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지 않고 원자만 갈아끼운다"…실리콘 한계 넘을 '꿈의 반도체' 나온다
등록 2026.10.16 03:00:00수정 2026.10.16 05:44:24
IBS 조문호 단장 연구팀, 2차원 반도체 '모듈형 트랜지스터' 개발
한 장의 박막서 반도체·절연막·전극 구현…복잡한 적층 공정 줄여
0.7㎚ 원자층 단위 제어·1V 적층형 회로 시연…'사이언스' 게재

원자층 단위의 선택적 치환을 이용한 모듈형 2차원 트랜지스터 제작 개념도.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국내 연구진이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미세화 한계를 넘어설 차세대 소재로 주목받는 '2차원 반도체'를 원자만 골라 바꾸는 방식으로 가공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러 재료를 일일이 쌓아 올리지 않고도 한 장의 얇은 막 안에서 반도체와 절연막, 전극을 모두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 공정을 단순화할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반데르발스 양자 물질 연구단 조문호 단장 연구팀이 2차원 반도체를 구성하는 원자를 원하는 층과 위치에서 선택적으로 바꾸는 '모듈형 트랜지스터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2차원 반도체는 원자층 수준으로 얇아져도 전류를 제어할 수 있어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미세화 한계를 극복할 후보 소재로 꼽힌다.하지만 실제 부품을 만들려면 전기가 흐르는 반도체 외에도 절연막과 전극을 복잡하게 쌓아 올려야 해 대량생산에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 재료 쌓지 않고 필요한 곳의 원자만 바꿔 물질 성질 변형
연구에 사용된 이셀레늄화텅스텐(WSe₂)은 가운데 텅스텐 원자층을 셀레늄 원자가 위아래에서 감싼 구조다. 연구진은 텅스텐은 그대로 두고 셀레늄만 다른 원자로 교체하면 물질의 전기적 성질도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했다.
셀레늄을 산소로 바꾸면 전기가 흐르지 않는 절연체인 산화텅스텐(WOₓ), 황으로 바꾸면 다른 특성의 반도체인 이황화텅스텐(WS₂), 텔루륨으로 바꾸면 전기가 잘 흐르는 준금속인 이텔루륨화텅스텐(WTe₂)이 된다.
쉽게 말해 하나의 얇은 반도체 막에서 필요한 자리의 원자만 '갈아끼워' 절연막이나 다른 반도체, 전극과 연결되는 부분으로 바꾼 것이다.
연구팀은 층 사이의 미세한 틈이 반응 원자의 이동을 막는 자연적인 장벽 역할을 한다는 점도 활용했다.
반응 온도와 기체 압력을 조절해 화학반응이 다음 층까지 번지지 않도록 하면서 약 0.7나노미터(㎚) 두께의 원자층 단위로 변환 범위를 제어했다. 반도체 공정용 마스크를 이용하면 평면에서도 원하는 부분만 바꿀 수 있었다.
한 장 박막으로 트랜지스터 완성…낮은 전압에서도 작동
전극과 반도체 사이에 준금속 접합층을 넣자 전하가 이동할 때 넘어야 하는 에너지 장벽은 35.5밀리전자볼트(meV)까지 낮아졌다. 금속 전극을 직접 붙였을 때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전류가 더 쉽게 흐를 수 있다는 의미다.
전류를 켜고 끄는 성능도 이론적 한계에 가까웠다. 전류를 10배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전압 변화량은 61.3밀리볼트로, 상온에서 기존 방식의 트랜지스터가 도달할 수 있는 이론적 최솟값인 약 60밀리볼트에 근접했다. 켜진 상태와 꺼진 상태의 전류 차이도 1000만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적은 전압 변화만으로 전류를 안정적으로 제어했다는 뜻이다.
절연막 성능도 국제 반도체 기술 로드맵이 제시한 초미세 소자 목표 수준을 달성했다. 연구팀은 나아가 서로 다른 특성의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아 디지털 회로의 기본 구성요소인 '상보형 인버터'를 만들었고, 1V의 낮은 전압에서 정상 작동하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개별 소재의 성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트랜지스터를 이루는 주요 구성요소를 하나의 박막 안에서 원자 변환만으로 만들었다는 데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기술을 다양한 2차원 반도체 소재로 확대하고 웨이퍼 크기의 대면적 공정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3차원 적층형 집적회로 등 차세대 초미세·저전력 반도체로의 응용 가능성도 연구한다.
조문호 IBS 단장은 "이번 연구는 원자 단위 물질 조작이라는 기초 물질과학의 기법을 현대 반도체 기술에 접목해 미래 반도체 기술의 질적 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초저전력·초미세 반도체는 물론 차세대 적층형 반도체 소자 기술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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