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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경매시장도 냉각 조짐…서초자이 감정가 2억 밑돈 낙찰에 '술렁'[르포]

등록 2026.03.04 06:00:00수정 2026.03.04 07:5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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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경매법정 가보니…'규제 틈새' 경매 주춤

서초자이 낙찰가율 92%…응찰자 10명 그쳐

다주택 매물 출회 여파…2월 낙찰가율 6.1%p↓

"경매 시장도 몇달 동안 조정기 이어질 수도"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2월26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6.02.26.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2월26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서울시내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2026.0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진형 이종성 기자 = "강남은 강남이다 싶지만 낙찰가를 보면 지금 나오는 급매물 가격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네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에서 열린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자이' 경매에 참여한 한 30대 부부의 말이다. 해당 물건은 감정가 29억8000만원보다 약 2억3000만원 낮은 27억5217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고강도 대출 규제의 틈새시장으로 주목받았던 서울 아파트 경매 시장이 올해 들어 주춤하고 있다. 다주택 급매물이 쏟아지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 전환하자 그간 높은 매매가 오름세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던 경매 물건 인기가 예전같지 않은 모양새다.

기자가 지난 3일 찾은 서울중앙지법 경매(9계) 법정은 시작부터 한산했다. 법정 좌석은 165석이었지만, 자리를 지킨 사람은 50명 정도에 그쳤다. 이마저도 실제 입찰에 참여하기보다 지켜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임대업을 한다는 한 50대 여성은 "경매 법원에 이렇게 사람이 적은 것은 처음"이라며 "요즘 확실히 경매 인기가 준 거 같은데 그래도 관악구 틈새시장을 노리고자 투자용 다세대 주택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6·27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에 부동산 규제가 들어서며 현금 여력이 있는 투자수요가 경매 시장으로 쏠렸다. 경매는 토지 거래 허가 대상에서 제외돼 2년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5월9일부로 끝내기로 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다주택 급매물이 나오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하고 집값 상승 전망도 꺾였다.

경매 감정가는 6개월 전 시세를 기준으로 정해져 집값 상승기에는 실거래가 대비 이점이 있다. 하지만 집값이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으면서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고 경매 시장도 신중 기류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날 유일하게 낙찰된 아파트인 서초동 서초자이 전용 149㎡(9층) 낙찰가율은 92.4%다. 한 차례 지난 1월 첫 경매가 유찰돼 경매가가 20% 조정된 것을 고려해도 낮은 가격에 팔린 셈이다.

이는 서초자이 같은 면적대 15층 매물이 지난달 28억5000만원에 실거래되고, 중층 호가가 30억~32억5000만원 선에 형성된 것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응찰자수도 10명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응찰자수 8.05명을 약간 웃돌았다.

같은 날 경매에 부쳐진 구축 서울 종로구 창신동 창신쌍용아파트 전용 106㎡(6층)는 감정가 8억5900만원에 올라왔지만, 응찰이 없어 유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서초자이 정도 입지에 금액대라면 과거에는 4~50명도 몰리고 적어도 20명 이상은 입찰에 참여할 만한 가격대인데 예전에 비해 확실히 응찰자가 줄었다"고 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101.7%로, 전월(107.8%) 대비 6.1%포인트(p) 하락했다.

낙찰가율의 경우 올해 1월에는 107.8%로 2022년 6월(110.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4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빌라(연립·다세대) 경매의 경우 아파트와 대조적으로 연초 주춤했던 경매 지표가 회복되는 흐름이다. 서울 빌라 경매 낙찰가율은 1월 75.1%에서 2월 79.1%로 4%p 반등했다. 저가 매물을 찾는 실수요가 유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경매 법정에서도 실거주 목적으로 저가 빌라 물건을 보러 온 입찰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경매에서 낙찰된 13건 중 절반이 넘는 7건은 낙찰가 1500만원에서 4억원 사이 빌라였다.

현장을 찾은 60대 부부는 "무주택자인데 실거주할 조그마한 빌라를 살펴보고 있다"며 "우리같이 돈 없는 사람은 서울 중심지에 사려면 이런 매물이라도 사야한다"고 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지금처럼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지며 호가가 내려가면 경매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가 되고 분위기가 바뀔 수는 있지만 그전까지는 조정을 예상할 수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경매 시장은 집값의 선행 지표로 여겨지는데 시장이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관측된 것"이라며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심리로는 몇 달 정도 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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