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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은 '분리와 상실'로부터 출발…가정 보호되는 사회돼야"[인터뷰]

등록 2024.05.11 06:00:00수정 2024.05.11 07: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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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게스트하우스 운영했던 '뿌리의집'

그간 4000여명 넘게 방문…입양인 지원은 계속

"아이와 엄마가 분리되지 않는 사회 되었으면"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목사가 입양의날(5월 11일)을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소재 해외입양인 센터 뿌리의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0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목사가 입양의날(5월 11일)을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소재 해외입양인 센터 뿌리의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5.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한 청년은 입양을 '분리와 상실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자신을 친생모와 모국으로부터 분리하고, 모두를 상실한 채로 출발하는 삶이라고요. 그리고 분리와 상실의 기억이 자신의 삶에 늘 남아있다고…"

'입양의 날'인 11일 보건복지부 통계와 재외동포재단 국외입양인 백서 등에 따르면 1953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입양된 아동은 16만9630명에 달한다.

이들 중 대다수는 자신과 관련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뿌리 찾기'에 난항을 겪는다. 가족을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직접 한국을 방문해 가족 찾기에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뿌리의집'은 한국을 찾은 해외 입양인들에게 머무를 곳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됐다. 해외 입양인들이 서로 만나 소통하는 공간의 역할도 수행해왔다. 그간 뿌리의집을 찾은 이들은 4000여명, 머문 기간은 5만박에 달한다. 

뉴시스는 5월11일 입양의 날을 맞아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뿌리의집에서 대표인 김도현 목사를 만났다.

그는 "뿌리의집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해외 입양인들의 가족 찾기를 지원하고, 입양이라는 제도 안에 깃든 그늘을 지우는 작업을 해왔다"며 "이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권리, 삶, 한국사회의 관계성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뿌리의집은 지난 2003년 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2004년부터 약 20년 간 뿌리의집과 함께했다. 김길자 전 경인여자대학교 총장이 시가를 무상으로 내어놓은 것이 시작이었다. 현재는 김 전 총장의 사정으로 문을 닫고 종로구로 이사했지만 게스트하우스의 역할만 내려놓았을 뿐, 해외 입양인들을 위한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게스트하우스를 넘어서서 입양인들의 역사나 비극을 담은 전시실이나, 그들의 삶을 녹취할 수 있는 녹취 공간도 있었으면 한다"며 "그래서 입양인들이 모국을 방문했을 때 자신들의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해외에서도 '우리의 인권'을 위한 센터가 있다고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입양 제도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스위스국가교회의 목사로 일하는 기간, 한국계 입양인 여성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 이후였다. 23살의 청년이었다. 김 대표는 해당 청년이 세상을 떠나기 전 출판한 책을 들어보이며 당시를 회고했다. 책에는 어릴 적 입양돼 스위스에서 삶을 살아갔던 청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겼다.

김 대표는 그 이후로 7년 간 입양인들과 동거동락하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뿌리의집을 운영하며 다방면으로 뛰었다. 아이들을 떠나보낸 여성들의 권리와 입양아동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인권위, 국회 등을 찾았다. 그 결과로 지난 2009년에는 미혼모가족협회 창단을, 지난 2011년에는 입양특례법 개정에 힘을 보탰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목사가 입양의날(5월 11일)을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소재 해외입양인 센터 뿌리의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며 스위스 거주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한국계 입양인이 쓴 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4.05.09.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뿌리의집 대표 김도현 목사가 입양의날(5월 11일)을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소재 해외입양인 센터 뿌리의집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며 스위스 거주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한국계 입양인이 쓴 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4.05.09. [email protected]

뿌리의집을 운영하는 동안 만난 해외 입양인 중 기억에 남는 이들도 숱하게 많았다. 7년 동안 가족을 찾다 그만두거나, 가족을 찾았지만 만남을 거부해 만나지 못한 청년도 있었다. 부모를 만났지만 자신이 해외 입양을 갔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을 알고 크게 좌절한 이도 있었다.

김 대표는 "인권의 문제는 결국 정부, 국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당시 불법적인 행태로 이뤄진 해외입양 아동 실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입양부모 적격성 심사 없이 진행된 무차별한 입양이나 해외 유학생이 입양아동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대리입양' 아르바이트, 고아 서류 조작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해외입양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를 조사 중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르면 오는 8월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진실화해위의 조사 대상은 총 367건에 달한다.

그 시점부터 현재까지 수십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김 대표에게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냐고 물었다. 김 대표는 "국내 입양 통계를 보면, 7만명에 가까운 입양아들은 입양가족의 친생자로 등록돼 자기 원래 이름과 존재, 자기 부모를 모른다"며 "지난해 6월 출생 통보제를 통해 살짝 반영이 됐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법안이다. 갈 길이 멀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해외 입양인들을 위해 매년 5월11일이 '입양의 날' 대신 '입양 진실의 날'로 불렸으면 한다고 말한다. 입양은 결국 '분리와 상실'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국내 입양이든 해외 입양이든 분리와 상실의 경험은 여전하다"며 "아이와 엄마가 분리되지 않는 사회, 원가정이 보호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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