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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주유소 30억 제한' 푼 정부…국민 목소리 살폈다면

등록 2026.05.04 11:50:00수정 2026.05.04 13: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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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회정책부 강지은 기자

[서울=뉴시스] 사회정책부 강지은 기자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연 매출액 30억원이 넘는 주유소도 '고유가 피해 지원금' 사용처로 추가해 모든 주유소에서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니까 기름 정도는 넣을 수 있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주유소 이용 제한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기자는 지난달 11일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고유가 피해 지원금 지급 계획' 브리핑에서 '이번 지원금이 고유가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인데, 연 매출액 30억원이 넘는 주유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며 주유소 사용 여부를 물은 바 있다. 실제 전국 주유소의 약 58%가 연 매출액 30억원을 초과해 지원금 사용이 불가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당시 "국민의 사용 편의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도 있기 때문에 30억 이하 주유소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원칙은 지키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 사용처는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매장 및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거론됐지만, 정부는 동일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행안부는 지난달 22일에도 보도 설명 자료를 통해 "연 매출액이 높은 주유소에서 일괄적으로 사용을 허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입지 등이 불리한 30억원 이하 영세 주유소의 어려움이 우려된다"며 "지역 골목상권 전반에 대한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하루 만에 이러한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물론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고, 정책 집행 과정에서 국민 불편 등이 발생한 경우 이를 최대한 빨리 시정해 보완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당시에도 정부는 국민 불편이 제기되자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인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을 위해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확대하고, 군 장병들은 복무지 인근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고유가 피해 지원금의 경우 정부는 국민의 계속되는 불편 호소와 개선 요구에도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 혼선과 불편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원금 지급 첫날 대형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은 지원금 사용처가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고, 지도 앱을 켜며 대상 주유소를 찾아 헤매야 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을 위해 연 매출액과 관계 없이 모든 주유소로 지원금 사용을 확대한 점은 환영한다. 다만 지원금 지급 개시에 앞서 국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정책을 살피고, 이를 보다 세심하게 반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국민의 목소리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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