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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고속철 참사에 국가 애도 선포…주요 정당, 총선 유세 중단(종합)

등록 2026.10.29 11:13:40수정 2026.10.29 13:02:24

열차참사 68명 사망…초기 조사서 인적 오류 가능성 거론

올해 두 번째 고속철 사고…야권, 진상 규명·실태조사 압박

산체스 총리 "사고 원인 끝까지 규명…필요한 모든 조치"

[우르다=AP/뉴시스] 스페인 치안 기관 가디아 시빌(Guardia Civil)이 28일(현지시간) 제공한 스페인 우르다 기차 추돌 사고 현장의 모습. 2026.10.28.

[우르다=AP/뉴시스] 스페인 치안 기관 가디아 시빌(Guardia Civil)이 28일(현지시간) 제공한 스페인 우르다 기차 추돌 사고 현장의 모습. 2026.10.28.

[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스페인에서 28일(현지 시간) 고속열차 추돌 사고로 최소 68명이 숨지면서 스페인 정부는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극우 성향 복스를 제외한 스페인 주요 정당은 조기 총선 선거운동을 중단했지만 페드로 산체스 총리에게 철도 안전 실태 공개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산체스 총리는 투명한 사고 원인 조사를 약속했다.

스페인 RTVE와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국영 철도회사 렌페 소속 AVE 고속열차가 이날 오전 8시53분께 마드리드 남부 톨레도주 우르다 인근 마드리드∼안달루시아 노선 선로에 정차해 있던 민영 이리요 소속 열차의 후미를 들이받았다. 그 충격으로 여러 객차가 탈선했고 이리요 객차 3량과 AVE 기관차가 제방 아래로 떨어졌다.

스페인 당국은 우르다역 인근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로 최소 68명이 사망했고 180명 이상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RTVE에 따르면 부상자 가운데 20명이 위중한 상태다. 당국은 사망자가 추가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페인 현지 당국자는 "AVE 기관차가 이리요의 마지막 객차에 박혀 있다"고 밝혔다. 에밀리아노 가르시아-파헤 카스티야라만차주 주지사는 "확인된 사망자 68명 가운데 44명이 이리요 열차에, 24명이 AVE 열차에 타고 있었다"고 전했다. AVE 열차에는 397명이, 이리요 열차에는 승객 146명과 아기 1명이 타고 있었다.

한국인 9명도 이번 사고로 피해 신고를 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이들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스페인 대사관은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파악하고 필요시 영사조력을 위해 영사를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초기 조사에서는 인적 오류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장관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 앞서 컴퓨터간 통신 장애로 LZB 열차 안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사고 지점을 포함한 63㎞ 구간을 운행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 6대가 자동으로 정차했다.

AVE 열차는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디프 관제센터의 지시로 운행을 재개했고 대략 25㎞를 달린 뒤 정차해 있던 이리요 열차를 들이받았다. 충돌 당시 AVE 열차의 속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해당 구간에서는 시속 2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푸엔테 교통장관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관제센터는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운행 재개를 결정했다"며 "열차 한대가 우르다역 진입 지점에서 적색 신호를 받고 정차해 있는데도 다른 열차의 운행을 재개하도록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설령 운행을 재개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며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기관사가 열차를 정지시킬 수 있도록 속도를 시속 40㎞로 제한하는 시계운전 방식으로 운행했어야 했다"고 했다. 다른 열차에도 관제센터가 정상 운행을 지시했지만 기관사가 시계운전을 해야 한다고 바로 잡은 사례가 있다고도 전했다.

[우르다=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톨레도주 우르다 역 인근 기차 추돌 현장에서 구조대가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2026.10.28.

[우르다=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톨레도주 우르다 역 인근 기차 추돌 현장에서 구조대가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2026.10.28.

사고 현장을 찾은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29~31일 사흘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원인을 끝까지 규명하겠다. 과실이 있었다면 드러날 것이고 안전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스페인과 같은 나라가 한 해에 고속철도 사고를 두 차례 겪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안전 강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정황상 이번 사고와 지난 1월 코르도바주 아다무스 사고 원인은 서로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이리요 열차가 탈선해 인접 선로를 침범하면서 다른 열차와 충돌해 46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 다쳤다.

다음달 29일 조기 총선을 앞둔 산체스 총리에게 이번 참사는 주거난 등에 이어 추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체스 총리가 속한 사회노동당(PSOE)은 민간 여론조사 대다수에서 보수 성향의 제1야당 국민당(PP)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복스도 지난 총선 때보다 높은 지지율을 토대로 의석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열차 사고 직후 성명에서 "슬픔이 우리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며 "스페인은 자국 기반시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철로와 안전 시스템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아다무스 사고 이후 어떤 경고가 있었으며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티아고 아바스칼 복스 대표도 이날 선거 유세에서 "우리도 다른 스페인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애도하고 있으며 조의를 표한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것을 파괴한 범죄 집단에 대한 우리의 분노와 지긋지긋함을 표출할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지방자치단체연맹(FEMP)은 이번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날 오후 8시 전국 모든 시청 앞에서 1분간 묵념할 것을 요청했다.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도 이날 "사고 경위가 분석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먼저 이 끔찍한 참사를 애도하고, 이처럼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우리의 애도와 슬픔, 지지와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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