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이 랩' 기무라 미사 총괄 프로듀서, '결핍 긍정하는 아이돌' 존엄을 묻다
일본 아소비시스템 산하 아이돌 프로젝트
큐티 스트리트 등 소속 그룹 韓서 큰 인기
아이돌 그룹 '무스비즘' 출신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돌로 있을 수 있는 환경, 멋질 것 같다"
![[서울=뉴시스] 기무라 미사.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6.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21/NISI20260621_0002165972_web.jpg?rnd=20260621095718)
[서울=뉴시스] 기무라 미사.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6.2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 철학을 진두지휘하는 기무라 미사(36·木村 ミサ) 총괄 프로듀서의 궤적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패션지 독자 모델로 하라주쿠 문화를 온몸으로 체감했고, 2014년부터 아이돌 그룹 '무스비즘'의 리더로 활동하며 아이돌 산업의 우여곡절을 몸소 겪었다. 아이돌 시스템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목격한 그는, 2022년 가와이 랩.의 총괄 프로듀서로 취임하며 새로운 윤리적 실험을 시작했다. 대상의 버릇과 서투름마저 함부로 교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것. 그에게 프로듀싱이란 원석을 다른 보석으로 세공하는 억압이 아니라, 그 돌이 원래 지닌 가장 정확한 빛의 각도를 찾아주는 '등신대(等身大)'의 미학이다.
이 섬세하고도 정확한 애정의 시선은 국경을 넘어 강력한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의 통제를 지우고, 고정 센터를 배제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가와이 랩.의 구조는 멤버 개개인의 서사를 온전히 보장한다. 최근 '귀엽기만 하면 안 되나요?'로 한국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뜨겁게 달구고 숏폼 생태계를 장악한 8인조 걸그룹 '큐티 스트리트(CUTIE STREET)'의 돌풍은 그 증명이다. 이들의 거침없는 성공은 단순한 알고리즘의 우연이나 단발성 바이럴의 결과가 아니다. 불완전한 자신마저 온전히 껴안으라는 주체적 자기 긍정의 메시지가, 증명에 지친 한국의 Z세대와 국경을 넘어 공명한 필연적 성취다.
화려하게 포장된 가짜 위로가 아닌, 흔들리는 호흡마저 숨기지 않는 날 것의 연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지난한 노력 속에서 '귀여움'이라는 단어를 가장 주체적이고도 철학적인 삶의 태도로 재탄생시킨 기무라 미사에게 서면을 통해 '뉴 가와이'의 본질과 아이돌 산업의 내일을 물었다.
-과거 아이돌 활동 당시의 아쉬움이 가와이 랩.의 토대가 됐습니다. 시스템의 부재가 개인에게 가하는 억압을 직접 겪으셨기 때문일까요? 제작자로서 가장 먼저 복원하고자 하셨던 아이돌의 '존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같은 목표를 향해 발을 맞춰 나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아이돌로 활동하던 시절, 아이돌과 스태프, 그리고 팬분들의 마음과 열정의 온도가 같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을 만들어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겠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이뤄 나가기 위해서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당연한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모토는 자칫 기만적인 수사로 들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와이 랩.은 이를 실재하는 구조로 만드셨는데요. 이처럼 중심을 해체함으로써 얻게 되는 연대의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이돌 한 사람 한 사람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와이 랩.에는 개성이 풍부한 멤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각자의 매력을 발휘하며 빛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결과적으로는 누가 더 낫고 못하다는 비교 없이, 모두가 조화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고정 센터의 배제는 아이돌 산업의 오랜 성공 공식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이는 누군가를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윤리적 결단이셨나요, 혹은 각자의 서사가 교차할 때 발생하는 미학적 시너지를 노리신 것인가요?
"저는 둘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돌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신이 응원하는 '최애'가 있는 곳이 곧 자신에게는 센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스토리와 개성이 서로 어우러짐으로써, 그 안에서 새로운 매력과 발견이 탄생하기도 합니다."
-콤플렉스를 결핍이 아닌 고유한 무기로 치환하는 '뉴 가와이(NEW KAWAII)'를 주창하셨습니다. 타인의 긍정을 통해 자신의 흠결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구원의 서사와도 닮아 있는데요. 이러한 치유의 서사가 현대인에게 유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SNS 시대인 지금은 누구나 알지 못하는 타인들로부터 '좋아요'라는 형태로 평가받는 시대가 됐고, 그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기 쉬운 현실도 있습니다. 하지만 SNS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체성과 개성으로 가득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가 가진 고유한 매력을 인정하고 긍정해 주는 것은, 마치 서로에게 '좋아요', 즉 굿(GOOD) 버튼을 눌러 주는 것과 같은 감각일지도 모릅니다."
![[서울=뉴시스] '위버스콘 페스티벌' 출연한 큐티 스트리트. (사진 = 하이브 제공) 2026.06.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09/NISI20260609_0002155818_web.jpg?rnd=20260609000231)
[서울=뉴시스] '위버스콘 페스티벌' 출연한 큐티 스트리트. (사진 = 하이브 제공) 2026.06.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요즘은 자신의 메이크업이나 헤어스타일에 대해 확고한 취향을 가진 아이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부분을 부정하면서까지 바꾸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각자가 어떤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먼저 들어보려고 합니다.
그 결과, 멤버들이 헤어와 메이크업을 즐기면서 자신답고 편안한 상태로 활동할 수 있는 순간이 많아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후르츠 지퍼가 제각기 다른 개성들이 모여 이루는 '다름의 축제'라면, 캔디 튠은 전국 대회를 노리는 체육계 동아리 같은 '목표의 연대'를 보여줍니다. 이 두 그룹의 대비되는 세계관은 어떻게 기획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멤버들이 주체가 돼 그룹의 색깔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것 같습니다."
-큐티 스트리트와 스위트 스테디 역시 각자의 뚜렷한 색깔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네 팀이 가와이 랩.이라는 하나의 지붕 아래서 잃지 않고 공유하는 단 하나의 본질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입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와이(KAWAII)'를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정통적인 의미의 '귀여움'도 표현해 나가겠지만, 가와이 랩.에서는 '가와이'를 그것에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확장될 수 있는 말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와이'가 가진 가능성을 넓혀 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컬과 댄스 환경을 철저히 정비하고 '생라이브'를 고집하고 계시는데요. 완벽하게 보정된 가짜 음원이 아닌, 숨이 차고 흔들리는 날 것의 목소리가 오히려 관객의 진실된 다행감(多幸感)을 이끌어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순간에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감정을 마주할 때, '아이돌이라는 존재는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순간들을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연습생 시스템인 메이츠(KAWAII LAB. MATES)는 단순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아이돌로서의 태도와 타인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윤리적 실험실처럼 보입니다. 이 시스템을 이끄시는 핵심 운영 모토는 무엇입니까?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그룹과는 다르지만, 멤버들끼리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대화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룹 활동에 있어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됨과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아이돌에게 필요한 요소들을 메이츠 안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주체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그룹의 통일성이 흔들릴 위험도 존재합니다. 완전한 자유와 긍정 속에서도 가와이 랩.의 그룹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호흡할 수 있는 구심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서울=뉴시스] 큐티 스트리트. (사진 = 리벳 제공) 2026.03.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3/30/NISI20260330_0002097767_web.jpg?rnd=20260330190527)
[서울=뉴시스] 큐티 스트리트. (사진 = 리벳 제공) 2026.03.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프로듀서님에게 '귀여움(KAWAII)'이란 단순한 시각적 쾌락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약함과 엉뚱함마저 포용하는 이 단어는 일종의 포용적인 삶의 태도처럼 들리는데요. 가와이 랩/의 사전에 등재된 '귀여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가와이'는 변화무쌍하고, 각자가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행복한 기분으로 만들어 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멤버들이 과거의 좌절이나 오디션 탈락의 상처를 안고 합류했습니다. 실패의 경험을 가진 이들이 모였을 때 뿜어내는 특유의 절실함은 팀에 어떤 미학적 무게를 더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아이돌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세계를 창조하는 프로듀서가 되기를 포기하시고 멤버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관찰자가 되면서, 가와이 랩.이 획득한 가장 큰 예술적 성취는 무엇이라고 평가하십니까?
"같은 목표를 향해 발맞춰 나아갔기에, 지금까지 이뤄낼 수 있었던 꿈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에서 큐티 스트리트를 비롯한 가와이 랩. 멤버들의 인기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데 이 상황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솔직히 정말 기쁜 마음입니다. 일본의 아이돌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각 지역의 트렌드에 지나치게 맞추기보다는 확실하게 '일본 아이돌'로서 주목받고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쁩니다."
-결국 가와이 랩.이 세상에 남기고자 하는 메시지는 '네가 너라서 괜찮다'는 깊은 긍정으로 귀결되는 듯합니다. 기무라 미사 총괄 프로듀서님께서 꿈꾸시는 가와이 랩.의 최종적인 목표와 종착지는 어디인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계속 아이돌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돌로 있을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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