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악화 가속페달 막았다"…단백질 하나 억제했더니 뇌 속 독성물질 반토막
등록 2026.08.27 00:00:00수정 2026.08.27 05:31:56
IBS 정원석 교수팀, 알츠하이머 악화 핵심 스위치 'ERBB4' 규명
쥐 뇌 속 단백질 억제하자 기억력 회복…원인 물질 절반으로 '뚝'
국제학술지 '네이처' 게재…기존 치료제 한계 넘는 새 돌파구

IBS 연구진은 정상 생쥐와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뇌에서 단일핵 RNA 시퀀싱으로 유전자 발현 양상을 비교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초기부터 특징적인 변화를 보이는 흥분성 신경세포 집단인 ‘초기 반응성 흥분성 신경세포(EREN)’를 발견했다(위쪽). 이어 유사한 발현 패턴을 보이는 유전자들을 그룹으로 묶어 분석하는 가중 유전자 공동발현 네트워크 분석(WGCNA)을 통해 EREN과 연관된 유전자군을 확인했다. 특히 여러 유전자군 가운데 ‘turquoise 모듈(분석상 청록색으로 구분된 유전자군)’에서 ERBB4를 주요 후보 유전자로 발굴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치매)을 악화시키는 뇌 속 핵심 스위치를 찾아냈다. 뇌 신경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억제하자 치매 유발 물질이 절반 넘게 줄고 기억력도 개선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정원석 부연구단장(KAIST 생명과학과 부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의 신경회로 균형을 무너뜨리는 단백질 'ERBB4'의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엑셀만 밟히고 브레이크 고장…'ERBB4' 단백질이 범인
기존에는 이 단백질 찌꺼기만 없애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뇌세포 손상과 염증 등 복합적인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지 못해 치료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치매에 걸린 생쥐의 뇌에서 신경세포의 균형이 깨진 점에 주목했다. 뇌를 자극하는 '가속페달(흥분성 신경세포)'은 과도하게 밟히고, 속도를 줄여주는 '브레이크(억제성 신경세포)'는 망가져 있었다. 엑셀은 계속 밟히는데 브레이크는 약해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뇌 속 청소 세포들도 오작동했다. 뇌를 자극하는 신경 연결은 지나치게 없애고, 반대로 흥분을 억누르는 연결은 덜 없애면서 뇌 회로의 균형을 더 무너뜨렸다.
원인은 특정 신경세포에서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ERBB4' 단백질이었다. 이 단백질이 늘어나면서 뇌 신경망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뇌 손상을 부추겼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흥분성 신경세포의 ERBB4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면서 신경회로의 과흥분과 시냅스 불균형, 교세포의 과도한 반응, 아밀로이드 축적이 연쇄적으로 촉발되어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저하된다. 반대로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흥분성 신경세포에서 ERBB4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면 신경회로와 시냅스의 불균형이 정상 수준에 가까워지고, 교세포 반응과 아밀로이드 축적이 감소하면서 기억력과 인지기능도 개선됐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흥분성 신경세포의 ERBB4가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여러 변화를 함께 조절하는 핵심 조절 인자임을 확인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RBB4 없애니 독성물질 50%↓…정상 쥐에 늘리자 병리 재현
효과는 뚜렷했다. 과열됐던 흥분성 신경세포가 안정을 찾았고, 일부 억제성 신경세포 기능은 회복됐다. 뇌 속 염증 반응도 가라앉았다. 뇌에 쌓여 있던 독성 아밀로이드 찌꺼기는 50% 이상 줄었다. 생쥐의 기억력과 길을 찾는 공간인지 능력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반대로 건강한 정상 생쥐의 뇌에 ERBB4 단백질을 억지로 늘리자 치매와 비슷한 변화를 보였다. 독성 물질이 없는 상태에서도 신경회로 과흥분과 염증 반응 등이 나타났다.
사람 뇌 자료에서도 이같은 경향성이 확인됐다. 알츠하이머 환자 446명의 공개된 뇌 전사체 자료를 분석한 결과, ERBB4가 많은 환자일수록 독성 물질이 더 많이 쌓이고 인지 기능도 크게 떨어졌다.
"연쇄 악순환 끊는 새 치료 표적"…새 돌파구 마련
정원석 부연구단장은 "알츠하이머병의 악순환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며 "질병 악순환의 핵심 고리를 표적해 복잡·다양한 병리를 동시에 완화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척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실장은 "난치성 질환을 극복하는 열쇠는 생명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에서 나온다"며 "기초과학을 꾸준히 지원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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