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폴란드여성, 정부 낙태금지법과 여성 비하 발언에 항의시위

등록 2022.11.29 07:44:35수정 2022.11.29 07:49:4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저출산은 젊은 여성들 과음 탓" 여당대표 카친스키 발언

여성단체 "폴란드의 여성 상황은 '비극' "주장

[바르샤바(폴란드)=AP/뉴시스] 폴란드의 여당 대표 카친스키 집 앞에서 폴란드의 여성 투표권 쟁취 104주년을 맞아 28일 (현지시간)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폴란드 여성들. 

[바르샤바(폴란드)=AP/뉴시스] 폴란드의 여당 대표 카친스키 집 앞에서 폴란드의 여성 투표권 쟁취 104주년을 맞아  28일 (현지시간)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폴란드 여성들.  

[바르샤바( 폴란드)=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서 28일(현지시간) 여성들이 최근 보수 여당인 "법과 정의"당 정부의 여성 정책과 여당 대표의 최근 여성 비하 발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약 300여명의 시위대는 직접 여당 대표인 야로슬라프 카친스키의 집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하면서 최근에 그가  "폴란드의 낮은 출산율은 부분적으로 젊은 여성들의 알코올 과다 섭취 때문"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항의와 야유를 퍼부었다.

특히 시위참가자들은 여당이 지난 해에 입법해 효력이 발생한 임신중절에 대한 거의 완벽한 금지령에 대해 항의하고 시험관 아기에 대한 정부 지원을 종결한 정책에 대해서도 강력히 비난했다.

시위대는 카친스키가 정계를 떠나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하지만 폴란드 경찰은 개인의 자택에까지 가서 시위를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의회 의원인 욜란타 쟈빈스카(64)는 자기의 두 성인 딸과 그 다음 세대 여성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은 자신의 "시민으로서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폴란드 여성들의 상황은 "비극"이라며 "이론상으로는 모든 법적 권한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성들은 자기 몸에 관한 결정권 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AP기자에게 말했다.
 
"나는 폴란드가 내 딸들과 모든 사람에게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누구든 그 애들의 생명을 마음대로 좌우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폴란드 여성들은 엄격한 낙태 제한으로 인해 임신을 원치 않고 있다.  또 18%에 달하는 폴란드의 높은 인플레이션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가정을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여권운동 단체인 "위민 스트라이크"는 카친스키 대표가 이 달 초에 폴란드 저출산의 원인이 여성들의 과음 탓이라고 한 발언에 대한 항의 시위를 조직했다.

[바르샤바( 폴란드)=AP/뉴시스] 폴란드 여성의 반정부 항의시위에 28일 바르샤바 시내 도로를 봉쇄한 경찰.

[바르샤바( 폴란드)=AP/뉴시스] 폴란드 여성의 반정부 항의시위에 28일 바르샤바 시내 도로를 봉쇄한 경찰. 

그러나 28일의 시위대는 이 단체가 최근 몇 년 동안 조직한 시위대 가운데 가장 참가율이 낮을 정도로 적은 인원이었다.

야당 정치인들과 다른 많은 비평가들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낸 73세의 카친스키가 현실을 모른다고 비난하며, 카친스키가 오히려 인구 3800만명의 폴란드의 낮은 출산율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단체들은 임신 중절이 철저하게 금지된 것이 오히려 임신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성에 대한 성교육부족,  임신과 태아의 관리와 출산과정의 어려움, 물가고와 주택난,  어린이 돌봄 센터의 부족 등이 그 다음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28일의 시위는 폴란드 여성계에서는 매우 상징적인 날인 여성참정권 획득 104주년 기념일에 일어났다.

카친스키는 이 시위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은 여성의 모든 평등권을 언제나 지지하고 있다면서 왜 시위대가 자기 집앞에서 시위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친스키 대표는 지난 5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지지를 결집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던 중에 "엄마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성숙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는 것은 좋지 않다. 25살 이전의 여성이 술을 마시는 것은 임신 문제와 관련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음주가 실제로 여성들의 임신을 높이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카친스키의 발언은 많은 농담들을 불렀지만 심각한 비판도 많이 제기됐다. 야당 의원 카밀라 가시우크-피호비츠는 "이는 폴란드 여성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엄격하게 낙태를 금지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여성들은 임신 중 생명이 위험하더라도 낙태를 하는 것이 어려워 임신을 피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