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공짜, BTS는 유료?"…'안테나' 시대에 갇힌 방송법[보편시청권 논란 上]
유통기한 다 된 '보편적 시청권'…'국가 대표' 마크 달면 전 국민 봐야 한다?
지상파→유료방송·OTT로 급변한 미디어…'메달 개수'보다 '취향' 좇는 시청자들
보편적 시청권의 패러다임 전환 절실…英 미디어법같이 ‘디지털 접근권’으로 리셋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에서 붉은 악마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념해 'WE 대한' 문구의 카드섹션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5.06.10. photocdj@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6/10/NISI20250610_0020846702_web.jpg?rnd=20250610202500)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한국과 쿠웨이트의 경기에서 붉은 악마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념해 'WE 대한' 문구의 카드섹션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5.06.10. [email protected]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한반도는 거대한 ‘TV 앞 광장’이었다. 지상파 3사가 동시에 송출하는 중계 화면을 보며 온 국민이 함께 환호하고 탄식했다.
5년 뒤 방송법에 담은 '보편적 시청권'은 이러한 국가적 일체감을 뒷받침하는 법적 장치였다. 국민적 관심 행사는 누구나 ‘공짜’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시대적 정의였다.
그로부터 19년이 흐른 2026년, 미디어 생태계는 천지개벽했다. 미디어 플랫폼은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재편됐고, 스포츠는 고도의 상업 콘텐츠로 변모했다. 시청자는 더 이상 국가주의적 ‘떼 관람’에 열광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보편적 시청권 규정은 여전히 ‘안테나 시절’의 관성에 머물러 있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시청 문화에 맞춰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보편적 시청권'이 뭐길래…법은 '90%'를 말하지만, 현실은 '유료 결제'
현행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고시에 따르면,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는 전체 가구의 90% 이상이 볼 수 있어야 한다. 동·하계 올림픽과 FIFA 월드컵(여자월드컵 포함)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시안게임이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은 75% 이상의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만들어진 20여년전과 지금의 미디어 환경이 딴판이라는 점이다. 본래 보편적 시청권은 안테나만 달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지상파 방송’을 전제로 설계됐다. 하지만 현재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비율은 고작 3.5%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IPTV나 케이블TV 등 유료 방송을 통해 TV를 본다.
여기에 OTT 시대가 열리며 ‘본방 사수’는 옛말이 됐다. 시청자들은 국가대표 경기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해외 리그에 더 열광한다. 아예 유료 방송을 해지하는 ‘코드 커팅(Cord-Cutting)’ 현상도 가속화되고 있다. 천문학적으로 치솟은 중계권료를 감당해야 하는 방송사들은 이제 ‘공익’과 ‘수익’ 사이에서 날카로운 충돌을 겪고 있다.
이헌율 고려대 교수는 최근 방미통위가 진행한 간담회에서 “현재 우리는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공공성과 고도로 상업화된 방송 환경이 부딪히는 모순적인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며 “과거엔 방송사들이 이런 국민 관심 행사를 중계함으로써 상업적인 이익도 얻고 공공의 의무도 수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광고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방송사들은 공공의 책무만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공연을 하고 있다. 2026.03.21. kch0523@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3/21/NISI20260321_0021217311_web.jpg?rnd=20260321224936)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 공연을 하고 있다. 2026.03.21. [email protected]
“축구는 공공재, 공연은 상품?
이를 두고 “국가적 에너지가 투입된 행사를 특정 플랫폼 가입자만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보편적 시청권을 단순히 ‘스포츠’라는 카테고리에 가둘 것이 아니라, 변화된 시대 정신과 문화적 가치를 반영해 재정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실효성 문제도 여전하다. 지난 2월 동계 올림픽은 지상파 중계 없이 JTBC에서만 방송되며 직접 수신 가구 70만 세대가 소외됐다. 6월 북중미 월드컵 역시 중계권 재판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비슷한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월드컵 중계권료는 대회마다 약 15%씩 인상되는데 방송사의 여력은 바닥났다"며 "현 시대에 특정 사업자에게만 보편적 시청권의 굴레를 씌우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지적했다.
![[겔젠키르헨= AP/뉴시스] 지난해 9월10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겔젠키르헨에서 촬영한 아이폰 화면 사진. 왼쪽부터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넷플릭스, 유튜브 앱. 2021.05.18.](https://img1.newsis.com/2020/09/10/NISI20200910_0016663425_web.jpg?rnd=20210518103108)
[겔젠키르헨= AP/뉴시스] 지난해 9월10일(현지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겔젠키르헨에서 촬영한 아이폰 화면 사진. 왼쪽부터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넷플릭스, 유튜브 앱. 2021.05.18.
안테나 대신 '디지털 통로' 열어야
전문가들은 영국의 ‘미디어법 2024’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영국은 더 이상 안테나 수신에 집착하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 TV 초기 화면이나 검색 결과 상단에 공영방송 앱을 우선 배치(현저성 확보)하도록 법으로 보장한다. OTT가 독점하더라도 누구나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통로’를 의무화한 것이다.
보편적 시청권이 더 이상 특정 채널의 전유물이 아니라 '디지털 접근성'의 영역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일각에선 단순히 "공짜로 틀어라" 식의 채찍질이 아니라 소외된 취약 계층에게 유료 방송이나 OTT 구독 바우처를 지급하는 등 보편적 접근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2002년의 향수에 기댄 애국심 호소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미디어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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