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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엇갈린 희비…"여행 일주일 더" vs "곧 폐업"

등록 2026.07.04 09:00:00수정 2026.07.04 09: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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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더 하고 갈래"…환전소 외국인 행렬

"매출 10분의1…희망이 없다" 상인들 울상

"1500원대 환율 '뉴노멀'…당분간 지속될 듯"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6.07.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6.07.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유림 기자, 김가영 인턴기자 = 고환율이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뉴노멀'(새로운 일상)로 자리 잡으면서 업종별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명동 환전소에는 원화를 바꾸려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줄이 이어졌지만, 걸어서 20분 거리인 남대문 수입상가는 빈 점포가 복도 곳곳을 메운 채 휑한 모습이었다.

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527.3원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2분기 평균 환율 역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대를 돌파하며 고환율이 일상이 됐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 기준 1555.8원을 기록하며 17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지난 2일. 명동 환전소와 남대문 수입상가는 상반된 풍경을 풍겼다.

명동역 인근 환전소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달러와 홍콩달러, 엔화, 위안화 등을 원화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환전소 안팎을 가득 메웠고, 일부 환전소는 대기 줄이 인도까지 이어졌다. 줄이 없는 환전소를 찾아 골목을 오가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6.07.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환전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6.07.02. [email protected]


남편의 학회 참석을 위해 호주에서 한국을 찾은 빅토리아 설리(34)는 '환율' 때문에 애초 일주일로 계획했던 여행 일정을 2주로 늘렸다.

그는 "남편은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나는 여행을 하고 있다"며 "환율이 좋아 예상보다 비용 부담이 적어 일주일 더 머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홍콩에서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은 케일라니(16)는 "환율이 좋아 쇼핑하기가 더 쉬워진 느낌"이라며 "환전한 돈으로 막창을 먹고 올리브영에도 갈 예정"이라고 웃었다.

환전소 직원들도 최근 명동 일대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환전소에서 근무 중인 이현석(30)씨도 "많을 때는 매장 안에 6명 정도가 동시에 환전하기도 한다"며 "최근 들어 하루 종일 환전소가 북적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지하수입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07.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지하수입상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6.07.02. [email protected]


외국인 관광객들로 활기를 띤 명동과 달리, 남대문 지하수입상가는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지난 2월 시작된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오르며 수입 원가 부담이 커진 데다, 1500원대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상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지하상가로 내려가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빈 점포들이 복도를 따라 이어졌다. 문을 닫은 채 불이 꺼진 점포도 적지 않았다. 손님보다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상인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 50년째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80대 한 상인은 빈 점포가 이어진 복도를 가리키며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매출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예전에는 180개 정도였던 점포가 지금은 40곳 정도만 남았다"고 전했다.

이어 "새로 들어오는 사람은 없고 계속 나가기만 한다"며 "여긴 이제 요양원이나 다름없다. 70~80대 상인들만 남아 겨우 버티고 있고 젊은 사람들은 아예 들어오지 않는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지하수입상가의 한 점포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07.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가영 인턴기자=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 지하수입상가의 한 점포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6.07.02. [email protected]

같은 상가에서 50년째 장사하고 있는 또 다른 70대 상인은 진열장에 놓인 체인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수입 단가가 작년보다 30~40%는 올랐다. 예전에는 몇천 원이면 떼오던 목걸이가 지금은 만 원을 훌쩍 넘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그는 "매출도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2~3년 사이 점포가 많이 빠졌고 사람이 오지 않아 곧 폐업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상인들의 깊어지는 시름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전문가는 당분간 1500원대 고환율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 달러로 환전해 빠져나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기업들도 달러를 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미 시장에서는 15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라는 기대가 형성된 측면도 있어, 향후 한두 달 정도는 지금 수준의 환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다만 그는 "현재 환율은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라며 "외국인 자금 유출이 둔화되고 기업들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내놓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는 1300원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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