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시진핑, 중국 번영 토대였던 사회 계약 깨트렸다" NYT

등록 2022.12.02 12:02:46수정 2022.12.02 12:38:4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경제성장·혁신·기업발전 통해 공산당 번영하면서
정치에는 관심 안 갖도록 숨쉴 여지를 허용했지만
국영기업 지원·사회단체 탄압·기술기업 규제 강화
과도한 코로나 봉쇄로 스스로 지지기반 무너트려

associate_pic

[상하이=AP/뉴시스] 6일 중국 상하이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작업자들이 주민들에게 나눠줄 식료품 등을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급증으로 봉쇄 중인 상하이는 사실상 무기한 전면 봉쇄에 들어갔다. 2022.04.0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MIT대 경영대학원 교수 야솅 황은 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시진핑이 중국의 번영을 가져온 계약을 깨트렸다”는 글을 기고했다.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중국의 시위는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연상시킨다. 중국인민공화국 역사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관용적이던 시기에 중국 정부가 자유주의 지도자 자오쯔양을 축출한 뒤 시위대에 발포했다. 독재정권이 탄압을 늦추면 위험해진다는 토크빌 패러독스의 대표적 사례다.

최근 시위는 중국의 독재가 최고조에 이른 시기에 벌어지고 있다. 독재 정권이 자국민을 탄압하는 건 일반적 현상이지만 중국처럼 수억 명으로부터 일상생활의 권리를 빼앗은 사례는 없다.

시진핑 주석은 전임자들이 사회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써왔던 검증된 기법을 따르지 않았다. 1989년 이래 중국의 시위는 지역적 이슈가 원인이었다. 토지를 빼앗긴 농부들이 시위를 벌였지만 도시민들은 발전의 혜택 속에서 무관심했다. 국영기업 쫓겨난 노동자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사기업이 흡수했다.

이처럼 피해와 혜택이 균형을 이뤘다. 여러 계층마다 나름의 고통을 당했지만 이들의 고통이 중첩되는 일은 없었다. 중국 공산당은 분산된 시위 속에서 오히려 번성할 수 있었다. 현재 중국 공산당원이 9600만명에 달한다. 공산당원수 만으로도 세계에서 16번째로 큰 나라와 맞먹는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는 모든 중국인들을 똑같은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동시에 4억 명이 봉쇄를 당하기도 했다. 잘사는 상하이 시민들과 우르무치 시민들 사이에 공통점은 거의 없다. 그러나 우르무치에서 과도한 봉쇄 때문에 10명이 숨지자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상하이 시민들이 같은 처지라고 공감하면서 집단행동에 나섰다. 중국에서 여러 도시에서 이번처럼 한꺼번에 시위가 벌어진 적은 없다.

시 주석의 독재 방식이 중국 공산당의 이익을 훼손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중국 지도자들은 경제성장과 혁신, 기업 발전을 통해 1당 독재를 굳혀왔다.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해 숨쉴 여지를 제공했다.

젊은이들은 노래방, 클럽을 마음대로 드나들고 K-팝 스타들을 추앙했다. 지식인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울분을 해소했다. 돈 버느라 바쁜 기업인들은 “정치”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틈조차 없었다. 이 같은 사회계약이 톈안먼 사태로 위기에 처한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번영하는 밑바탕이 됐다. 중국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보다 정부의 민족주의 정책 어젠다를 더 지지했다.

시 주석이 이 계약을 깨트렸다. 2013년부터 시 주석 정부는 민간부문 대신 비효율적인 국영기업에 자금을 댔다. 페미니스트 단체 등 비정부 기구와 노동자를 대변하는 변호사들을 탄압했다. 공해 해결을 중시하면서도 환경운동가들을 탄압했다. 소셜 미디어와 대학교에 대한 검열이 강화됐다. 2020년과 2021년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대표적 중국 기술기업들에 벌금을 매기고 규제를 강화했다.

기술기업 탄압은 역효과를 냈다. 중국 민간 부문이 낸 세금이 전수 코로나 검사와 같은 비용이 많은 드는 공산당 정책을 뒷받침한다. 중국 첨단 기술 기업들이 헬스 코드를 만들고 빠르게 배포될 수 있도록 해 코로나 확산 방지에 큰 기여하고 있다. 수백만의 젊은 세대 일자리를 만들었고 기업가들은 젊은 층의 롤 모델이 돼 인권과 언론 자유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도 자해행위다. 2020년 중국 정부는 우한을 초기에 봉쇄해 감염 확산을 막는 데 성공했다. 2021년과 2022년까지 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백신을 적극적으로 접종하지 않다가 전염성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닥치자 다시 제로 코로나를 강화했다. 감염병 학자 마이클 오스터홀름의 말대로 “바람을 막으려는” 헛수고일 뿐이다.

시 주석은 여전히 기고만장하지만 이처럼 불가능한 일을 추구하면서 지지 기반을 스스로 무너트리고 있다. 봉쇄로 인한 고통이 전에 없이 커지는데도 코로나 감염은 하루 3만 명 수준까지 기록적으로 늘었다. 장담해온 것과는 달리 실적은 형편없다.

시 주석은 자신도 모르는 새 민주주의를 조장했다. 시위대가 백지를 들고 시위하는 건 정치적 반대자를 대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 공원을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권리, 점심을 먹거나 함께 게임을 할 친구를 만나러 외출할 수 있는 권리를 지키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삶을 돌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 표현의 자유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민주주의와 독재가 이 문제를 두고 다툰다면 민주주의가 100% 승리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이 점은 우리가 시 주석에게 고마워해야 할 대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