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품, 아내 폰에선 110달러 싸다…美 소비자 ‘AI 가격차별’ 의심
등록 2026.10.27 10:45:10
월마트 “가격 차이는 오류”…소득·구매 이력 이용한 인상 부인
주정부 규제 잇따라…콜로라도 주지사는 “할인까지 막을 수 있다” 거부권
![[잉글우드=AP/뉴시스] 미국 콜로라도 잉글우드의 월마트 매장. 2025.05.22.](https://img1.newsis.com/2025/05/15/NISI20250515_0000339414_web.jpg?rnd=20250522111853)
[잉글우드=AP/뉴시스] 미국 콜로라도 잉글우드의 월마트 매장. 2025.05.22.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벨빌에 사는 기술기업 제품관리자 닉 나도(38)의 사례를 전했다. 나도씨가 월마트 앱에서 본 하드디스크 가격은 369달러였지만, 아내의 휴대전화에서는 같은 제품이 110달러 싼 259달러로 표시됐다.
나도씨는 업체가 자신에 관해 저장한 정보를 더 높은 가격을 매기는 데 이용한다고 의심했다. 아내가 찾은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했지만 사생활을 침해당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월마트는 개인정보를 활용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오류 때문에 가격이 달랐으며, 이미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진 배경에는 누적된 물가 상승이 있다. WSJ에 따르면 지난 6년간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로 측정한 전반적인 물가는 29% 넘게 올랐다.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가격을 올리는 요인에 더욱 민감해졌다.
항공사와 호텔, 차량호출 서비스 우버 등은 수요나 이용 시점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변동가격’을 오래전부터 적용해왔다. 이번에 소비자들이 의심하는 ‘개인별 가격 책정’은 개인의 소득·구매 이력이나 당장 물건이 필요한 사정 등을 분석해 고객마다 가격을 달리 매기는 방식이다.
개인 특성에 따른 가격 차이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부 소매업체의 회원 프로그램은 구매 이력이나 개인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할인을 제공해왔다. 학생이나 고령자에게 적용하는 할인도 흔하다.
달라진 것은 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개인정보의 양과 가격을 바꾸는 속도다. 월마트·애플 등을 회원사로 둔 개인정보보호 비영리단체 퓨처오브프라이버시포럼의 제이머슨 스피백 AI 정책 전문가는 기업들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소비자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매장 가격을 신속하게 변경할 도구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욕=AP/뉴시스] 미국 경제가 외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저소득층의 '식량 불안'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 악화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실시한 소비자기대조사(SCE)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2022년 7월27일 미국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6.05.28.](https://img1.newsis.com/2026/05/28/NISI20260528_0002147088_web.jpg?rnd=20260528115150)
[뉴욕=AP/뉴시스] 미국 경제가 외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저소득층의 '식량 불안'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보다 악화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실시한 소비자기대조사(SCE)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사진은 2022년 7월27일 미국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2026.05.28.
그러나 WSJ은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전자 가격표 도입이 수요에 따른 급격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히려 식료품점들이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을 할인해 음식물 폐기를 줄이는 데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종이 가격표를 교체하는 시간과 수고를 줄이기 위해 전자 가격표를 도입한다고 설명한다.
일부 유럽 식료품점에서는 전자 가격표를 활용한 할인이 일주일에 수백 차례 이뤄지기도 한다. 가격을 올릴 때는 대체로 야간이나 월요일 아침처럼 정해진 시간을 이용한다고 WSJ은 전했다. 월마트도 고객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통상 매장이 문을 닫은 시간에 전자 가격표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소비자단체와 일부 정치인은 기업이 확보한 특허와 개인정보가 앞으로 더 정교한 가격 차별에 쓰일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비영리단체 그라운드워크 컬래버러티브도 월마트의 특허와 기술이 개인정보를 활용한 가격 인상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마트의 댄 바틀릿 대관업무 총괄은 이 단체 관계자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월마트의 가격 책정 방식을 반복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가격 책정 방식을 둘러싼 비판 속에 실험을 중단한 업체도 있다. 식료품 주문 서비스 인스타카트 등은 가격을 달리 적용하는 실험에서 물러섰다고 WSJ은 전했다.
맥도널드는 이달 가맹점들이 AI로 메뉴 가격을 정하거나 실시간 상황·수요에 따라 가격을 바꾸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는 개인별 가격 차별과는 별개로 가격 산정 프로그램을 이용해 메뉴 가격을 담합했다는 소송도 이달 초 제기됐다.

나노브릭 E-Skin(이스킨)이 적용된 전자가격표시기. (사진=나노브릭). *재판매 및 DB 금지
수십 개 주에서는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날씨 등에 따른 실시간 수요 변화를 반영해 가격을 올리는 행위를 금지·규제하는 법안을 논의하고 있다. 개인정보 활용뿐 아니라 수요에 맞춰 가격을 바꾸는 방식도 규제 논의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올여름 불공정한 개인별 가격 책정에 대한 법 집행 방침 초안을 공개했다. 개인정보를 가격 책정에 활용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행위 등이 기존 법률의 불공정·기만행위 금지 규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규제 범위를 둘러싼 이견도 있다. 민주당 소속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주지사는 올해 개인정보를 이용해 개인별 임금이나 가격을 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법안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가격 인상뿐 아니라 일부 소비자에게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하는 행위까지 제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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