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곳곳 '로봇' 느는데…'리튬 배터리 화재' 사각지대 여전
등록 2026.07.23 06:03:00수정 2026.07.23 07:09:22
쿠팡 물류센터 화재…소방, 로봇있는 5층 사수 총력
리튬이온 배터리 탑재에 열폭주 등 화재 확산할 뻔
자동화 등 물류센터 로봇 늘지만 화재는 '사각지대'
배터리 관리 강화 빠지고 창고 70%는 기존 기준만
로봇 청소기에 보조 배터리 화재 등 일상위험 커져
"소비자 의식·올바른 사용 중요"…"확대 해석 경계"
![[인천=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화재 닷새째인 지난 22일 화재현장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2026.07.22. km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22/NISI20260722_0021373542_web.jpg?rnd=20260722141225)
[인천=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화재 닷새째인 지난 22일 화재현장에서 연기가 솟아 오르고 있다. 2026.07.22. [email protected]
특히 최근 가정에서 로봇 청소기 화재가 발생하고, 보조 배터리 및 전기차 화재도 잇따르면서 일상 속 리튬 이차전지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소방은 지난 18일 오전 7시께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32물류센터 6층에서 시작된 화재를 61시간 만인 20일 오후 8시 초기 진화한 이후 나흘 만인 전날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소방은 특히 이번 화재 진압 과정에서 리튬 이차전지를 탑재한 물류 로봇 수백대(전기차 약 20대 분량)가 있는 물류센터 5층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만약 화재가 5층까지 번졌다면 리튬 이차전지 내부의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화재가 급격히 확산하고, 인근 석유화학 공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리튬 배터리는 일회용 건전지 같은 '일차전지'와 로봇이나 전기차, 전자기기 등에서 충전해 사용하는 '이차전지'로 나뉜다.
이러한 리튬 배터리는 외부 충격이나 고온, 화재에 노출되면 내부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연쇄적으로 발화하는 열폭주 현상을 일으키는데, 이 경우 재발화가 반복돼 진화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한다.
또 일반 분말 소화기로는 진화가 되지 않는 데다 현재 진화할 수 있는 소화 약제도 전 세계적으로 없어 전소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열폭주를 막기 위해 물을 뿌려 주변 온도를 최대한 낮춰주는 주수 소화 등이 최선인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지난해 3월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공장·자동화산업전 2025'에서 관람객들이 산업·물류 로봇을 보고 있다. 2025.03.12. park7691@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3/12/NISI20250312_0020729480_web.jpg?rnd=20250312150449)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지난해 3월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 공장·자동화산업전 2025'에서 관람객들이 산업·물류 로봇을 보고 있다. 2025.03.12. [email protected]
문제는 자동화·무인화 설비 확대로 물류센터 등 산업 현장에서 로봇 사용이 늘고 있지만, 이에 쓰이는 리튬 이차전지의 화재 안전 관리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앞서 소방청은 2024년 6월 근로자 23명이 숨진 리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를 계기로 리튬 일차전지를 '특수가연물'로 지정해 관리를 강화하는 '화재예방법 시행령'을 올해 5월 입법예고했다.
금속 자체인 리튬은 현재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위험 물질로 분류돼 저장·취급·운반 시 규제를 받고 있다.
다만 제품 형태인 리튬 일차전지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이를 '특수가연물'로 지정, 지정 수량을 200㎏ 이상으로 설정하고 저장 창고는 일정 방화 성능을 갖춘 방화문을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가연물 지정에 리튬 이차전지는 제외됐다. 리튬 이차전지는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사용돼 규제 범위가 광범위하고, 규제 적용 시 국가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소방청의 설명이다.
소방청은 2024년부터 물류창고 화재 특성을 반영해 강화된 '창고시설 화재안전성능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옥내소화전의 물 저장 용량은 기존 5.2t에서 10.4t으로 2배 확대하고, 스프링클러는 32t에서 96t으로 3배 늘린 것이 골자다. 스프링클러 방수량도 분당 1600ℓ를 20분간 방수하던 수준에서 분당 4800ℓ를 최대 60분간 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전국 물류창고 5949곳 가운데 4325곳(72.7%)은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지어져 새 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이번 인천 쿠팡 물류센터도 2020년 건축 허가를 받아 강화된 기준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물류시설 화재 안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물류시설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피지컬 인공지능(AI)을 강조하면서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 문제는 갈수록 부각될 것"이라며 "산업 현장에서 품질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세심한 관리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단지 모습. 2026.07.21. jini@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21/NISI20260721_0021372034_web.jpg?rnd=20260721123736)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지난 21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단지 모습. 2026.07.21. [email protected]
더욱 주목할 점은 최근 물류 로봇뿐 아니라 리튬 이차전지를 탑재한 각종 전자기기, 전기차 등의 사용이 늘면서 일상 곳곳에서 화재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에서는 로봇 청소기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해당 로봇 청소기는 중국 업체가 제조한 제품으로, 리튬 이차전지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20일에는 인천에서 출발해 필리핀 보라카이로 향하던 티웨이항공 여객기 안에서 승객의 보조 배터리에 불이 붙어 연기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무원들의 빠른 대응으로 불길은 곧바로 잡혔지만,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해 1월에도 김해에서 홍콩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에어부산 여객기 내에서 보조 배터리에 불이나 승객과 승무원 등 7명이 다치고 여객기가 전소된 바 있다.
이 밖에 20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비롯해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보조 배터리 충전 중 화재 등 일상 생활 속 리튬 이차전지 화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리튬 이차전지를 사용하는 기기가 급증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과 함께 소비자의 안전 의식과 올바른 사용 습관도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출처가 불분명한 저가 배터리 사용을 피하고, 배터리 이상 징후를 조기에 인지해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 화재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검증된 제조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배터리는 적정 수준에서 충전하고, 연기나 이상한 냄새가 감지되면 담요 등으로 감싼 뒤 욕조 등에 넣고 냉각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인해 리튬 이차전지 위험성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적재된 가연물에 비하면 로봇 배터리 양은 미미하고, 전기차처럼 대용량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번 화재로 모든 리튬 이차전지 제품을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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