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오묘한 동굴…질

하등동물은 분뇨와 생식을 모두 한 구멍으로 처리한다. 이런 총배설강(總排泄腔)을 의학에서는 ‘클로아카(cloaca)’라고 하며 영어로 ‘drain’, 곧 ‘배수(排水)하다, 혹은 하수도(下水道)’의 뜻이다. 그래서 의사들 사이에서는 ‘비뇨기과’를 우스갯말로 ‘하수도과’라 부르기도 한다. 아무튼 하등동물들은 대변, 소변, 생식을 모두 한 구멍으로 해결하는데, 진화가 거듭되면서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구멍으로 분리됐다.
진화의 극에 이른 인간 중 남자는 용케 대변까지는 분리했는데 아직껏 소변과 생식은 요도라는 똑같은 통로를 이용한다. 이에 비해 여자는 더욱 발전해서 소변과 생식이라는 두 가지 다른 기능을 각각 다른 통로를 이용해 해결한다. 이 중 생식 기능을 해결하는 숨 막히는 통로가 바로 질(膣: vagina)이다. 한의학에서 남성은 9규(九竅)인데, 여성은 10규(十竅)라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 질(膣) 때문이다. 하여튼 질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욱 진화된 동물이라는 주장의 근거인 셈이다.
질은 길이 8~9cm 정도의 신축성이 뛰어난 주름 잡힌 관(管)으로 안쪽 끝 부분은 자궁과 직결된다. 바깥쪽 질구(膣口)는 외요도구(外尿道口) 아래 1~2cm에 위치하며, 그 크기는 보통 처녀의 경우엔 직경 2.5cm, 기혼의 미산부는 4.5cm, 경산부는 6.5cm, 분만 시에는 9.5cm 등으로 각각 다르다. 센티미터로는 느낌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아 덧붙이면, 손가락을 질에 넣는다고 가정했을 때 처녀의 경우엔 1지(指), 미산부는 2지, 경산부는 3지 정도가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손가락이 몇 개씩 들락거린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질구는 매우 신축성이 강한 근육조직으로 구성돼 성적 흥분 시에는 충분히 수축해 절대 헐렁한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 흥분 시 남성의 음경이 커지는 현상과는 정반대로 여성의 질구는 작아져 속칭 ‘속궁합’이 맞게끔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희한한 장치를 조물주가 그곳에 부착해놓은 까닭은 ‘긴자꾸’라 일컫는 성관계 시의 쾌감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보다는 보다 궁극적인 자기보존의 동물적 본능을 충실히 수행하게끔, 사정된 남성의 정액이 질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질도 임신기(姙娠器)의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카사노바(Casanova)같은 남자들은 무용담 삼아 여자 몸속에서는 지렁이가 몇 백 마리씩 꿈틀댄다는 이야기를 자주 늘어놓는다. 성관계 시 남자의 귀두에 맞닿는 느낌을 비유한 것인데, 이는 다름 아닌 질벽(膣壁)의 주름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성감 상승만을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다. 질은 확실히 남자의 음경을 받아들이는 곳이지만, 출산 시에는 산도(産道)의 역할을 해야 해 아이를 분만할 때 충분히 늘어나도록 보통 때의 질벽은 늘어질 부분이 전부 주름 형태로 질강 내에 접혀있는 것이다. 모든 남성들이 동경하는 쾌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도, 임신기라는 본연의 임무에도 충실한 질이 실제적 성관계 때 어떻게 변화하는지는 앞에서 이미 설명했다.
포유동물의 암컷에게 공통적인 가운데가 빈 근육 주머니는 바로 자궁(子宮: uterus)이다. 자궁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을 착상(着床)시켜 발육하는 곳이니 여성 내부 생식기의 중추적인 기관이며 종족보존이라는 본능 유지에는 필수 불가결한 장치다. 그래서 남녀의 성관계가 생식만이 목적이라면 조물주가 여성에게 부여한 또 하나의 구멍인 질도 단지 경이로운 생명체를 안주시킬 장소로의 진입로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자궁을 몸속에 지닌 까닭에 때로는 여성이 아무리 리드미컬(rhythmical)한 몸매와 로지컬(logical)한 두뇌의 소유자라 해도 히스테리컬(hysterical)한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럼 히스테리컬한 성격과 자궁의 관련성을 잠시 살펴보자. 난데없이 짜증을 부리거나 조그마한 일에도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사람, 특히 여성을 두고 우리는 흔히 ‘히스테리(hysteria)’라는 용어를 갖다 붙인다. 정신신경증의 일종인 히스테리는 정신, 감각, 운동 또는 내장의 기능부전을 모두 포함해서 그 증상을 한마디로 압축하기는 어려운데, 주된 특징은 감동이나 정서의 급격한 변화다. 그런데 이 히스테리란 병명은 자궁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hystera’에서 비롯됐으니, 어원이 의미하는 대로 모든 증상은 자궁병이 원인이라고 생각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성의 월경, 곧 쌓여 있던 자궁내막이 탈락되는 생리적 현상을 병(자궁병)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히스테리와 유사한 월경전 긴장증후군(月經前 緊張症候群)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거의 모든 여성이 겪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히스테리와 자궁과의 밀월(?)관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각설하고, 자궁은 골반으로 형성된 공간의 중앙부에 위치하며, 마치 서양 배(pear)를 거꾸로 엎어놓은 형태를 취한다. 앞쪽에는 방광, 뒤쪽에는 직장(直腸), 아래쪽으로는 질과 접해있는 자궁은 가볍게 앞으로 굽은, 소위 전굴(前屈)의 상태가 정상이어서, 혹 뒤쪽으로 굽는 후굴(後屈)의 상태가 되면 요통 등을 유발한다. 성인의 경우 자궁의 외측직경은 약 8cm, 무게는 30~40g 정도다. 편의상 자궁을 위쪽의 자궁체, 아래쪽의 자궁경, 질과 접하는 자궁질 등 3부분으로 구별한다.
먼저 자궁체부(子宮體部)는 위쪽 3분의2의 넓고 두터운 부분으로 임신 시 태아가 발육하는 곳이다. 이 자궁체부의 윗부분은 둥근 지붕 모양의 자궁저(子宮底)에 덮여 있으며 자궁저부 양쪽으로는 난관이 뻗어져 나와 난소 쪽으로 연결된다. 자궁경부(子宮頸部)는 아래쪽 3분의1의 좁고 가는 원주 모양 부분으로, 암(癌)의 호발부위로 유명하다.
마지막으로 자궁질부(子宮膣部)는 자궁경의 하단이 질강(膣腔) 상단에 돌출한 부분이다. 방광과 직장의 상태에 따라 이동되는 자궁을 그나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자궁질부를 제외한 자궁의 거의 모든 부분은 생리학적으로 둔감한 조직이어서 의학적으로는 남성의 성기가 자궁을 직접 자극할 만큼 클 필요는 전혀 없다. 자궁은 문자 그대로 아기집의 역할이 주된 임무인 것이다.
지상사 02-3453-6111 www.jisangsa.kr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