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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HBM 없이도…中 스타트업, 14나노 AI칩 공개

등록 2026.07.14 17:20:29

3D 적층으로 외국산 메모리 의존 낮춰…“일부 추론은 4나노급” 주장

학습 성능은 아직 뒤처져…올해 말 2세대 DF2000 예고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4.10.23. jini@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6회 반도체대전(SEDEX 2024)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4.10.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중국의 한 스타트업이 한국산 등 외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의존하지 않도록 설계한 인공지능(AI) 칩을 공개했다. 14나노 공정을 사용했지만 일부 추론 작업에서는 4나노 공정으로 만든 일부 서방 주력 칩과 맞먹는다는 게 회사 측 주장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중국 반도체 스타트업 둥팡쏸신(東方算芯·DFSX)이 13일 상하이에서 자체 설계한 AI칩 DF1000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회사는 올해 말 2세대 제품을, 2027년에는 3세대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 마이크론도 주요 공급사로 참여하고 있다. 둥팡쏸신은 이들 업체가 만드는 외국산 HBM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둥팡쏸신은 중국 내 공급망만으로 DF1000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첨단 반도체 장비와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를 피해 중국 기술만으로 AI 연산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음을 입증하겠다는 구상이다.

둥팡쏸신이 택한 설계 방식은 엔비디아 같은 주요 업체들과 다르다. 이들 업체가 초미세 공정과 값비싼 HBM을 활용해 성능을 높인다면, 둥팡쏸신은 연산장치 위에 맞춤형 메모리를 3차원으로 쌓아 두 장치 사이의 거리를 줄였다. 이를 통해 데이터 이동 과정의 병목을 완화하고 외국산 HBM 없이도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DF1000은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작업과 완성된 모델이 답을 내놓는 추론 작업을 모두 겨냥했다. 둥팡쏸신은 상대적으로 오래된 14나노 공정을 사용했지만 일부 추론 작업에서는 서방 업체들이 4나노 공정으로 만든 일부 칩과 비슷한 성능을 낸다고 주장했다.

둥팡쏸신은 DF1000이 첨단 공정 의존도를 낮추고 메모리 대역폭의 한계를 보완했으며, DF1000을 구동할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습 성능은 일부 서방 칩보다 뒤처진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해 말 선보일 DF2000으로 이 격차를 좁히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WSJ은 이를 뒷받침할 외부 평가 결과를 제시하지 않았다.

둥팡쏸신은 2024년 설립됐지만 최근까지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회사는 그동안 외부 노출을 줄이고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등록 자료에 따르면 둥팡쏸신의 최근 투자 유치 이후 기업가치는 약 18억 달러(약 2조7000억원)로 평가됐다. 중국 국유기관과 산업 펀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공동 설립한 벤처캐피털 등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는 중국 중앙정부의 고위 자문역이자 칭화대 교수인 웨이사오쥔이 이끌고 있다. WSJ은 둥팡쏸신의 전략이 구형 공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수만 개의 칩을 하나의 대형 연산 시스템으로 묶는 화웨이의 방식과도 다르다고 전했다.

둥팡쏸신은 이 설계가 칭화대의 20년 연구를 토대로 한다고 밝혔다. 칩에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에 맞춰 내부 연산 구조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WSJ이 인용한 기술정책 전문가들은 DF1000의 기술적 성과가 입증된다면 수출 통제 속에서도 중국이 경쟁력 있는 AI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AI 기업 ai&의 데이비드 베넷 최고경영자(CEO)는 AI칩 업계가 최고 연산성능을 좇는 데서 벗어나 특정 용도에 최적화한 하드웨어를 중시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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