 느끼게 된 건 맞아요. 저만의 무기라는 생각도 합니다. 다만 연기할 땐 눈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요. 대본에 몰입하고 상황에 몰입하는 것 뿐이죠. 눈으로 어떻게 연기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습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이번 설 연휴 조인성·박정민이 주연한 영화 '휴민트', 배우 최우식이 주인공인 '넘버원'과 경쟁한다. 박지훈은 "경쟁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박지훈은 '왕과 사는 남자'를 본 관객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연세 있는 분들은 일일 연속극 많이 보시잖아요. 극 중 악역을 밖에서 우연히 만나면 안 좋은 얘기를 하고 가는 분도 있다고 하시죠. 그런 것처럼 이 영화를 본 분들이 저에게 '단종 아이가, 고생했데이'라고 하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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