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처럼 빛나고, 한 은하에 3개"…제임스웹이 새로 그린 '블랙홀 세계'[사이언스 PICK]
등록 2026.08.15 10:01:00
빅뱅 6.6억년 뒤 '블랙홀 별' 후보…수수께끼 '작은 붉은 점' 정체 단서
125억광년 밖 은하서 활동성 블랙홀 3개…합병 통한 급성장 단서
궁수자리 A* 0.55광년 거리서 물·먼지…블랙홀 코앞 먼지 생성·물 생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 관측으로 확인된 초기 우주 은하 J0148-4214의 거대 블랙홀 3개를 표현한 상상도. 연구진은 지구에서 125억광년 이상 떨어진 이 은하에서 활동 중인 블랙홀 3개를 처음 확인했다. (사진=막스플랑크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우주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 그 자체를 직접 볼 수 없다. 하지만 블랙홀을 둘러싼 가스와 먼지가 내는 빛은 다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이 빛을 적외선으로 들여다보며 블랙홀의 탄생과 성장, 주변 환경에 대한 기존의 그림을 잇따라 넓히고 있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최근 JWST 관측을 토대로 초기 우주의 블랙홀 형성과 성장 과정,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 환경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잇따라 공개됐다. 서로 다른 시대와 천체를 다룬 연구들이지만 JWST의 적외선 관측을 통해 기존에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블랙홀과 주변 물질의 특성을 밝혀냈다.
먼저 빅뱅 이후 불과 6억6000만년이 지난 초기 우주에서는 별처럼 빛나는 '블랙홀 별' 후보가 포착됐다. 또 다른 초기 은하에서는 활동 중인 거대 블랙홀 3개가 한꺼번에 확인됐다. 우리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gr A*) 인근에서는 물과 먼지가 블랙홀과 가까운 극한 환경을 견디며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별처럼 보이지만 중심엔 블랙홀…초기 우주 수수께끼 풀 단서
이 천체는 처음에는 매우 밝고 붉은 점처럼 보였다. 일반적인 별이나 은하로 보기에는 빛의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특이했다. 특히 수소 원자가 특정 파장의 빛을 강하게 흡수하면서 나타나는 '발머 단절'이 기존 별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준을 크게 넘어섰다.
연구진은 이 천체가 별이 아니라 매우 조밀한 수소 가스층에 둘러싸인 성장 중인 블랙홀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블랙홀 주변 10~100AU(천문단위) 규모의 고밀도 가스가 별의 대기처럼 작용하면서 겉보기에는 거대한 별과 유사하게 빛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를 '블랙홀 별(black hole star)'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천체로 부르고 있다.
이 발견은 JWST가 초기 우주에서 잇따라 발견한 '작은 붉은 점(LRD)'의 정체를 밝힐 단서가 될 수 있다. LRD는 작고 붉으며 매우 밝지만 별과 활동은하핵의 특징이 뒤섞여 정체를 두고 논쟁이 이어져왔다.
연구진은 MoM-BH*-1과 같은 가스에 싸인 블랙홀이 LRD의 특성을 설명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블랙홀 별'이라는 해석이 관측 결과를 설명하는 유력한 모델로 제시된 단계다.
한 은하에 블랙홀 3개…'합병하며 급성장' 가능성
블랙홀의 질량은 각각 태양의 약 8000만배, 60만배, 200만배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2개는 은하 중심부에서 서로 약 620광년 떨어져 있었고, 세 번째 블랙홀은 중심에서 약 5500광년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먼 초기 우주의 단일 은하에서 활동성 블랙홀 3개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핵심은 세 블랙홀의 존재가 초기 우주의 은하 합병과 블랙홀 성장 과정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은하들이 충돌·합쳐질 때 각각의 중심 블랙홀도 한곳으로 모이고, 결국 서로 합쳐지면서 질량을 빠르게 불릴 수 있다. 실제로 중심의 블랙홀 2개는 향후 수억년 안에 합쳐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태양 질량 60만배인 블랙홀은 기본적인 블랙홀 성장 이론에서 제시하는 '에딩턴 한계'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물질을 흡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에딩턴 한계는 블랙홀이 물질을 끌어당기는 중력과 바깥으로 밀어내는 복사 압력이 균형을 이루는 기준이다.
연구진은 블랙홀끼리의 합병이 초기 우주에서 초대질량 블랙홀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추가 경로였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의 중적외선기기(MIRI)를 이용해 관측한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 궁수자리 A*에서 약 0.55광년 떨어진 진화한 별 'IRS 3'의 모습. (사진=ESA) *재판매 및 DB 금지
블랙홀 코앞에서도 물·먼지 생존…극한 환경도 '황무지' 아니었다
IRS 3는 생애 말기에 접어든 점근거성가지(AGB) 별로, 강한 항성풍을 통해 주변 우주로 가스와 먼지를 내보낸다. 문제는 초대질량 블랙홀 인근의 강한 복사 환경에서도 이 같은 물질이 만들어지고 살아남을 수 있느냐였다.
분석 결과 IRS 3 주변 외피에서는 산소가 풍부한 규산염 계열 먼지가 확인됐고, 물 분자의 흔적도 처음 포착됐다. IRS 3가 궁수자리 A*와 매우 가까운 곳에서도 새로운 먼지를 만들어 주변을 풍부하게 하고, 물과 같은 분자가 파괴되지 않은 채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JWST가 블랙홀 자체를 촬영한 것은 아니다. 블랙홀 주변을 빠르게 도는 가스나 별의 외피에서 나온 적외선을 파장별로 쪼개 분석해 수소의 움직임과 먼지·분자의 조성을 역추적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연구에는 NIRSpec이, IRS 3 관측에는 MIRI가 핵심 역할을 했다.
세 연구의 대상과 시대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JWST의 적외선 관측이 이전에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블랙홀 주변 물질의 '빛의 지문'을 읽어냈다는 데 있다. 초기 우주에서는 블랙홀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는지, 가까운 우리은하에서는 블랙홀 주변 환경이 물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관측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블랙홀을 둘러싼 우주의 풍경이 제임스웹을 통해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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