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한국인 8명과 수력발전소 갇혀"…국내 거주 네팔인들 '눈물'
등록 2026.09.01 06:00:00
종로구 네팔거리 식당·마트, 충격에 한숨·눈물만
"한국에서 15년 함께 한 친구…마음 너무 안좋아"
"도망가기도 어려운 지형…시신 훼손될까 걱정"
"직접 못 가니 모금이라도…국내 추모 행사 추진"
![[누와코트=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역에서 민간·군용 헬리콥터들이 대홍수로 고립된 지역에 발이 묶인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네팔 사망자는 903명, 실종자는 4247명으로 늘었다. 2026.08.31.](https://img1.newsis.com/2026/08/31/NISI20260831_0001538013_web.jpg?rnd=20260831154954)
[누와코트=AP/뉴시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 지역에서 민간·군용 헬리콥터들이 대홍수로 고립된 지역에 발이 묶인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네팔 사망자는 903명, 실종자는 4247명으로 늘었다. 2026.08.31.
[서울=뉴시스]이태성 김용중 수습 염지윤 수습 기자 = "처음에 페이스북으로 홍수 소식을 접했어요. 이후 조금씩 올라온 영상들을 보면서 계속 울었죠. 우리 다들 계속 핸드폰만 보고 살아요."
네팔 북부와 중국 접경 지역에서 대홍수가 발생한 지 약 일주일 가까이 지나면서 사망자와 실종자가 계속 늘고 있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 정착한 네팔인들은 가족과 친구, 지인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연일 휴대전화만 들여다봤다. 일부는 사고 이후 연락이 두절돼 생사 확인조차 어려운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네팔 북부와 중국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8월 30일 기준 집계된 최소 피해 규모는 사망 804명, 실종 3048명이다. 이 중 네팔 재난관리청이 집계한 네팔 내 피해자 숫자는 사망 788명, 실종자는 2502명이다. 중국 당국이 집계한 티베트 자치구 일대 사망자는 16명, 실종자는 546명이다.
지난달 31일 오전 방문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네팔음식거리. 이곳은 인근 봉제공장 등에서 근무하던 네팔 노동자들이 모여 형성된 곳으로 네팔 음식점, 식자재 마트 등이 위치해 있다.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한 카레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자 점심시간을 앞두고 직원들이 분주하게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만 이따금 날 뿐 식당 내부엔 침묵이 이어졌다.
한국에 귀화한 지 20년이 됐다는 네팔 출신 로선 버떠라이(45)는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는 "지금 난리가 났다. 한국인도 몇명 작업 중이었다고 들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처음 며칠은 계속 눈물만 났다"고 했다.
로선 버떠라이는 "제 부모님은 카트만두에 계셔서 모두 무사하다. 그런데 친구 한 명이 연락이 안 된다. 한국에 있을 때 자주 만나던 친구인데 지금 실종돼 못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친구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여줬다.
![[서울=뉴시스] 염지윤 수습기자 =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네팔음식거리 한 식당에서 만난 로선 버떠라이(45). 연락이 두절된 친구 고빈다 라이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여주며 그의 무사를 기원했다. 2026.09.01. yeomjy@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31/NISI20260831_0002226208_web.jpg?rnd=20260831165207)
[서울=뉴시스] 염지윤 수습기자 =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네팔음식거리 한 식당에서 만난 로선 버떠라이(45). 연락이 두절된 친구 고빈다 라이의 페이스북 계정을 보여주며 그의 무사를 기원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고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는 고빈다 라이는 네팔 북중부 트리술리 강 상류의 수력발전소 행정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이번 홍수 때 한국인 8명과 함께 터널에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고빈다 라이와 같은 고향 보즈푸르 출신이라는 라빈(56)도 감정이 격해진 듯 큰 목소리로 "한국에서도 15년 동안 같이 있었던 친구다. 사고 다음 날 아침 제수씨가 SNS에 소식을 올려서 알게 됐다.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소리쳤다.
인근 식자재 마트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깊은 정적 속 네팔 현지 소식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속 뉴스 소리만 들려왔다.
한국에 온 지 27년째라는 마트 사장 라이(57)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사람이 정말 많다. 부모를 잃은 사람들은 당장 네팔로 떠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라이는 "오래전부터 빙하가 계속 녹으면서 언제 호수가 터질지 모르는 상태였다"며 "홍수가 난 지역이 도망가려 해도 쉽지 않은 지역이다. 양쪽의 큰 산을 두고 계곡처럼 깊게 패어있어 너무 위험했다"고 혀를 찼다.
그는 "진흙 속에 묻혀있는 시신이 날이 너무 더워 쉽게 상할 수도 있다고 해 걱정이다. 머리는 여기에, 팔은 저기에 흩어져 있다고 하는데 빨리 수습되기만을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사고 이후 인명 피해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는 데다가, 구조 가능한 '골든타임'마저 점차 흘러가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귀화인들의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이날 만난 이들은 마음 같아선 당장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생업과 체류 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로 네팔 정부에서 알려준 모금 계좌로 기부금을 전달하는게 전부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국내 네팔일들은 6일 국내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용중 수습기자 =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네팔음식거리 한 건물 앞에 우산이 놓여있다. 2026.09.01. kimyj1423@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8/31/NISI20260831_0002226218_web.jpg?rnd=20260831165448)
[서울=뉴시스] 김용중 수습기자 =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네팔음식거리 한 건물 앞에 우산이 놓여있다. 2026.09.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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