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익혔으면 드론도"…친러 계정, AI 가짜광고로 우크라 여성 징집설 유포
등록 2026.10.14 11:26:44
AI로 만든 가짜 여군 모집광고 확산…같은 사진에 서로 다른 도시 이름 붙여
우크라 의회 “여성 강제동원 법안·논의 없다”…군 등록과 실제 동원은 별개
![[부차=AP/뉴시스] 15일 밤(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여성 방공 자원봉사단 ‘부차의 마녀들’ 일원인 수의사 발키리(51·암호명)가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2025.05.16.](https://img1.newsis.com/2025/05/16/NISI20250516_0000341177_web.jpg?rnd=20250516083930)
[부차=AP/뉴시스] 15일 밤(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여성 방공 자원봉사단 ‘부차의 마녀들’ 일원인 수의사 발키리(51·암호명)가 러시아의 드론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2025.05.1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친크렘린 소셜미디어 계정과 러시아 매체들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가짜 군 모집광고를 퍼뜨리며 우크라이나 여성들이 강제로 징집되고 있다는 허위정보를 확산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관련 소셜미디어 계정과 매체들이 여성의 군 입대를 유도하는 가짜 광고와 소집통지서 사진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여성 강제징집설을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9월15일 텔레그램에서 등장했다. 군복을 입은 여성들이 등장하는 광고물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 설치됐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다른 텔레그램 채널들은 똑같은 사진을 공유하면서 이번에는 서부 도시 루츠크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고에는 “세탁기를 익혔으니 FPV 드론도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집안일과 전장의 임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취지다. FPV는 조종사가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조종하는 1인칭 시점 드론을 뜻한다.
기술기업 렛츠데이터의 위협정보 담당 책임자인 로만 오사드추크는 “그런 광고물은 존재하지 않았다”며 AI 판별 도구도 해당 사진이 AI로 생성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렛츠데이터는 9월 중순 이 사진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되기 시작한 사실을 포착했다.
비슷한 가짜 광고는 지난 9월29일 러시아 국영TV 진행자 올레샤 로세바의 텔레그램 채널에도 등장했다. 로세바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쇼핑센터에 걸린 광고라고 주장하며 아기와 총기가 등장하는 여성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에는 “진정한 우크라이나 여성이라면 이 일을 40초 안에 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
키이우인디펜던트가 AI 생성·합성 콘텐츠 판별 플랫폼인 하이브 모더레이션으로 해당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 도구는 AI 생성 가능성을 99.9%로 판정했다. 오사드추크 책임자는 여성 동원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허위정보라며 최근에는 AI 생성 이미지 같은 새로운 도구가 동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강제징집설은 엑스(X)에서도 퍼졌다. 친러시아 매체 돈바스 세고드냐는 지난 9월24일 한 여성이 군 소집통지서로 보이는 서류를 들고 있는 사진을 게시하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여성 대규모 징집이 시작된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서 일부 여성이 군 등록 대상이라는 사실과 여성 전체를 강제로 동원한다는 주장은 다르다. 건강과 연령 요건을 충족한 의료·약학 전공 여성은 군 등록이 의무다. 이들은 개인정보 갱신이나 신체검사 등을 위한 통지를 받을 수 있지만, 등록이나 통지서 수령이 곧 강제입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는 지난 8월26일 “우크라이나에서 여성을 동원하기로 한 결정은 없다”고 밝혔다. 의회 국가안보·국방·정보위원회도 여성 강제동원을 도입하기 위한 입법 구상이나 법안, 내부 논의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병력을 확보하기 위해 남성을 대상으로 대규모 동원을 실시해 왔다. 병력 동원은 러시아의 허위정보와 선전이 반복적으로 겨냥해 온 민감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러시아는 기존 정보전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유럽 하이브리드위협대응센터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러시아 연계 세력이 AI로 가짜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고 더 넓은 이용자들에게 퍼뜨려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기는 등 기존 정보조작 전술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동원 문제가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은 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지난 8월20일 자유유럽방송·자유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성에게도 군 복무를 의무화하면 “동원 가능한 인력이 즉시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스 켈로그 전 미국 우크라이나 특사도 지난 8월24일 우크라이나의 병력난을 거론하며 여성 동원을 지지했다. 그는 여성들이 “남성 못지않게 싸운다”며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도 동원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공식 결정이나 의회의 입법 추진을 뜻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두 인사의 발언이 실제 입법 작업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키이우=AP/뉴시스]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 특별대사가 지난 2월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2025.05.28.](https://img1.newsis.com/2025/03/09/NISI20250309_0000168706_web.jpg?rnd=20250528015516)
[키이우=AP/뉴시스] 키스 켈로그 미국 우크라이나·러시아 특별대사가 지난 2월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202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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