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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 침해가 쏘아올린 분노…2030은 왜 거리로 나왔나[2030 시위①]

등록 2026.06.13 07:00:00수정 2026.06.13 0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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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권리 침해됐다"…전국서 모인 2030

투표용지 부족은 계기…누적된 불안·소외감 분출

부정선거론 세력 합류…청년 목소리 가려질 우려도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 매표소에 재선거를 촉구하는 피켓들이 붙어 있다. 2026.06.11.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인근 매표소에 재선거를 촉구하는 피켓들이 붙어 있다. 2026.06.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집회 현장에는 2030대 청년들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이들은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보다 참정권 침해와 선거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앞세우며 거리로 나왔다.

취업난과 주거 불안, 계층 이동의 어려움 등 사회·경제적 부담을 겪는 상황에서도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참정권만큼은 보장될 것이라고 믿어왔는데, 투표용지 부족으로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강한 상실감과 분노를 느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집단적 분노가 단순히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자체보다 사회 전반에 누적돼 있던 불안과 박탈감이 표출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정치권이 그동안 청년 세대의 목소리에 충분히 응답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불만을 분출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 침해됐다"…전국서 모인 2030

1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위 초기 올림픽공원 개표소 앞에 모인 참가자들 상당수는 전국 각지에서 온 20~30대 청년층이었다. 이들은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을 답습하기보다 참정권 침해와 선거 절차의 공정성 문제를 앞세우며 현장에 모였다고 입을 모았다.

동생과 함께 현장을 찾은 강모(24)씨는 "지금 이곳에 나온 청년들은 '좌우' 진영보다 참정권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며 "선거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고,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아휴직 중인 박소영(32)씨는 "MZ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공정"이라며 "선관위가 최소한의 역할은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선관위가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처음 시위에 참가한 이훈(27)씨는 "청년들도 선관위가 선거를 얼마나 부실하게 준비했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문제를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모습보다 그냥 넘어가려는 태도에 더 큰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생애 첫 투표를 경험한 고등학생 A(18)씨도 "청년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투표인데 일부 유권자가 투표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09.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며 개표소 봉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09. [email protected]


"투표용지 부족은 계기"…누적된 불안·소외감 분출

전문가들은 청년층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닌 기본권 침해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했다.

장승진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라며 "그것이 침해된 상황에 대한 항의와 불만 표출은 충분히 정당한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불평등이나 경제적 어려움은 존재할 수 있지만 누구나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원칙만큼은 지켜져야 한다"며 "그 가장 기본적인 가치가 훼손됐다고 느끼면서 청년층의 분노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현상을 청년세대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불만이 누적돼 있던 상황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촉매 역할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기존 정치권이 충분히 대변하지 못했던 청년층의 불만과 요구가 표출된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청년들에게 선거는 주권자로서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순간인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후진국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는 충격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정치권에 대한 다양한 문제의식이 자리하고 있을 수 있다"며 "청년들의 분노와 불안 요인이 무엇인지 예의주시하고 반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청년층 결집의 배경에는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민감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국 사태 당시 청년층이 분노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공정성"이라고 분석했다.

부정선거론 세력 합류…청년 목소리 가려질 우려도

다만 집회가 장기화되면서 초기 청년층이 제기했던 문제의식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집회 초반 참가자들은 재선거 요구와 참정권 침해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냈고 성조기 사용이나 부정선거 주장과는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 곳곳에는 '재선거·참정권 침해만 외칠 것', '다른 나라 국기를 흔들지 말 것', '평화를 지킬 것' 등의 내용이 담긴 안내문도 붙었다.

하지만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극우 성향 유튜버와 부정선거론자들이 대거 합류했다. 성조기와 'Stop the Steal' 손팻말이 등장하고 부정선거 관련 연설이 이어지는 등 집회의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 교수는 "(집회 현장에) 다양한 세력이 유입될 수 있다"면서도 "청년들이 중심을 잡아 자신들의 고민과 목소리를 공론화하는 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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